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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충민 Feb 01. 2020

방통대학교 등록금을 낸다.

방통대 일기 - 이제는 바라보는 방향으로 걸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방송통신대학교에 합격했다. 정확히는 3학년으로 편입했다. 과는 경영학과로 2학년까지 다녔던 건축학과와는 사뭇 다르다. 유명한 건축가의 뒷 자취를 따르겠다며 가구로 사업을 시작했었지만 지금은 내가 그리던 내 30살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사업을 시작하고 어느덧 4년이 지났지만 돌이켜보면 4년의 시간 동안 나는 내가 그렸던 길로 돌아가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다. 갈림길에서 선택한 내 결정들에 충실하기 위해 매 순간들을 달려왔지만 결국 가는 곳과 쳐다보고 있던 방향은 달랐다. 내가 생각했던 마지노선은 30살이었다. 누가 보기엔 어린 나이지만 학생, 특히 학부생이라면 어린 나이는 아닐 것이다. 나는 30살까지 건축학과로 돌아갈 상황이 그리고 여력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끊임없이 채찍질했다. 이제와 돌아보면 그게 문제였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나는 무지하게 노력했다. 하지만 이제는 건축학과를 포기하기로 했다. 


  4년의 시간 동안 사업을 했다. 학교를 휴학한지는 6년 정도의 시간이다. 어렴풋이 생각해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반년 간의 길거리 공연 생활, 편의점까지 차 타고 10분 거리에 가구를 만들어 카페를 만들었으며,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선정되어 1년간 가구 사업을 진행했다. 가구 소재 중 세라믹 소재 산업으로 피벗팅, 소재를 이용한 숯세라믹 사업을 하다 망했고, 메이커 교육 사업으로 동업도 잘 진행되지 않았다. 이천에 내려와 꿈의 학교를 3년간 운영하면서 지역 대표도 하면서 작년부터 향기를 디자인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같이 일하는 아내와 아직 결혼식은 못했지만 결혼도 했다. 


   많은 것을 포기했다. 몇 년 전부터 아내의 소원은 마음 편히 하루 종일 만화 보며 뒹굴고 노는 것이고 친구와 둘이서 네 병을 먹던 몸은 이제 친구를 만나 술잔을 기울이지도 혼자서 한 캔의 맥주도 다 먹지 못한다. 학교를 안 다니자 어머니는 내가 대학을 졸업해서 취업하는 게 소원이 되셨고 지금 내 소원은 돈 걱정 없이 일하는 것이다. 


  방통대학교의 등록금은 343,800원이다. 등록금으로 생각하기엔 터무니 없이 작다. 그래서 좋다. 다니던 인하대의 등록금 중 얼마를 환불받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한 학기 등록금으로 3, 4학년은 충분히 다닐 수 있을 것이다. 35만 원이 조금 안 되는 이 돈을 내기까지 나는 정말 많은 시간을 돌아왔다. 이제는 바라보는 방향으로 걸어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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