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께 어찌 원망을 하겠습니까
이번 추석은 연휴가 참 길었습니다. 공휴일과 휴일이 모두 이어지면서 2주를 내리 쉴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바빴던 일상이 멈추고, 누리지 못했던 여유에 파묻혔습니다. 통증이 더해져 아픔이 더해진 허리 때문에 모든 자세마다 신경이 곤두섰지만 마음에 쉼이 생기니 불편한 몸에도 기력이 생깁니다.
누군가는 분주히 생계를 이어갑니다. 땀방울마다 돈의 가치를 매기는 현장에서 쉴 틈 없이 일하고, 일상의 피로는 더 쌓여갑니다. 같은 하늘 아래 우리는 각자의 사정과 이유로 분리된 시간을 보냅니다. 조금 더 나아지길 바라며, 지금보다 편히 행복하길 바라며, 밝게 비추는 밤바다의 달을 따라 고개 숙여 기도하고 희망을 쏘아 올립니다.
나도 추석 때 당신을 우러러봤습니다. 올해도 다른 날보다 크고 빛난 모습으로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딸에게 소원을 빌자며 소곤소곤합니다. 눈을 감고 웃음을 지으며 마음을 전하는 두 사람 틈에서 차마 눈을 감지 못하고, 멈춰 섰습니다. 원하는 것들을 문장의 끊음 없이 하소연하듯 말했던 내가 떠올라 부끄러웠습니다.
당신은 무한한 지름과 넓이로 모두의 뜻을 담고 품어 주셨을 겁니다. 거기에는 나의 숱한 욕심과 굳은 결심 뒤의 비겁한 번복과 스스로를 포기했으면서 남을 헐뜯었던 세월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습니다. 염치없이 건강과 행복을 빌어 보려다, 함부로 쏟아냈던 원망이 몇 천 개의 빚으로 되돌아올 것만 같아 "삶을 주셔서, 끝끝내 지탱하고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얼버무렸습니다. 그때 당신의 표정을 볼 면목이 없어, 눈을 질끈 감고 두 손을 모았을 뿐입니다.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삼 개월 남짓 남은 시간이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또 무엇을 이뤘는지 세차게 묻습니다. 똑같은 후회와 미련을 남긴 것 같아 자책을 하며 걷다가 밤길 사이로 비추는 그림자를 보니 하나 아닌 셋이 사이좋게 부대껴 또 다른 하나를 만들어 냅니다. 나는 그것으로 오늘은 무엇을 하며 보낼지, 내일은 어떠한 마음으로 살아갈지 큰 마음을 먹고, 작은 일부터 하나씩 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 마음이 닿을 곳을 찾아 헤매다 이제야 글로 적어 띄웁니다. 몇 달이 안 되었지만 필명을 짓고, 생각을 글로 옮겨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여기에 오롯이 나의 진심만을 담고 싶습니다. 나를 향한 울림이 누군가에게 감정의 배설이 되지 않게 차곡히 조심히 정성으로 빚고자 합니다.
부디 이 행위만은 계속되길 나지막이 빌겠습니다. 당신은 그저 컴컴한 틈새마다 빛을 켜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그 빛을 따라 걷겠습니다. 흔들림을 붙잡고, 떠안은 불안을 경험으로 맞서며 힘을 내겠습니다. 오르막이든 내리막이든 곳곳마다 숨겨진 보석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일어서겠습니다. 너무 큰 욕심을 들킨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문장을 고쳐 쓰지 않고 두 손을 모았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