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마른 세상은 희고도 까만 숲
종지 위 물을 담아 나무를 심어요.
좁쌀 같은 열매가
단단히 여물어
알알이 차올라
눈이 덮인 세상은 빨갛고도 노란 숲
가지마다 얽힌 손이 서로를 끌어당겨
종지 안 품으로 녹아내려요.
밀알 같은 희망이
혈류를 타고 번져나가
눈이 열린 세상은 보랏빛 푸른 숲
계절의 흐름과
숨결의 깊이와
존재의 윤곽으로
우리가 서로에게 있고 없음은
눈이 마른 세상
눈이 덮인 세상
눈이 열린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