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함께해 줘
가끔은 말입니다.
나의 속 깊은 심정을 다 말하고 싶어서
작정을 하고 열변을 토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 말을 버벅대고, 중심도 잃고, 사족만 늘어
어느샌가 광기 어린 눈만 뜬 괴물이 됩니다.
손짓이 커지고, 말의 방향이 이렇게 저렇게 바뀌고,
분명 시작은 거기가 아니었는데 더 오래전 얘기까지
끌고 와서, 나란 사람을 샅샅이 파헤쳐 뜯은 후,
이 정도면 내 마음을 알겠지 하며 으름장을 놓습니다.
무슨 일로, 무엇 때문에
화가 났고, 안 좋았고, 서글펐는지
이제는 말하는 나도 갈피를 못 잡고,
낯 뜨거운 존재가 되어 부르르 떨기만 합니다.
그럴 때는 꼭 신기한 일을 겪는데,
주변이 옅게 변하고 사람들 시선도 마치 별 것이 아닌 듯 의식하지 않게 되고, 나의 소리만이 가장 짙고 넓게 공간을 메우고 있습니다.
돌아서면 후회할 거면서, 부끄러운 마음에 다시는 그곳에 갈 엄두도 못 낼 거면서 세상 모든 사연은 내가 다 집어삼키고는 잡소리만 늘어놓습니다.
그때마다 보였습니다. 이 무료하고 텁텁한 이야기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내 쪽으로 몸을 기울여 술잔을 넘기는 당신의 왼 손과 그늘진 목덜미를 보았습니다.
나의 이야기가 쓴 맛을 더했는지, 나만큼 아픈 얼굴로 많이 힘들었겠다며, 술 한잔을 따라주며 무언의 위로를 건네는 당신의 조심성이 전해지면서 나의 감정도 고도를 낮춰 제자리로 착륙합니다.
당신을 알게 해 준 세상과 우리를 이어준 어느 우연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가 이날 이때껏 잘 살아온 덕분에 당신 같은 좋은 사람을 곁에 두었나 싶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오늘을 잊지 않고 내일은 더 열심히, 선하게 살아보고자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