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맛

by 필경

당신 앞에 활자가 얽히고설킨 글밥 한상이 차려졌다.

작가의 스타일대로 차려진 상과 당신의 구미에 맞는 상. 어느 상을 택할 것인가?


작가의 스타일과 독자의 선호가 운 좋게 맞물렸다면 아마도 최고의 상으로 각인될 것이다. 반면 작가가 열심히 공들여 차렸는데 독자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외면받을 확률이 다분하다. 독자의 입맛에 맞긴 하는데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이 또한 평범한 인상에 그치고 만다.


글을 쓰다 보면 펜 끝에 번뇌가 똬리를 틀고 앉아있다. 독자를 사로잡으려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다 방향을 잃기도 하고, 허우적대다 나아가지 못하고 끝나는 날들도 허다하다. 미각을 상실해 처음의 의도와 다른 맛이 구현되기도 한다. 글의 맛을 극대화하기란 왜 이다지도 어려운지.


경지에 이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계속 쓰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될까? 작품의 풍미가 깊어지는지, 독자를 위한 글인지 아니면 본인 만족을 위한 과시용인지 작가 스스로 판별할 수 있을까? 작가가 아무리 정성을 다한들 독자를 붙들지 못하면 식어버린 떨이용 음식에 지나지 않을 텐데.


작품이 떨이용 상품으로 전락되어도 계속해서 쓸 수 있을까? 맛을 찾는 여정을 끊임없이 이어갈 수 있을까? 고민한다. 작가로서의 맛을 끌고 갈 것인가 아니면 독자를 끄는 맛을 좇을 것인가. 독자의 입장에서 나를 사로잡았던 글의 맛이 무엇이었는지 곰곰 생각해 본다. 그 발끝이라도 따라가고 싶다는 소망을 해본다. 작가와 독자의 연결고리. 그 맛을 찾고 싶다. 당신의 마음에 깊이 스며들 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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