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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라마 리뷰어 May 25. 2021

마인은 기시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tvN 드라마 <마인>


“수녀님 이 집 되게 이상해요.”

“재벌 집은 안 이상한 게 이상해.”

“돈 있는 사람들은 걱정도 없고 화도 없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 봐요.”

“더 지옥이야. 만족을 몰라서.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파. 멈출 줄 모르는 탐욕이 그 사람들을 지옥으로 빠지게 하지.”

- tvN <마인> 중에서


출처 : tvN <마인>



수 년 전 취재를 위해 강원도 원주시에 위치한 뮤지엄 산을 방문한 적이 있다.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설계로 지어진 이 뮤지엄은 한솔문화재단의 사립 박물관이다. 뮤지엄 본관 앞에 인공 호수를 만들어 놓았고 이 호수에 비친 본관의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다. 자료 사진에서 이 풍광을 보고는 이 멋있는 풍경을 제대로 담아 보겠다고 취재를 갔는데 아뿔싸, 호수에 물이 말라 있었다. 


직원에게 문의해 보니 지난주에 호수 물을 뺐다고 했다. 겨울에는 물이 얼기 전에 미리 빼 버린다는 설명을 들으며 일주일만 일찍 올 걸 아쉬웠다. 결국 물에 비친 뮤지엄 산의 풍경은 뮤지엄 산에서 받은 자료 사진으로 대체했었다.


뮤지엄 산은 tvN 드라마 <마인>에서 재벌 집안의 저택으로 등장한다. 뮤지엄 산처럼 아름답고 웅장한 건물을 저택으로 삼다니, 드라마에 등장하는 그 재벌 집안의 부를 어느 정도로 설정했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기업이 아닐까. 참고로 <마인>에 등장하는 이 재벌은 호텔 체인과 베이커리 체인도 갖고 있다.


<마인> 1~2화를 연속으로 보고 나서 언젠가 비슷한 드라마를 본 듯한 기시감이 들었다. 두 명의 여자 주인공을 투톱으로 세우고, 재벌 집안을 배경으로 하며, 등장인물들의 탐욕스러운 삶과 그들 사이의 암투를 보여주는 드라마. jtbc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가 떠오른 건 우연일까.


찾아보니 <마인>과 <품위있는 그녀>, 두 드라마의 작가는 백미경 작가 한 사람이다. 2017년 <품위있는 그녀>는 최종회 시청률 12.1%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찍으며 종영했고, 그 뒤 백미경 작가는 2018년 <우리가 만난 기적> (최고 시청률 13.1%)까지 꽤 괜찮은 결과를 가져왔었다. 


하지만 2019년 <날 녹여주오>에서 최고 시청률 3.2%로 시청자의 눈길을 끄는 데 성공하지 못했고, 그 다음 작품이 <마인>이다. 과거 호평을 받았던 장르로 회귀한 듯 보이지만, 그만큼 자신이 제일 자신 있는 장르로 돌아온 것이기에 <마인>은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1~2회에서 보여준 재벌의 삶은 그동안 드라마에서 많이 우려먹은 소재였다. 마치 왕정시대 왕족처럼 아랫사람들의 수발을 받으며 권위적이고 가식적으로 구는 그들의 모습은 기시감이 뚜렷하다. 게다가 재벌 집안에 들어온 젊은 여자로 인해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는 그들에게 균열의 조짐이 느껴지는 것도 익히 보아온 설정이다.


이제는 <마인>이 보여줘야 한다. <마인>이 기존의 재벌 드라마와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또 4년 전 방영된 <품위있는 그녀>에서 어떻게 진보했는지를 시청자에게 보여줘야 한다. 시청률은 가장 최근회인 6회에서 8.2%로 최고 시청률을 찍었다. 나쁘지 않은 수치이고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는 의미이다. 


<마인>의 잔여 회차에서 궁금한 것은 등장인물 중 가장 상식적이고 바른 사람으로 보이는 서희수(이보영 분)가 드라마의 전개 과정에서 어떻게 변화할지이다. 등장인물 중 시청자들이 마음을 실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캐릭터이니 만큼 서희수의 변화 과정이 앞으로 드라마를 끌고 나갈 동력이 될 것이다.


(<마인>의 제작진이 기획의도에서 말한 것처럼) 자신을 지켜준다고 믿었던 사람들이 자신을 공격할 때,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강인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마인>에서 보고 싶다. 혹시라도 <마인>이 현대판 궁중 암투로 끝나 버리고 재벌 집안 인물들의 위치는 여전히 공고한 가운데 끝나지는 않겠지? 그러면 이 드라마의 시청에 쏟은 시간이 꽤 아까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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