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6] 당신의 방식대로

by 필경

그러니까 나와 J가 길거리 한복판에서 진풍경을 펼친 건 지난해 10월. 식당에서 맛있게 밥을 잘 먹고 나온 우리는 부른 배를 두드리며 길을 걷고 있었다. 주차장으로 향하던 나는 J에게 주차권을 발급받았냐고 물었다. J는 갑자기 멈춰 서더니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걸 왜 나에게 물어?”라고 받아쳤다. 단순한 의구심에 묻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마치 내가 그런 것까지 챙겨야 해, 너는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할 거야, 하고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태도였다. “그럼 누구에게 물어?” 그 말을 들은 J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여러분,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세요. 학교에서 그렇게 배워온 주입식 교육에 반항하려는 듯 우리는 서로를 탓했다. 배려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으로 빚어버렸다. 홱 돌아선 틈으로 싸늘한 바람이 일었다.


사실, 몇 초도 안 걸리는 주차권 발급이 뭐길래 우리가 이렇게 유치한 싸움을 벌이는 것일까. J는 논리 정연하게 자기 의견을 전달하는 사람이다. 너무나 얄밉게도. 그에 반해 나는 생각만 많아서 할 말을 제대로 내뱉지 못한다. 그러다 보면 J의 말이 다 옳고 나는 상당히 모자란 축에 속한 느낌이 든다. 설움이 복받쳐 울음을 터뜨린다.


참 많이 닮은 듯 죽이 잘 맞는 우리에게도 서로의 영역을 결코 이해하려고 들어서는 안 되는 점이 있다면, 화해의 방식이다. 나는 일단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 화를 다스릴 시간이. 좀 전에 벌어진 사소한 전쟁에서 쏟아진 말들을 복기한다. 다시 끝을 내기 위해서다. 그러는 사이 J는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우며 한숨 돌린다. 돌아와서는 금세 잊었다는 듯 “미안해”라며 나를 토닥인다.


우리가 서로를 알아가던 초반에는 J의 일방적인 사과방식이 이해되지 않았다. 내 마음은 아랑곳없이 상황을 조속히 무마시키려는 것처럼 보였기에. 몇 번의 대화를 통해 이제는 안다. 그 미안하다는 말이 얼마나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해서 나는 한없이 작아진다. 대체 뭐가 미안한지 다시 설명해 봐, 내 말을 알아듣기는 한 거야, 라고 더는 묻지 않는다.


우리 사이에 승패란 중요하지 않다. 서로를 향한 장력만이 필요할 뿐. 오랜 시간, 내가 얼마나 미천한 인간이지 다 드러내도 한결같이 누울 자리를 내어주는 J임을 알기에 나는 어느 때고 그에게 다리를 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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