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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라마 리뷰어 Jun 06. 2021

라켓소년단은 웃을 수 있을까

SBS 월화드라마 <라켓소년단>

“배드민턴이 뭐가 좋다고 참.”

“왜 그런다요? 민턴도 재밌는디.”

“야, 너희들이나 재밌지. 남자는 야구지. 배드민턴이야 모, 어르신들이 약수터에서나 치는 거고. 야구는 올림픽 금메달도 땄어.”

“아따 새끼 말 참 예쁘게 허네잉. 아야, 너 그건 아냐? 민턴은 올림픽 금메달 여섯 개 딴 거.”

“그니까 따면 뭐 하나고. 누가 알아주는데? 배드민턴 금메달 딴 거.”

“아따, 성은 윙크보이 이용대 선수님도 모르요?”

“그래서 뭐 이용대 말고 또 누가 있는데? 팬이 있어? 프로팀이 있어?”

- 출처 : SBS <라켓소년단> 1회


출처 : SBS <라켓소년단>


지난 3월, 2회까지 방영했던 <조선구마사>가 역사 왜곡 문제로 갑작스레 방영이 취소되고서 SBS 월화드라마는 한동안 방영되지 못했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나서 <조선구마사>의 후속작이 방영을 시작했다. 바로 <라켓소년단>이다. <라켓소년단>은 전라남도 해남의 한 중학교 배드민턴 클럽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스포츠 드라마이자 학원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의 극본은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정보훈 작가이다.


1회에서 드러난 <라켓소년단>의 이야기는 이렇다. 도시의 배드민턴 동호회를 지도하며 박봉에 시달리던 윤코치(김상경 분)는 선배의 소개로 전라남도 해남의 한 중학교 배드민턴 팀 코치로 부임한다. 아빠를 따라 내려온 중학생 아들 해강(탕준상 분)은 도시의 학교에서 재능을 인정받는 야구선수였으나, 아빠 따라 전학 온 해남의 중학교에는 야구부는 없고 배드민턴 팀만 있다. 하루빨리 도시로 돌아가 다시 야구를 할 생각만 하던 해강은 학교 배드민턴 팀이 선수 부족으로 지역대회에 못 나가게 되자 할 수 없이 팀에 합류해 머릿수를 채우게 되는데….


스포츠 소재 드라마에서 이러한 설정은 꽤 익숙하다. 열악한 환경에서 재능을 꽃피우지 못하는 선수들,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이 열악한 환경에 나타난 일류급 선수. 아니면 사연을 갖고 이 열악한 곳에 나타나 선수들을 조련하는 숨겨진 명장 코치. 이 정도가 스포츠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설정이라고 할 수 있다. <라켓소년단>의 초반 설정은 이러한 다소 뻔한 설정을 시청자에게 보여주며 방영을 시작했다. 이러한 스포츠 드라마의 초반 설정은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리듯 스포츠가 보여주는 극적 반전을 기대하게 만든다. 시청자는 드라마 속 선수들이 역경을 헤쳐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나도 모르게 응원단이 되어 그들이 화려하게 도약할 날을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라켓소년단> 1~2회는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을 응원단으로 만드는 데 실패할 수도 있겠다는 추측을 하게 만든다. 1회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산만한 전개는 드라마 속 주요 인물들인 배드민턴 팀 선수들에 집중하지 못하게 할뿐더러 ‘스포츠+학원 드라마’가 갖고 있는 장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1회에서 윤 코치를 아이 둘 딸린 능력 없는 홀아비로 이야기를 진행시키다가, 해남에 내려오니 갑자기 인근 지역 전남 화순의 여중에서 배드민턴 클럽을 지도하는 부인(오나라 분)이 등장하는 것부터가 놀랍지 않고 이상했다. 이럴 거면 서울에서 해남까지 내려오는 큰 결정을 하면서 왜 가족 중 한 사람도 엄마 얘기를 하지 않았던 걸까. “엄마 있는 근처로 내려가니 같이 살 수도 있겠다!”라는 희망 섞인 대사 한 마디 안 보여주다가, 해남 내려가서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에 지역 배드민턴대회 현장에서 우연히 엄마를 만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 설정이다. 


출처 : SBS <라켓소년단>


또한 2회에서 마을 할머니의 광주 외출 에피소드와 도시에서 귀농한 부부의 이야기가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면서, 정작 주인공 해강이 서울의 촉망받는 야구선수에서 해남의 땜빵 배드민턴 선수로 전향하며 겪는 갈등이 가볍게 다루어졌다. 양현종을 롤모델로 여기며 프로선수를 꿈꾸던 중학생 야구선수가 아빠와 집안 형편 때문에 야구를 포기하고 지방으로 내려온 것은 국적이 바뀐 것만큼이나 혼란스러운 상황인데, 그에 대한 고민과 갈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면서 이야기도 가벼워졌다. 


주인공의 캐릭터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해 시청자의 마음을 끌지 못하면, 다른 주변인물들이 아무리 매력이 있어도 시청자는 마음을 둘 곳을 찾지 못한다. 메인 요리가 별로면 애피타이저와 디저트가 훌륭해도 그 식당을 다시 안 찾는 것과 같은 논리다.


게다가 전설적인 지도자 ‘하얀 늑대’의 정체를 궁금해 하던 윤 코치가 주위 사람들에게 수소문을 하던 중 자신의 상사이자 기존에 배드민턴 클럽을 지도하고 있던 감독(신정근 분)이 바로 그 ‘하얀 늑대’라는 것을 알게 되고 놀라워하는 장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선수들에게 초점을 맞춰야 할 드라마의 초반부에 갑자기 하얀 늑대의 정체를 쫓는 과정이 들어간 게 전체 이야기의 흐름에서 꼭 필요했을까? 전설적인 지도자 하얀 늑대가 자신의 팀을 선수 부족으로 대회에 출전도 못하는 지경으로 방치하고 있던 것도 아이러니다.


뿐만 아니라 팀의 에이스인 방윤담(손상연 분)이 동료들과 함께 학교폭력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혼자서 기합을 받는 설정과 모두가 똥맛이라고 버리는 해강의 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삶의 의미를 찾는 도시 부부의 이야기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건 마찬가지이다.


드라마의 초반부에 시청자의 관심을 끌고 개연성을 보여줘야 하는 미니시리즈이기에, <라켓소년단> 1~2회의 산만한 구성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였을까, 시청률은 1회 5.7%에서 2회 5.4%로 하락했다.


스포츠 드라마의 특성상 <라켓소년단>이 후반부로 갈수록 몰입도가 높아질 것이라 믿는다. 대회에 나가 우승컵을 차지하는 가슴 웅장한 결말까지는 아니더라도, 지방 중학교의 몰락하던 운동부 선수들이 땀의 의미와 노력의 가치를 알게 되었다는 의미 있는 결말을 <라켓소년단>에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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