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요리를 합니다

비프 스트로가노프 따라 하기

by 돌아온 돌보


연휴 어느 나날 중, 어김없이 찾아온 저녁식사 준비의 시간.


오늘은 뭘 먹을까, 놓을 수 없는 고민의 질문을 던져본다. 노상 해보는 똑같은 일상의 반복 속에서 바뀌는 건 그나마 메뉴일 뿐. 그마저도 다람쥐 쳇바퀴 굴러가듯 정해져 있는 몇 개의 메뉴 중에서 정해진 스케줄이라도 있는 양 흘러간다. 그래 봤자, 할 수 있는몇 개의 요리 중 재료 수급에 따라 정해질 뿐 나는 그어떤 권리도 없다.


그나마 자신있는 양식 요리 중에서 오늘은 제일 잘하는 것으로 정해 보았다. 이름하여, 비프 스트로가노프(beef stroganov).


비프 스트로가노프(beef stroganov)는 볶은 쇠고기에 러시아식 사워크림인 스메타나(smetana)로 만든 소스를 곁들인 요리이다.

- 네이버 지식백과 발췌


신혼 시절, 지금은 사라진 종로 타워 탑층에 위치한 탑클라우드에서 처음으로 맛본, 이름도 생소한 비프스트로가노프. 당시에는 뭐가 뭔지도 모른 채 그저 맛있어서 이름 정도만 외워온 터였는데, 어느 날 남편이 내게 말했다.


"그때 탑클라우드에서 먹었던 그 소고기 요리 있잖아, 해줄 수 있어?"


돌이켜 생각해보면, 웃프다. 요리도 인터넷 블로그 찾아 아빠 숟갈로 한 스푼 두 스푼 계량해가며 순서 맞춰서 하기도 바빴던 내게 남편은 엄청난 미션을 준 거다. 근데 또 못한다고 내빼기는커녕 그래 까짓꺼 내가 해주마 싶었던 나는 또 무슨 심산이었을까. 지금에서야 양식이 손에 익어 대략 과정을 유튜브로익히고 나면 그런대로 해볼 만하다 치지만, 그때는 한식도 겨우 해내는 나였기에 낯설기도 한 주제인 양식을 레시피 조차 제대로 없어 난감해 했던 것 같다. 그나마 안 되는 영어로 유튜브 자막 기능에 의지하여 외국 레시피를 열심히 찾았던 기억이 난다. 내가 기억하는 나의 양식 입문기는 바로 지금 내가 말하려는 그 메뉴 비프 스트로가노프로부터 시작한다.바로 이 녀석을 요리하고자, 사워크림도 팔지 않던 때에 요거트와 생크림을 섞어 발효시켜가며 만들어 끝끝내 완성시켰던 눈물겨운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시겠다. 10년 전만 해도, 생각보다 양식 재료를 쉽게구하기가 어려웠다 내가 기억하기론. 지금에야 수많은 종류의 향신료가 마트에 상시로 준비되어 있고, 직구가 생활화되는 터라 누구나 쉽게 양식 재료를 구할 수 있지만, 그때만 해도 일반 가정에서는 대추야자라든지 샤프란, 혹은 서양 미니양파인 샬럿과 같은 야채를 구하거든 쉽지가 않았다. 대체제를 찾거나, 이가 없음 잇몸으로라도 먹는답시고 재료를 생략해가며 요리를 했어야 했다. 나는 뛰어난 실력의 소유자는 아니었지만 요리를 그나마 그럴듯하게 완성시켰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뿌듯감이 몰려오는, 그런 행복을 느껴볼 수 있었다. 이런 색다른 요리를 해냈다는 성취감에 도취되어서는 맛없는 요리조차 맛있게 느껴지는 마법을 경험을 하게 되는것이다. 그로부터 나는 이 요리를 연마하여서는 남편의 생일, 크리스마스이브와 같이 특별한 날이 되면 선보이게 되었다. 때가 되면 먹게 되는 시그니쳐 메뉴랄까, 뭐 그런 셈이었다.


어느 날 보니, 하나둘씩 자신 있는 요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새 잊혀진 나의 첫 서양 요리 '비프 스트로가노프'. 갑자기 불현듯 떠올랐다. 이번 연휴 때 반드시 해 먹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의 요리에 걸맞은 와인을 샵에서 하나 픽 해오기로 했다. 우리는 한창 와인 공부 중이니, 공부의 연장선상에 있는 같은 품종인 호주 '쉬라즈'가 좋겠다. 자 이제 요리를 위한 재료 준비에 돌입해보기로 한다.




우선 가장 핵심 재료인 사워크림 서칭에 나서본다. 핸드폰 화면을 켜고 호기롭게 사워크림을 쿠팡 프레쉬에서 검색해보았다. 다행히 검색이 된다. 주문을 한다. 사워크림을 준비했으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그다음 집 근처 인근 마트를 들른다. 양송이버섯과 양파 그리고 소고기를 준비한다. 많은 레시피들은 서로인을 준비하라고 하지만, 기호의 차이이므로 그저 할인율이 가장 많은 부위를 선택한다. 나머지 준비해야 될 재료들은 모두 집에 구비된 상태이므로 장보기는 여기서 종료한다.

재료를 손질한다
준비한 소고기를 팬에 익힌다
루를 만들 듯이 버섯과 양파에 밀가루와 버터를 넣고 볶는다


순수 요리시간은 총 30분 정도 걸리고, 재료 다듬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40-5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맵지 않아 아이들 식사로도 제격이다. 다만 추운 지방 요리이다 보니, 다소 고칼로리의 음식이기에 건강을생각해보면(?) 좋은 요리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별미로 한번 만들어 먹기엔 맛 좋은 요리임이 분명하다. 손님용으로도 손색이 없어 그럴듯하게 내놓기에도 좋다.

완성된 모습


요리를 다 완성시키고 나니, 옛 생각이 물씬 났다. 멋모르던 신혼 시절, 꽁냥꽁냥 맛있는 음식을 해 먹겠

다며 동분서주했던 나의 모습을 회상해보면 웃음이 그만 쿡 하고 터져 나온다. 그랬던 한때의 내 모습이 그립기도 하면서 순식간에 흘러버린 세월의 빠름에 탄복하기도 하다. 짙은 어두움이 온 세상을 덮어버리면 제 빛을 발하며 존재감을 자신 있게 자아내는 가로등의 수많은 빛을 벗 삼아, 와인잔을 기울여본다. 그리고 새로 준비한 커트러리로 정성껏 준비한 요리의 맛을 본다. 사워크림의 고소하고 달큼한 맛이 입안 전체를 감돌더니, 소고기 육즙으로 기분 좋은 기름칠을 해 넣는다. 재즈의 흥겨운 리듬이 더해지니, 여느 비스트로의 식사와 진배없구나. 오렌지 빛으로 타오르는 촛불을 식탁 정중앙에 두고는 온갖분위기를 잡아본다. 스모키하고 나무 훈연 향이 돋보이는 라즈베리 계열의 붉은 과실 향이 혀끝을 사로잡는 오늘의 와인과 잘 어울리는 한 끼이다.


오늘도 이렇게 정성으로 멋들어진 한 끼로 기분을 내 본다. 식탁에 둘러앉아 모두 모여 먹어보는 한 끼가 이리도 소중할 수 있을까. 지난날, 아픈 엄마에게 꼭 맛 보여주겠다며 없는 실력에 흐르는 눈물을 연신 훔치며 만들어 보았던 나의 첫 양식 도전기 '비프 스트로가노프'. 그래서 더 뜻깊고 가슴 아린 한 끼의 추억이 아니었을까. 자주 해 먹어야겠다. 행복한 오늘의 저녁을 깊이 새겨넣으며.

요리는 인생의 또 다른 행복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