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공장 =빵순이의 천국
시댁은 가업으로 3대째 (이제 곧 4대째로 접어든다) 제분 공장을 100년 넘게 운영해오고 있다.
공장이라는 특성상, 시댁은 바르셀로나의 위성도시 격인 소도시에 위치 해 있어 바르셀로나 중심으로 가려면 렌페 (우리나라로 치면 지상철)를 타고 30분을 가야 한다.
처음 시댁에서의 기억은 살찐 비둘기였다.
엄청나게 뚱뚱한 비둘기가 지천에 널려있었는데,
(첫 방문에 알 길이 없던 터라, 그냥 스페인 비둘기들은 다 뚱뚱한 줄 알았다.)
남편에게 물어보니 아버님 제분 공장의 밀가루 때문에 이 마을 비둘기는 다 뚱뚱하다고 했다.
실제로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니, 보통의 내가 아는 크기의 비둘기들이었다.
100년 넘는 전통을 가진 공장이라서, 시설물들이 기본 100살은 기본이고 그 이상인 것들도 많다.
남편의 집도 공장 안 부지에 위치해 있는데,이 집도 지은 지 100년이 넘어간다.
아버님에 의하면 카탈루냐 건축가로 유명한 가우디의 제자 중에 한 명이 지은 집이라고 한다.(그래서 그런지 조금이지만 가우디의 스타일을 느낄 수 있다)
바르셀로나로 가면 너무나도 좋은 이유 중에 하나가 이 집이다.
집이라기보다는 천장이 높아서 작은 성으로 착각할 만큼 큰데, 책을 좋아하시는 시아버님 덕에 그 높은 벽들이 전부 책으로 뒤덮여 있는 집이다.
처음에 시댁에 갔을 때 온갖 영문 소설 원작들로 장식된 책장들 덕분에 환호성을 질렀던 기억이 생생하다.
또 밀가루 공장이라는 특성상 공장에는 제빵사가 있고, 제빵사는 새롭게 빻은 밀가루를 가지고 빵을 만들어 밀가루의 질을 테스트한다.
한번 만들 때 몇십 개씩 만들어 테스트하기 때문에,
그때 만든 빵을 직원들 모두에게 나눠주고도 남아,
항상 시댁의 냉장고에는 얼린 빵이 한가득이다.
그래서 그런지 온 식구가 빵에 헤프다.
그래서 시댁에 가게 되면, 매번 아침 식사를 빵으로 해결하고, 점심과 저녁도 빵과 곁들여 먹으니,
빵으로 시작해서 빵으로 끝나는 하루하루가 계속된다.
책돌이 와 빵순이의 천국인 우리 시댁,
매년 가는 날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