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책을 읽으러 근처에 있는 도서관에 들렀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내부는 한산했다. 조용한 분위기와 서가에 꽂힌 책들을 보니 기분이 산뜻했다. 오늘 하루는 자리 잡고 앉아서 종일 독서를 만끽해도 좋겠다 싶었다. 필사할 책을 펼쳐놓고 한참을 읽어가던 찰나, 어디선가 한 남자아이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마치 장내를 가득 채우는 합창단의 고음처럼 하울링이 여기저기로 울려 퍼졌다. “엄마” “엄마 어디 있어” “엄마” “어엄마아”
쉴 새 없이 엄마를 찾는 소리에 일단 도서관 로비로 나갔다. 예닐곱 살 정도의 아이가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고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급한 아이는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나는 아이에게 다가가 무슨 일이냐며 물었다. 낯선 어른이 다가오니 겁이 났는지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그 자그마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지붕까지 뚫을 기세였다. 엄마를 같이 찾아보자고 해도 아이는 꿈쩍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울기만 했다. 내가 이 아이의 어떤 선을 건드렸나 보다. 사이렌이 울리듯 멈추질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아이와 둘이 서 있는데 저만치에서 누군가 우리를 향해 걸어왔다. 한 여성과 여자아이였다. 내 옆에 있던 아이가 이들을 보자마자 “엄마”하고 달려갔다.
뒤이어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여자는 아이의 어깨를 붙들고 세우더니 날카로운 목소리로 화를 냈다. “너, 엄마가 얌전히 있으랬지. 왜 그렇게 소리를 질러.” 이 광경을 지켜본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혹시 아이 엄마신가요? 아이가 많이 놀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나에게 전후 사정에 관해 변명하듯 읊어댔다. 당황스러웠다. 자신을 애타게 찾는 걸 듣고 있었으면서도 이제야 나타나 아이의 탓만 하다니. 아이에게 자신의 부재 이유를 설명하고 안심할 수 있도록 안아주는 게 우선 아닌가. 나는 그녀의 무심함과 오로지 자기 말만 하는 태도에 진이 빠졌다. “아이 좀 달래주세요.” 하고는 그 자리를 벗어났다.
한참을 걷다 뒤를 돌아보았다. 여자는 잔뜩 구겨진 얼굴로 아이에게 윽박지르고, 아이는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듣고 있었다. 나는 부디 아이가 모진 말에 상처받지 않기를, 여자가 자신의 체면보다 아이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주기를 바랐다. 사람들은 무심하게 그들을 스쳐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