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7] 울어도 되나요?

by 필경

슬픈 영화를 보지 않는다. 주인공이 눈물을 흘리면 바로 꺼버린다. 누군가 내 앞에서 울면 가슴이 철렁하다. 붉어진 눈시울만 봐도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한 줄기 흐르는 눈물에 나의 눈물샘도 터진다. 이유를 모르겠다. 슬프지 않은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의 울음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찌릿하게 눈물이 흐르는 이유.


어려서부터 참고 살아서일까. 들키고 싶지 않은 것이 많아서일까. 나는 참는 걸 미덕으로 알고 살아왔다. 초등학교 때 우리 반에서 왕따를 조장하는 여자아이 무리가 있었는데, 나 역시 그들에게 당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 우리 가정의 형편은 말 그대로 형편없었다. 의지할 어른이 없었다. 나는 용기를 내 담임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했다. 선생님이 무슨 말씀을 어떻게 하셨는지 모르겠지만, 그 아이들의 횡포는 더욱 심해졌고 기세가 등등했다. 그들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또 다른 희생양들을 줄지어 세워놨다. 그때 깨달았다. 공부를 잘하면, 집이 부자면, 부모가 힘이 세면 이래도 되는 거구나. 어린 나의 사전에 의지라는 단어는 소멸하였다.


내 삶에 슬픔이 자리 잡을 때마다 홀로 견뎠다. 그때는 ‘어차피’라는 단어를 달고 살았던 것 같다. 내가 슬프든 남이 슬프든 슬픔은 각자 감내해야 할 몫이니까. 누구에게 의지할 생각도 의지가 되어줄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것이 점점 쌓여 한이 된 모양이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이 많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맛은 참으로 쓰다. 아무리 눈물로 희석해도 얼마나 농도가 짙은 지 늘 그대로다.


친구들은 말한다. 너는 왜 너에 관한 얘기를 안 해? 왜 나 혼자만 고민을 털어놔? 그 이유를 나에게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이미 그것에 익숙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나의 이야기들은 단단한 연결고리로 묶여있다. 무엇 하나 꺼내기 시작하면 줄줄이 이어져 나올 것이다. 사실, 나는 그게 두렵다. 버거우면서도 막상 사라지고 나면 내 마음이 텅 비어버릴 것 같아서.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알 수 없어서.


이런 내가 누구를 위로하고 공감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 슬픔의 깊이와 농도를 이해한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까. 그래서 말하지 않는다. 네가 얼마나 슬플지 안다고. 대신 울어버린다. 그걸로나마 나도 느끼고 있다고 전해지지 않을까 싶어서. 어쩌면 그 옛날부터 나에게도 이런 사람이 필요했던 거야,라고 말하고 싶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질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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