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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탕 Jan 08. 2021

남자 친구의 친구가 자꾸만 나에게 윙크를 보내온다

표현에 진취적인 카탈루냐 남자들


바르셀로나 시내에서 남편의 친구들을 처음 만나던 날

아직 볼뽀뽀가 조금 어색하던 나에게 반갑게 볼뽀뽀를 해주었던 남편 친구 토니와 야고.


1인당 500그램의 파스타가 나오는 투머치한 이탈리안 음식점에서 밥을 먹는데,

건너편에 앉은 토니가 자꾸 나랑 눈이 마주칠 때마다 윙크를 시전 한다.

처음엔 눈에 뭐가 들어갔나 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점점 이건 나를 향한 윙크라는 확신이 들었던 것이,

남편이랑 야고가 이야기하는 와중에 계속 나를 보며 윙크를 하는 것이다.


나에게 이런 스캔들이?!

뭔가 팜므파탈이 된 거 같아서 정체성에 혼란이 오려했다.


예전에 남편과 같이 이태원을 놀러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나에게 작업을 걸던 미국인과 남편 사이에서

싸움이 날 뻔했던 기억이 있어서

식사가 다 끝나고, 두 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남편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토니라는 친구.. 괜찮아? 많이 친해?

-토니 진짜 재미있는 애지? 왜 무슨 일 있었어?!

-아니 토니라는 친구가 나한테 계속 네가 안보는 와중에 나한테 윙크를 하더라고

-푸하하, 작업 거는 줄 알았던 거야?? 여기선 윙크가 괜찮냐는 뜻이야!



그랬다, 토니는 내가 어색하고 불편해 보여서 나에게 윙크를 했던 것이다! ㅋㅋ

오랜 친구 관계를 헤치는 거 같아 남편에게 말할 때 조심스러웠는데

그 순간 얼굴이 안도감이 들기도 하면서 빨개지고 화끈거려서 죽을 뻔했다.


그러고 나서 생각을 해 보니,

남편의 어머니도 항상 나에게 윙크를 했던 것 같고,

편의점 점원도 나에게 윙크를 하곤 했었는데 이러한 이유였다니....

문화권에 따라서 인사 법만 다른 것이 아니고, 이러한 신체적 시그널도 다르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순간이었다.


이러한 비슷한 일들은 이후에도 종종 있었는데,

남편 가족 모두와 바르셀로나의 유명한 레스토랑에 갔을 때의 일이었다.

식사를 다 하고 어머니가 웨이터를 불러 뭘 물어보려고 하자


이런 아름다운 눈에는 무엇이든 답하겠습니다


라고 느끼멘트를 날리는 것이었다.

아니 아버님도 계시고 가족 모두가 보고 있는 상황에서 저런 멘트를!

하지만 나를 제외하고는 다른 가족들은 모두 그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또 혼자 당황한 나는 남편에게 물었다.


-아니 저건 좀 아니지 않아?

 왜 웨이터가 저런 말을 해?

-저 웨이터가 진짜 엄마한테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고, 그냥 기분 좋게 해주려고 하는 말이야.


그렇다 그것은 카탈루냐식 빈말!

어머니의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들어 주려는 웨이터의 배려 아닌 배려였던 것이다.


이러한 카탈루냐 남자들의 빈말과 제스처는 유교 걸인 나에게는 오해를 불러일으켰지만

이 문화를 받아들이고 7년이 지나 이제는 구분이 조금 간다.


그래도 이런 진취적인 표현은 아직도 적응이 안될 때가 많다.

보수적인 나라 한국에서 와서 가끔 얼굴을 붉히는 경우가 많으나,

이런 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이

가끔은 부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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