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3대 거짓말 중 하나인 유튜브 채널 개설을 실행으로 옮긴 건 2019년 10월의 일이다. 사진이나 영상 편집에는 늘 흥미를 느껴왔고, 평범한 날이든 특별한 날이든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곤 했으니 의외의 결정은 아니었다.
내가 엄청난 관종이라서 영상을 누군가에게 꼭 보여주고 싶거나, 유튜브를 통해 수익을 내서 n번잡을 만들거나, 혹은 영상 편집에 정말 자신 있어서 유튜브를 시작한 건 아니다.
클라이밍 발전기를 어딘가에 기록하고 싶었다. 클라이밍을 시작한 2019년 5월부터 핸드폰에 저장된 영상이 늘어났고, 편집 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횟수도 증가했다. 동시에 인스타그램 1분 업로드에 대한 한계도 느꼈다. 몇 년 전 유튜브에 올린 여행 편집 영상의 조회수가 100을 채 넘기지 않는 것을 보면서,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더라도 사람들이 많이 찾아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다. 그래서 더 부담 없었다. 클라이밍을 하면서 '아! 지금 이 상황은 이렇게 편집하면 재밌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그 아이디어를 마음껏 발산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주 1회라도 올려보자
이 채널은 나의 클라이밍 일기이기 때문에 화려한 편집 기술도, 콘셉트 기획도 전혀 필요 없었다. 그저 주 1회 정도, 그 주에 운동한 내용을 폰으로 대충 편집해서 올리면 그만이다. 무덤덤하게 매주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누가 봐줄 리 없다. 조회 수는 10 정도 나왔다. 그것도 거의 지인이었을 터.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었지만 마음 쓰지 않았다. 처음부터 조회수를 노리고 시작한 유튜브는 아니니까. 나의 운동 기록을 보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중에 영상들이 쌓였을 때 나의 클라이밍 실력이 늘어나고 있음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그렇게 3~4개월쯤 지났을까. 아주 서서히 조회수가 오르기 시작했다. 알고리즘으로 떡상하고 그런 게 아니라 정말 천천히. 초반에는 몇 주가 지나도 조회 수가 잘해야 20이었는데 몇 달이 지나자 올린 당일 조회 수가 20~30회를 넘어섰다. 조회 수 100을 넘긴 콘텐츠도 나왔다. 티끌만큼 아주 미세하게, 천천히 조회 수가 오르고 있다는 게 좋았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계속 올리며 편집도 조금 더 가미했다(순전히 나 재밌자고 한 편집이었다) 그렇게 또 몇 달이 흐르자 영상들의 평균 조회 수가 100~200대로 올랐다.
유튜브 채널 메인 페이지
시그니처 콘텐츠가 나왔다
2020년 5월, 클라이밍 시작 1년을 기념해 1년 전과 현재를 비교한 영상을 올렸다. 1년 동안 주 3~4회씩 꾸준히 클라이밍 하면서 차츰차츰 실력을 쌓은 나 자신이 뿌듯했기에 특별히 아끼는 마음을 담아 편집했다. 비록 썸네일도 없는 허접한 편집 영상이었지만 진심이 닿은 걸까? 아니면 ‘클라이밍 1년의 기적’이라는 타이틀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일까? 기존 영상들에 비해 조회수가 빠르게 올랐다. 올린 지 며칠이 안 돼 조회 수가 몇 백을 돌파하고, 한 달이 지나자 1천 회를 돌파하고 댓글도 꽤나 달렸다. 내 생애 유튜브 조회수 1천 회 돌파하는 날이 오다니?! 비슷한 시기에 구독자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래 봐야 구독자는 200명 정도였지만. 그래도 정말 기뻤다.
완벽한 우상향을 그리고 있는 시청시간 그래프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
이 시그니처 콘텐츠는 올린 지 약 8개월 만에 조회수 1만을 돌파했고(흔히 말하는 유튜브 떡상 까지는 아니다) 이후로 올리는 영상들은 이전보다 조회수가 많이 나왔다. 업로드 하루 만에 200~300회를 넘기는 등 조회수 올라가는 속도가 서서히 빨라졌다.
유튜브 영상은 처음 올린 후 48시간 정도가 중요하다고 한다. 초반 화력이 있어야 탄력을 받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된다고 하는데, 이 말은 결국 구독자들이 얼마나 내 영상을 열어보고, 지속해서 시청하고, 좋아요나 댓글 등의 리액션을 하는지가 이후의 노출을 결정한다는 의미다. 내 채널의 구독자는 몇 안됐지만 허수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구독자 수 대비 인터랙션이 활발했다. 영상을 올리자마자 시청해주신 구독자분들 덕을 많이 본 것 같다.
이제 영상을 올리면 몇 시간 만에 조회 수가 300~400으로 올라가고, 2~3일 만에 1천 회를 넘어서기도 한다. 8%면 평타 이상이라는 노출 클릭률도 꾸준히 8~9%, 잘 나오면 10~20%를 유지하고 있다. 클라이밍 영상을 찾아보는 사람들에게 내 영상이 추천으로 많이 뜨게 됐다. 가끔 볼더링 원정을 가거나, 홈암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와서 '르미티비님 아니세요'라고 묻는다. 온라인에서 나의 운동 여정을 기록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 오프라인에서 다른 클라이머들과 나를 연결해 주고 있다.
구독자 분들과 우연히 만나 기념 사진 촬영
떡상은 없다
1년 8개월 동안 영상 115개를 올렸다. 한 달에 5.7개, 주 1회 이상 올렸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오랜 시간 꾸준히 영상을 올렸는데 그동안 떡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알고리즘 떡상이 일어나면 금방 구독자 수가 늘고 조회수가 몇 만으로 치솟는다고 한다. 대부분 몇 달 꾸준히 운영하면 한 번쯤은 떡상의 기회가 온다고 하던데, 나에겐 없다. 매주 운동을 하고, 그 기록을 주 1회씩 올리고 있는 이 개미에게는 떡상이 오지 않는다. 한 번의 대박으로 큰 기회를 얻는 유튜버들이 부럽지만, 조금씩 채널을 키워 가고 있는 개미 같은 나의 꾸준함 또한 누군가에겐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꾸준함을 지켜 나가는 것이 떡상보다 더 힘든 일이고, 그것이 나의 무기가 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