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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라마 리뷰어 May 21. 2021

백상예술대상의 존재감

jtbc <괴물> 작품상과 극본상, 남우주연상 수상


연말이면 지상파 방송국들은 1년 동안 방영된 자사 TV드라마를 대상으로 시상식을 연다. ‘연기대상’이라는 이름으로 방영되는 이 시상식은 근본적인 한계를 가진 채 매년 반복되고 있다. 그 한계는 바로 ‘자사 TV드라마’라는 시상 범위이다.


연말이면 지상파의 연기대상 시상식을 보며 왜 이 시상식들은 개선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왜 우리나라는 TV드라마에 대한 시상식을 방송국별로 따로 할까? 미국의 에미상처럼 일정 기간에 방영된 모든 TV드라마를 대상으로 하고, 중립적인 심사를 거쳐 시상을 하면 상이 더 권위 있고 모두가 인정하는 시상식이 될 텐데.


그리고 지상파 방송국은 매년 ‘연기대상’이라는 이름의 시상식이라도 하지, 종편이나 케이블 방송으로 방영된 TV드라마는 해당 방송국의 시상식조차 없어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이렇게 이상한 TV드라마 시상식 구조에 대한 의문부호가 커지고 있는 시점에 백상예술대상이 57회 시상식을 열었다.


1965년부터 시작된 백상예술대상은 지난 1년 동안 TV에서 방영되고 영화관에서 상영되고 연극무대에서 공연된 작품을 대상으로 시상하는 종합예술상이다. 여기서는 백상예술대상의 TV드라마 부문으로 좁혀 이야기해 보려 한다.


올해 백상예술대상의 TV드라마 부문은 2020년 5월 1일부터 2021년 4월 11일까지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 OTT, 웹을 통해 방영된 드라마를 대상으로 했다. 최소 4부작 이상 드라마로, 현재 방영중인 드라마는 심사일 기준 1/3 이상 방영된 작품을 대상으로 했다.



TV드라마 부문 작품상은 JTBC의 <괴물>이 수상했다. 마지막 회인 16회에 최고 시청률 6.0%를 기록한 <괴물>은 신하균과 여진구의 괴물 같은 연기에 1회부터 종영까지 '웰메이드 수작'이라는 대중의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다른 후보작이었던 <사이코지만 괜찮아>, <악의 꽃>, <인간수업>,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가 2020년에 방영했던 것에 비해 <괴물>은 후보작 중 유일하게 2021년에 방영해 뚜렷한 잔상을 남긴 것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어떻게 보면 2021년 상반기에 방영된 드라마 중에 <괴물> 외에는 눈에 띄는 작품이 없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TV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극본’을 쓴 작가에게 주어지는 극본상은 <괴물>의 김수진 작가에게 주어졌다. 2017년 방영된 <매드독>의 극본을 썼던 김수진 작가는 <괴물>에서 인간에 대한 꼼꼼한 묘사를 통해 다른 장르물과 차별화되는 지점을 찾아냈고 대중들에게 선보였다.


최우수연기상 남자 부문은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김수현, <빈센조>의 송중기, <악의 꽃>의 이준기, <펜트하우스>의 엄기준을 제치고 <괴물>의 신하균이 받았다. 최근 몇 년 동안 나쁜 작품 선구안으로 본인의 재능을 낭비했던 영화와 드라마들에 출연하며(작품을 따로 열거하지는 않겠습니다.) 적잖이 실망감을 주었던 신하균은 <괴물>에서 다시 그의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키며 ‘신하균이 있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최우수연기상 여자 부문은 <펜트하우스>의 김소연이 받았다.

수상하지 못한 후보는 <달이 뜨는 강>의 김소현,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서예지, <철인왕후>의 신혜선, <산후조리원>의 엄지원이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오정세가 수상한 조연상 남자 부문은 <스타트업>의 김선호, <악의 꽃>의 김지훈, <마우스>의 이희준, <괴물>의 최대훈이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경이로문 소문>의 염혜란이 수상한 조연상 여자 부문은 <산후조리원>의 박하선, <펜트하우스>의 신은경,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장영남, <철인왕후>의 차청화가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이렇게 지상파와 케이블, 종편, OTT를 가리지 않고 망라된 작품들을 대상으로 심사하고 시상하는 백상예술대상. 1년 동안 고생한 내 식구들에게 상을 골고루 나눠주는 지상파의 연기대상에 비해 오롯하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상이 권위를 얻는 것은 어렵지만 쉬운 일이기도 하다. 일정 기간에 방영된 모든 작품을 심사 대상으로 삼고, 방송국 사람이 아닌 외부 사람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심사해 상을 주면 된다. 이 쉽고도 어려운 일을 백상예술대상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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