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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유 Oct 03. 2024

새벽 꽃시장, 내마음 속 규칙

    




얼마 전, 새벽일찍 꽃시장을 다녀왔다. 이번엔 수강생과 함께였다. 수업이 많지는 않지만 가끔 정규 클래스가 생기면 난 정규클래스 중 한번은 꼭 수강생과 시장 투어를 한다는게 나만의 규칙이다. 이 규칙을 만들게 된것은 사실 아주 단순한 이유에서 시작했다. 처음 혼자 꽃시장을 갔을 때의 그 떨림은 지금도 생생하다 내성적이고 부끄럼 많았던 내게, 새벽 꽃 도매시장은 꽤 큰 도전이였다. 그 꽃시장 앞에 주차장에 들어가는길에 심장이 두근거렸던 그 느낌은 지금도 느껴진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것 아닌 일인데, 그때는 왜 그랬는지 웃기기도 하다. 


처음 꽃시장 갔을 때의 그 떨림을 생각하면서, 수강생들과 함게 시장을 다녀오는 건 내게도, 그들에게도 작은 위로가 되는 일이다. 그래서 항상 정규 수업이 시작되면 수업 중간 쯤 시장 투어를 제안한다. 그들도 시장의 생생한 풍경을 보고 직접 꽃을 고르는 경험을 직접 해봄으로써 스스로 잘 할 수 있게 되기에 난 항상 뭐든 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나도 함께 다니면서 꽤 많은 꽃들을 또 사들고 돌아온다. 


사실, 그날도 다음날 있을 수업 재료는 다 준비 되어 있었다. 이미 다음날 쓸 소재는 완벽하게 준비해두었고, 굳이 더 사지 않아도 되었었다. 그런데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꽃들을 마주할 때마다 "이건 정말 예쁜데, 이걸로 바꾸면 더 좋을 것 같아"라는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꽃을 고르다 보니 어느새 내 품안에 꽃이 한가득이다. "이번엔 꼭 진짜 필요한 것만 사고 와야지"라고 마음 먹지만 꽃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참새가 방앗간에 가듯, 모든 다짐은 허사가된다. 예쁜 꽃 앞에서는 욕심을 부리지 않을 수 없다. 


새로운 소재들을 보며 또 마음이 움직인다. 아 이걸로 바꿔서 수업을 하면 더 멋질 텐데... 나도 모르게 손이 가는 꽃들은 대체 왜 이렇게 예쁜 건지. 이미 준비한 꽃을 두고, 더 좋은 소재를 보고나니 마음이 흔들려 결국 계획을 전부 수정했다. 더 좋은 재료로 수업하고 싶은 마음, 좀 더 완벽하게 하고 싶은 욕심은 늘 나를 따라다닌다. 이게 공방을 운영하면서 느끼는 기쁨이자, 어쩌면 끝없는 도전 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새벽시장을 돌아다니며 수강생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은 처음 보는 꽃들에 눈이 반짝이고, 나는 그 모습에 예전의 내 모습을 떠올린다. 첫 방문을 한 그들을 위해 당장 필요한 꽃들을 추천해주며 꽃을 고른다. 


꽃시장에서 필요 이상의 꽃을 사며 내 자신을 돌아보고, 또 수강생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내가 얼마나 이 일을 사랑하는지 새삼 깨닫는다. 꽃을 통해 누군가에게 기쁨과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 그 과정에서 나도 성장한다는 것이 내가 공방을 운영하는 이유가 아닐까


사실 공방을 운영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까"이다. 그런데 그 고민의 답은 매번 꽃시장에서 찾게 된다. 꽃은 정답이 없다. 내가 예쁘다고 생각하면 그게 정답이다. 꽃을 고르는 것도, 공방을 운영하는 것도 결국 내가 어떻게 느끼느냐에 달려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수많은 감정들 처럼 공방을 운영하는 일도 똑같다. 무리하지 않고, 나만의 규칙을 세우고, 그 속에서 조금씩 나아가면 된다. 처음에는 낯설고 두려울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나만의 리듬이 된다. 


처음에 공방을 운영하는 것이 잘하는 일인지 두렵고 걱정이 많았다. 중간 중간 고비도 많았고, 고민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나만의 속도로 천천히 나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꽃을 고르는 것도, 수업을 준비하는 것도, 시장을 돌아다니는 것도 결국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그 안에서 내가 행복하다면 그게 가장 큰 성공이 아닐까. 


새벽부터 시작된 꽃시장에서의 하루는 결국 내게 새로운 다짐을 하게 만든다. 오늘도 나만의 방식대로, 나만의 속도로 공방을 운영해 나가야겠다고. 그리고 그 속에서 나도, 수강생들도 조금씩 더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된다. 


이글을 읽는 분들도, 혹시 어떤 일을 고민하고 있다면 너무 부담스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꽃을 고르듯이, 마음이 가는 대로 천천히 나아가다 보면 어느 새 그 길에서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꽃시장처럼, 공방도, 내 일도 결국 나만의 방식으로 꾸며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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