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사랑, 사랑

너를 마주하기까지

by Yimhyehwa




출근길에 곱게 황갈색이 든 매미를 보았다. 건물 옆 나무에 붙어 매달려 있었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성충의 생이 그렇게 저문 듯했다.


매미를 잡아본 적이 없다. 어릴 적에 형의 장난으로 매미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내가 잘 때 형이 미간에 매미를 올려놓고 도망친 적이 있었다. 세차게 울던 매미 때문에 잠에서 깼고, 그때의 공포가 정신을 지배했다. 매미가 방충막이나 창문에 달라붙어 배와 다리를 보일 때면 마치 나를 누르고 앉아 있는 것만 같아 몸서리쳤다. 그렇게 죄 없는 매미를 멀리하게 되었고, 우리는 결코 가까워질 수 없었다.


하지만 성충이 된 매미의 생애는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유충일 때 대부분 죽음을 맞이하는 매미는 어두운 땅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고의 세월을 보낸다. 작디작은 그것이 모든 일을 이겨내고 나무에 올라 마지막으로 껍질을 벗고 나올 때 또다시 죽음이 드리운다. 기어코 살아 껍질을 벗고 어엿한 모습을 할 때부터 매미는 울고 또 운다. 더 크게, 더 악착 같이 소리를 내며 암컷을 찾는다.


소화기관이 발달하지 않은 매미는 나무에 매달려 소량의 수분만 섭취하며 에너지를 유지한다. 또 울고, 암컷을 찾으며 마지막 순간을 향해 자신을 던진다. 그렇게 기적처럼 짝을 만나 사랑을 하고, 번식 활동을 끝내면 생을 마감한다. 매미는 사랑하기 위해 태어나고 사랑하기 위해 울어대며 사랑을 하며 세상을 떠난다. 나는 의 뜨거운 생애가 모두 사랑의 서사였음을 까마득히 잊고 살았다.


내가 느껴본 감정 중 가장 어려웠던 게 사랑이었다. 알아차렸을 땐 눌러 담을 수 없었고, 좋아한다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았다. 식기 전에는 데일 정도로 뜨겁다가 식었을 때는 형체만 남은 돌덩이 같았다. 이 모든 감정은 사랑이란 라벨을 붙여야 성립이 되는 공식 같다가도, 무언가 남은 감정을 헤집어 보면 민과 동정도 섞여 있었다.


어설프게 잡히는 감정에 휘둘리기 싫어 내색 한번 못했고, 자칫 불쾌와 부담을 줄까 봐 그림자로 변하고는 적당한 때에 사라지는 게 주특기였다. 행여 들키면 그나마 을 맴돌 수 있었던 기회마저 뺏기는 게 무서워 무심히 겨울을 살아냈다. 춥고, 외롭고, 아프지만 퉁퉁 부은 손으로 작은 불꽃을 에워싸고 있던 나를 알았을 땐, 더 빨리 끝내지 못했던 어리석은 나를 탓하게 만드는 사랑을 오하기도 했다.


인생의 곳곳에서 풍파를 일으켰던 사랑이 새롭게 다가온 건 서른 중반, 결혼을 하면서부터다. 가진 마음이 넓고 깊어 쭈뼛히 볼 품 없던 나의 마음 한 구석까지 예쁜 색으로 만들어 주는 아내와 살면서 평범한 오늘이 내일을 또 일어나게 만드는 가장 강한 힘란 걸 알게 되었다.


안녕을 묻고, 무사히 퇴근을 알리고, 집밥을 챙겨 먹었고, 날이 좋아 산책 중이란 소식에 괜스레 안도감을 느끼는 그 순간이 작지만 누구도 줄 수 없는 특별한 임을 일깨워 었다.


사랑, 나는 이제 그것에 앓지 않는다. 나에게 맞는 온도로 일상의 반복을 살며 지키고 다듬는다. 짙고 강렬한 감정들 사이에서 이제야 너를 온전히 마주한다. 시작과 끝만 있을 거라 믿었던 너는 숨이 멎는 날까지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