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대, 새로운 시작 1

건강 편

by 필경

언제나 청춘일 줄 알았다. 꾸미지 않아도 싱그러움이 묻어나던 시절. 밤새 놀고 마셔도 취하지 않던 시절. 아무리 달려도 턱밑까지 차오르는 숨을 가뿐히 몰아쉬던 시절이 있었다. 어느덧 세월이 흐르고 중년 초에 접어든 지금은 어떠한가. 때늦은 남편의 퇴근을 기다리다 밤 10시만 넘어가도 꾸벅꾸벅, 술 몇 잔만 마셔도 다음날 숙취로 하루 종일 어질어질. 화장기 없이 외출하면 어디 아프냐는 물음에 멋쩍은 미소를 짓는다. 동네 산책만 다녀와도 다리가 제대로 붙어 있는지, 무릎은 제 구실을 하는지 확인한다.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온다. 책을 몇 장만 읽어도 눈이 침침하다. 안구건조 탓에 바람 불고 건조한 날씨엔 사연 많은 사람처럼 눈물샘이 마를 날이 없다. 마음은 새싹인데 몸은 고목이다.



세상 누구보다 튼튼하게 살다 마흔에 들어서니 몸에 좋다는 음식, 운동법, 영양제 등을 자주 검색하게 됐다. 또래 연예인이나 주변인의 발병, 돌연사 등 소식을 접하는 날에는 내 일처럼 우울하고 걱정이 앞섰다. 가끔은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을 거라는 믿음도 떨어지는 낙엽처럼 흩어져 버렸다. 어느 날은 땅이 꺼져라 한숨 쉬는 나를 보던 한 친구가 일침을 가했다.

“걱정도 풍년이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뭘 그리 전전긍긍해? 그럴 시간 있으면 나가서 운동장이라도 돌아.”

그날 나는 잡생각이 사라질 때까지 운동장을 미친 듯이 달렸다. 체력장 때 높은 점수를 받으려고 기를 쓰며 뛰던 중·고등학교 시절 이후 처음이다. 온몸이 후끈후끈, 터질 것 같은 다리. 다음 날 근육통이 쓰나미처럼 밀려왔지만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이때부터 천변을 달리기 시작했다. 꾸준히 시도한 결과, 어느새 체력이 생기고 체중도 감량되었다. 건강 고민, 죽음에 대한 걱정도 사라졌다. 눈에 띄게 생기 넘치고 자신감으로 가득 찼다. ‘최고의 성형은 다이어트’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그렇게 꽃중년으로 거듭나려던 찰나, 나의 운동 프로젝트는 갑작스레 막을 내렸다.



한때 온 세상을 격리상태, 각자도생의 길로 이끈 그 이름, 코로나19.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40도가 넘는 고열, 갈퀴로 목을 파내는 것 같은 통증, 옆에서 통마늘 10알을 씹어 먹고 얘기해도 느껴지지 않는 후각, 기침할 때마다 온몸이 앞뒤로 요동치는 통에 갈비뼈가 떨어져 나간 듯한 고통. 두 번을 연달아 걸린 코로나로 체력은 고갈됐고 의지는 전소됐다. 식음을 전폐하니 기력이 쇠약해져 침대 위 잉여인간으로 전락했다. 그렇게 버티며 겨우 회복하고 나니 신기하게도 후각이 되살아났다. 전어 굽는 냄새에 돌아온 집 나간 며느리처럼 음식 냄새를 따라 길 잃은 식욕도 제자리를 찾았다. 그동안 못 먹고 버틴 게 억울했는지 먹고 싶은 음식들이 잔뜩 생각났다. 체력 보충이라는 명목 하에 쉴 틈 없이 음식물을 섭취했더니 무서운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다이어터들이 제일 기피하는 ‘요요현상’. 덕분에 뱃속에 인덕만 쌓여 후덕해지고, 게으름도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운동과 식단을 신경 써야 함에도 이미 달콤한 음식을 맛본 뇌와 혀는 돌아갈 길을 잃은 모양이다. 얼마 전 BMI(체질량지수)를 측정한 결과, 운동과 식단 병행이 시급하다는 결과를 받았다. ‘할까? 말까?’라는 고민은 체지방만 더 쌓이게 할 뿐이었다.



하루하루 시간이 갈수록 몸에서 신호가 온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으면 똑바로 살라고. ‘오늘까지만 먹고 내일부터 진짜 관리 시작이다.’라고 다짐만 하다 차일피일 미룬 게 벌써 1년이다. 어쩌면 거창한 시도보다 소소한 습관들이기가 더욱 필요하지 싶어 다시 계획을 세웠다. 하루에 물 8잔 마시기, 20분씩 동네 산책하기, 5층까지는 계단으로 걷기 등 꼭 실천할 수 있는 항목들로. 그리고 한 달에 20일 이상 실천하면 나에게 소소한 보상을 해주기로 했다. 1년 후에 나는 얼마나 건강한 모습일지 내심 기대해 본다. 아직도 하고 싶은 일, 먹고 싶은 것들이 많은 나이. 살 수 있는 날까지 좋다는 것들은 누리고, 행하며, 맛볼 수 있기를. 그날을 향한 나의 ‘중년으로 살아내기’는 오늘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