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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미 May 10. 2019

수학도, 클라이밍도 기초가 중요하다

2년만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클라이밍

5월 8일 클라이밍(인공 암벽) 1회차 수업 시작!


실내 클라이밍을 다시 시작한 건 2년 만이다. 2년 전에 3개월 배우고 그만 뒀으니, '다시 시작'한 게 아니라 그냥 '시작'했다고 봐도 무관하다.


2년 전 다녔던 센터는 젊은이(?)들이 많았고, 강사도 젊은이였는데 주로 볼더링(bouldering)을 중심으로 문제를 깨느냐 못 깨느냐에 초점을 둔 수업이 이루어지곤 했다.

*볼더링 : 스포츠클라이밍의 한 종목으로, 로프 없이 바위 덩어리를 오르는 행위. 같은 색상의 홀드를 잡거나 밟고 올라 가는 규칙이 있음


승부욕의 화신이라 불리는 나는 볼더링이 좋았다. 그냥 러닝머신 위에서 뛰거나 나홀로 근력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깨고, 목표 지점까지 올라야 하는 볼더링은 완전 내 스타일이었다. 다른 사람은 실패했는데 나만 성공했을 때의 쾌감, 몇 주 동안 못 깨던 문제를 풀고 성공했을 때의 뿌듯함! (볼더링 하는 걸 '문제를 푼다'라고도 표현한다.) 목표지향적인 나는 매일 볼더링 하는 재미에 푹 빠졌었다.


재밌게 하던 클라이밍을 그만둔 건 이직을 하면서 퇴근시간 변동이 생긴 이유도 있지만 사실 진짜 이유는 '늘지 않는 실력' 때문이었다. 누군가 내게 클라이밍 실력에 대해 물어오면 나는 "첫 날 제일 잘했어"라고 얘기를 한다. 농담 같은데 진담이다. 손아귀힘과 악으로 깡으로 어떻게든 도착 지점까지 가려고만 했던 나는 문제를 잘 푸는 학생이었는지는 몰라도, 클라이밍을 잘 하는 학생은 아니었다. 그동안 그나마도 볼더링에 성공했던 것은 다 거품이었을 뿐. 기초가 없으니 실력이 늘지 않았고 점차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 나는 결국 클라이밍에 흥미를 잃어버렸다.


클라이밍 1일차 초보. 파란색 홀드만 잡거나 디뎌야 한다. 이 문제의 이름은 '구름 위의 산책'이다.


2년만에 새로 등록한 클라이밍 센터는 기초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클라이밍 교육기관이라고 봐도 좋다. 오랫동안 클라이밍을 해온 강사분들이 전문가의 포스를 뽐내며 기초부터 차근차근 알려 주신다. 이전 센터에서 흘러나오던 힙합 음악도 나오지 않는다. 고요한 실내 암벽장에서 클라이밍 용어와 자세 등에 대한 코칭이 이루어진다.


수업 첫날은 간단히 몸을 풀고 기본 자세에 대해 배우는 것으로 시작했다. 암벽에 오를 땐 일어서지 않는 것이 좋고, 팔은 쭉 펴고 다리를 구부려야 한다. 홀드는 엄지 발가락으로 디뎌야 한단다. 이런걸 따지며 하다보니 성공하는 게(코스를 끝까지 가는 것) 쉽지 않다. 쉬운 코스인데도 발을 디뎌야 할 위치를 알려주지 않으면 뚝 떨어진다. 아 내가 이정도였구나. 덧셈, 뺄셈도 못하면서 방정식을 풀려 했던 지난 날들에 대한부끄러움이 밀려 온다.


다음 순서 홀드 잡으랴, 발 디딜 곳 보랴, 자세 생각하랴,, 이러다가 금방 떨어져 버린 클라이밍 1일차


덧셈, 뺄셈부터 시작해야 하니 앞으로 갈 길이 참으로 멀지만, 한편으로는 기대도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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