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1] 글쓰기의 체화

by 필경

지난해 도서관에서 에세이 수업을 듣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종강 무렵, 브런치스토리에 기획안과 몇 편의 샘플 스토리를 제출한 후 운 좋게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한동안 브런치에 틈나는 대로 글을 게시했다. 에세이, 글쓰기에 관한 고충 등 머릿속을 넘나드는 생각들을 그러모아 흩어지기 전에 문장으로 박제시켰다. 매일 방문자 수를 체크하고 팔로우를 신청한 작가들의 브런치를 방문해 다녀간 흔적을 남겼다. 작가라는 호칭을 들을 때마다 아드레날린이 샘솟았다. 왕래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어느새 그들에게 내적 친밀감을 느꼈다. 그렇게 나는 브런치에 스며들었다.


브런치 입성 초기에는 기획안에 쓴 카테고리에 맞춰 글을 쓸 계획이었다. 그런데 애당초 예상과는 다르게 내키는 대로 글을 작성했다. 글을 게시하고 나면 ㅇㅇ님이 라이킷했습니다,라고 반응 알림이 울려댔다. 그 관심에 혹한 나는 알맹이 없는 글을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계속해서 올렸다. 관심에 목마른 글들과 라이킷에 눈이 먼 나의 브런치에서는 글의 향기가 나질 않았다. 에세이는 쓸수록 어렵게 느껴지고 손끝에서 느껴지는 걸리적거림이 자꾸만 글쓰기를 주춤하게 했다. 내가 쓰는 글을 에세이라 부를 수 있을까? 그저 삶에 대한 미련이나 푸념은 아닐까? 글은 쓸수록 는다는데 나를 위한 말은 아닌 듯했다. 급기야 브런치에 글쓰기를 중단했다.


그 후로 독서와 영화 감상 등 보고 읽는 것에 집중했다. 글 쓰는 행위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사유하는 시간도 사라져 갔다. 그때부터 불안을 느끼기 시작했다. 일상에서 오는 불안과 불만이 자꾸만 알 수 없는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주체를 잃은 일상을 살아간다는 게 어떤 것인지 나는 톡톡히 느꼈다. 동시에 글을 쓰고 싶은 간절함이 머릿속 한편에서 움트기 시작했다. 그렇다. 나는 쓰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람이었다. 외면하고 살아온 시간만큼 다시 용기 내어 글을 쓸 수 있을까.


끝을 맺지 못한 서신처럼 여백이 가득한 날들이 이어졌다. 글을 쓰다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잦았다. 나는 이 마음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지, 이럴 때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가는지 생각을 읽고 싶었다. 글쓰기 수업을 통해 알게 된 글벗들도 종강 이후로 왕래가 없어 계속해서 글을 쓰는지를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스터디를 만들어 일궈 나가자고 나설 성향도 아닌지라 온라인으로 눈길을 돌렸다. 때마침 책과강연 블로그를 알게 되었다. 며칠 후 백일백장 프로그램 신청자 모집 글이 올라왔다. 나는 망설임 없이 신청서를 작성하여 제출했다. 기다림 끝에, 글쓰기 애호가들을 한 자리에 만나게 됐다. 나에게도 서로 이끌어줄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것만 같았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본 설렘과 기대가 마음을 물들였다.


앞으로 100일 동안 글쓰기 수련을 거칠 예정이다. 나의 이번 프로젝트 목표는 글쓰기의 체화이다. 잘 쓰려고 욕심내기보다는 꾸준히 완주하는 여정을 시작하려 한다. 기획안도 작성했다. 글 속에 나를 얼마나 드러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허구의 삶을 인위적으로 꺼내진 않을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 삶을 관통하는 성찰의 시간이 될 거라 믿는다. 집, 카페, 도서관을 오가며 그 시간을 파일첩에 차곡차곡 채워나갈 내 모습을 살포시 그려본다. 거침없이 나아가다 위축되는 날이 와도 더는 물러서지 않을, 끝내 완주하게 될 100일 후의 나에게 오늘의 사명을 담은 서신을 전한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