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아침, 운동회 날이라 신난 아이는 평소보다 더 활기차게 등교 준비를 한다. 오늘은 학교 운동회가 있어서 그런지, 옷을 입는것도, 아침을 먹는것도 평소보다 더 척척 해낸다. 아이가 그렇게 신이 난 것을 보니 나도 덩달아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다. 진짜 이제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같으면 아침에는 등교 준비로 소리를 지르고, 집이 난리가 났을 텐데 이제는 알아서 잘 하니 내 시간이 더 늘고 있다는게 새삼 고마워진다.
등교 준비를 시켜놓고 난 강아지와 함께 잠깐의 아침산책을 나선다. 혼자서 잘 하기 시작하면서 아주 잠깐 그 시간에 집앞에 바람을 쐬곤한다. 아침 하늘을 보고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춰볼 수 있는 그 시간이 좋다. 강아지와 잠깐 산책을 하면서 오늘 하루의 일정을 떠올린다. 오늘은 아이의 운동회에 오전에 참석하고, 오후에는 학원에 데려다 주고나서야 공방에 잠깐 출근 할 수 있다. 조금 바쁜 날이지만, 그래도 이 평범한 일상이 주는 안정감은 나를 위로한다.
사실, 평소 같았으면 아이와 남편이 출근하고 등교하고 난 뒤에는 오전에는 나만의 시간을 즐겼을텐데.. 공방에서 수업이나 혼자 작업을 하거나, 집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커피한잔과 독서나 혼자만의 공부를 하며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 시간이 은근 소중한 시간이다. 오늘은 아이의 운동회날이라 그 시간이 부족해서 좀 아쉽지만 가을 아침의 바람을 맞으며 운동장에서 신난 아이를 볼 생각에 마음이 설레기도 한다. 응원단장이라고 신나게 등교한 아이의 뒷모습이 생각난다.
오늘도 오후에는 공방에서 잠시나마 내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아이를 학원에 데려다준 후, 공방에 가서 드라이플라워를 만지며 잠깐의 휴식을 즐길 시간이다. 이곳에서 나만의 리듬으로 하루를 채워가고 마음의 여유를 되찾는다. 오늘은 주문해주신 제품을 배송을 보내는 날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내 일을 하면서도 나만의 공간에서 나를 돌아보는 순간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그래도 이 모든 것이 가능한건 우리 딸 덕분이다. 혼자서 척척 잘 해내는 덕분에 나는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그 시간 속에서도 나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아이가 자라면서 내가 잃어버린 것 같았던 시간들을 되찾고, 그 속에서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요즘 나의 가장 큰 기쁨이다.
가을 바람이 불어오는 오늘 같은 날, 문득 음악을 틀어놓고 커피 한잔 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이가 자라고, 나도 그 속에서 조금씩 성장해가는 이 과정이 어쩌면 나에게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아이를 키우며 바쁘게 살아온 이시간이 이제는 조금씩 여유로워지고 있다. 그 과정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돌보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더 이상 남들과 경쟁하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리듬대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아이가 자라면서 내게 주어진 이 시간들이 참 고맙고, 그 덕분에 오늘도 나만의 방식으로 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엄마들에게 전하고 싶다. 우리도 나만의 시간을 가져도 괜찮다고, 아이가 자라는 만큼 우리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때로는 바쁘고 힘들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는 나만의 속도로 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그 자리에서 그렇게 조금씩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