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대, 새로운 시작 2

취업준비 편

by 필경

존경하는 작가 '버지니아 울프'는 이렇게 말했다.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경제적 독립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작가는 각고의 노력 끝에 책이라는 작품을 창조한다. 작품은 곧 수입과도 직결된다. 수입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다. 글로 벌어먹고 살 수 없다면 이는 직업이 아닌 여가 생활에 지나지 않다. 수입원 외에 오롯이 집필에 집중할 수 있는 자기만의 공간도 필요하다. 허나 내 수중엔 두 가지 요소 모두 담겨있지 않다.



나의 꿈은 작가다. 이 나이에 아직도 꿈이 있나 싶게 '작가'라는 단어만 들어도 눈이 초롱초롱해지고 기도하듯 두 손이 절로 모아진다. 늘 마음 한켠에 품고만 있다가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시간적 여유가 생겼고, 서서히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일명 '작가 되기 프로젝트'. 첫 번째는 '직업 갖기'다. 엄밀히 말하자면 작가로서 내 작품으로 수입을 벌어들이기 전까지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 그 능력으로 생활비를 벌고 경제생활을 실천할 수 있는 직업을 갖는 것이다. 다년간 경력 단절의 삶을 살다가 다시 직업을 찾으려니 여간 쉬운 게 아니었다. '내 손으로 다시 돈을 벌 수 있을까? 사회생활을 버텨낼 수 있을까? 이 나이의 나를 누가 고용하지?' 등등. 고민에 고민은 거듭되고 스스로도 확신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 내어 경제적 독립을 실천해야만 했다.



'취업', '고용', '경력단절' 등의 키워드로 인터넷에서 검색하다 지역여성취업센터에서 경력단절 여성들을 위한 취업 프로그램 모집요강을 보게 되었다. 여러 분야의 직업 교육 프로그램이 시행될 예정인데 그중 눈에 띈 것은 'AI·SW 인재 양성과정'이었다. 전공 관련 분야는 아니지만 프로그램명을 본 순간 '배우고 싶다. 왠지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강한 욕구가 솟아올랐다. 더구나 요즘 AI시대라고 일컬어지는 만큼 알아두면 좋을 듯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라고 다음 날 바로 센터에 방문해 서류를 작성하고 담당자 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간단한 인적사항 및 자기소개서 등을 작성하는데 어느 한 부분이 시야를 사로잡는다. '자격증'란이다. 일전에 봐둔 어학시험 자격증은 이미 유효기간이 만료되어 무용지물이고, 그나마 있는 자격증이라고는 운전면허증 밖에 없었다. 부끄러움이 몰려왔지만 짐짓 태연한 표정으로 한 글자씩 꾹꾹 눌러가며 운. 전. 면. 허. 증이란 단어를 적었다. 담당자분께 수업 관련 설명을 듣고 최대한 밝게 웃으며 성실히 수업에 잘 참여하겠다는 다짐까지 표하고는 센터를 나왔다. 지금으로서는 이것이 내 동아줄이고 작가가 되기 위한 관문을 통과하는 여정 중 하나이기에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며칠 후, 교육생 확정 합격 문자를 받았다. 그동안 느꼈던 취업에 대한 막막함과 두려움 대신 새롭게 뭔가를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이 생겼다. 구인 공고가 실린 신문, 웹사이트를 들여다보며 한숨만 푹푹 쉬던 나와는 이제 안녕이다. 혹시라도 재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이 있다면 관할 지역 취업센터를 방문해서 상담을 받아보길 권한다. 나이가 많아서, 자격증이 없어서, 전공이 아니라서 등 이유를 대자면 수도 없이 많은 것들이 '취업' 앞에서 우리를 좌절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면 길은 있다. 그 여정에 불을 밝혀줄 전문가들이 구직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 이수 후 자격증을 취득할 예정이다. 이제 이력서에 운전면허증 외에도 또 다른 자격증을 새겨 넣을 수 있다는 기대에 한번 더 잘 해내겠다는 다짐을 새겨본다. 수입을 차곡차곡 모아서 어느 정도 경제적 독립이 이뤄지면 자기만의 방 즉, 나만의 작업실도 갖출 수 있겠지.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을 상상해 본다. 나의 중년으로 살아내기는 희망이라는 색깔로 또 한 번 물들어 간다.



매거진의 이전글새로운 세대, 새로운 시작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