영국은 정말 매일 비가 오나요?
영국이라 하면 다들 신사의 도시, 홍차, 그리고 흐린 날씨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영국에 와서 8개월 차에 접어들지만, 날씨가 아주 안 좋다고 느낀 적은 손에 꼽는다.
개인적인 소감으로는 일본과 한국에서 겪었던 수많은 태풍, 습하고 더운 여름이 체감상 더 힘들게 느껴졌다.
영국의 봄, 여름은 정말 아름답다.
회색 나라라는 말에 콧방귀가 나올 정도로, 영국의 봄 여름은 녹색 푸르름과 싱그러움이 가득하다.
아침에 새가 지저귀는 소리에 잠에서 깨는 일도 많았다.
건조한 기후에 30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일이 별로 없어,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는 집들이 아주 드물고,
보통 한국의 초가을 정도의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가 계속되어 밖에서 활동하기 좋다.
반대로 가을, 겨울은 습하고 추워서
가습기 대신에 제습기를 풀가동하고 지내야 하며, 집안에서도 두꺼운 옷을 겹겹이 입어야 한다.
비가 많이 와서 고생스럽다고 느껴진 적은 별로 없으나, 하늘은 흐린 날이 많다.
겨울의 서늘함을 즐기는 편인 나는 기후에 대해선 별로 불만이 없다.
재택근무를 하느라 빗소리를 들으며 홀로 아로마 향초를 켜놓고 일하는데,
이것도 나름 운치가 있어 비 오는 날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딱 하나 괴로운 점이 있다면,
세시만 되면 어두컴컴해져 아침은 짧고 밤이 너무 길게 느껴져서 살짝 사람이 암울해진다는 점...
영국은 어린이집 아이들 하원 하는 시간이 4시쯤인데, 이때쯤이면 해가 완전히 져서,
컴컴한 밤에 하원 하는 어린이들을 보며 입시 준비하던 나의 고등학교 시절이 생각나기도 했다.ㅋㅋ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도 얼마 놀지도 못하고 해가 다 져버리니, 아이들도 우울하지 않을까.
이러다 보니 영국 사람들은 모든 활동을 여름에 몰아서 하고 겨울은 동면하는 동물들처럼
정적으로 보내는 일이 많은 것 같다.
나 역시도 되도록 잠을 많이 자고 에너지를 비축하며 지내고 있다.
지금 보니, 가을과 겨울에 할로윈과 크리스마스가 몰려있는 이유도,
어두컴컴한 이 겨울날에 홀리데이 시즌을 넣어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기 위함이 아닌가 싶다.
이제 12월 초이니 점점 더 해가 짧아지고, 1월쯤 되어야 해가 길어지기 시작한다고 한다.
벌써 싱그러운 영국의 여름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