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5] 천운의 행방불명

by 필경

너는 천운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래. 고등학교 시절, 친구 C가 해준 말이다. C는 그의 어머니가 사주를 독학 중인데 주변 사람들의 사주를 봐주고 있다고 말했다. 천주교 집안에서 사주라니. 나는 의아했고 C는 괘념치 않았다. 사람이 다른 사람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왠지 신빙성이 떨어져 한 귀로 듣고 흘렸다. 며칠 뒤, C는 나에게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를 알려달라고 했다. “엄마가 네 것도 봐준다고 물어보라셔.” 특별히 나를 생각해서 알아봐 주겠다는 C에게 나는 선뜻 응하지 못했다. 나도 모르는 미래를 누군가에게 들키는 것 같아 썩 내키지 않았다. 그렇지만 C의 호의를 저버리는 것 또한 마음에 걸렸다.


나는 일단 엄마에게 자초지종을 털어놓고는 태어난 시를 물었다. “글쎄, 정확히 몇 시 몇 분인지는 모르겠네.” 엄마의 두루뭉술한 대답에 정확지 않은 결과―내 것이 아닌 남의 사주풀이 혹은 안 좋은 결과―가 나오면 어쩌나 싶었다. 역시, C에게 사실대로 말하고 없던 일로 하는 게 낫겠어. 그런데도 얄팍한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나는 C에게 생년월일시를 알려준 뒤로 전화기 앞을 서성였다. 나는 C에게 한 가지 사항을 당부했다. 혹시 좋은 결과가 아니라면 알리지 말아 달라고. 불행한 미래를 미리 알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


다행히도 C는 좋은 답변을 들려주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나는 천운이 뭔지 모른다. C의 말이 사실이라면 살면서 한 번쯤은 느껴볼 법도 한데. 걸음이 느린 것인지 혹은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는지 여태껏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눈덩이 같은 복리 이자처럼 한꺼번에 나타나려나. 운명은 개척하기 나름이라는 존버정신으로 살아가면서도 가끔은 천운을 믿고 싶어진다. 인생이 쓰디쓴 어느 날에는 더더욱. 로또보다도 당첨 확률이 희박하지만, C의 어머니가 안겨준 이 불확실한 희망을 오늘도 떠올려본다. 인터넷으로 일자리를 뒤적이다 잡생각과 Job생각 사이 그 어딘가에 눌러앉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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