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생활 5년, 무뎌진 나
영국생활도 이제 5년,
처음 1-2년 동안의 온갖 감정들 – 두려움, 설렘, 긴장감 –이 모든 감정들이 둔화되어 5년 전 일본을 떠나기 전의 내 마음가짐과 비슷해졌다. 1-2년 정도는 항상 여행하는 기분이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생활이 되어버렸다고나 할까.
그만큼 영국이 나의 삶의 터전이 되어버렸다는 것이겠지.
붕 뜬 기분이 사라지자 여기저기에 씌어 있었던 사대주의 필터들도 하나씩 벗겨지기 시작했다.
치솟는 물가에 불평 불만 하고,
주말마다 철도 파업에,
느려터진 일처리,
맛없지만 비싼 음식들,
이제는 그 어떤 것들에도 당황하지 않고, 그저 "어쩔 수 없지"라는 마음으로 넘기게 된다.
어느새 이것이 나의 디폴트, 기본값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의 성장 곡선도 이제는 둔화된 듯하다. 영국에 와서 이혼, 연애, 직장 변화 등 끊임없는 변화를 겪어오며 그 속에서 정신줄을 똑바로 잡고 있던 나인데, 작년 말부터는 그저 평범한, 잔잔한 일상 속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일까? 아주 작은 변화도 더 크게 다가오고, 더 버겁게 느껴진다. 관성의 법칙이 여기서도 적용되는 걸까?
그 미친듯한 변화의 정 중앙에 있을 때는 이 잔잔한 파도 같은 삶이 너무 좋아 보였는데, 또 막상 그런 삶이 지속되니 변화를 갈구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제는 적당한 변화와 스스로를 밀어줄 푸시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