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희에게 명령한다. 나의 책을 불태워다오! -분서(베르톨트 브레히트 ,1938)"
어느 시인은 히틀러의 블렉리스트에 자신의 작품이 들어가지 않은 것을 수치스러워했다. 파시스트로부터 침묵을 강요받지 않았음은 자신의 작품이 '진실'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듯 싶어서였다. 어떤 의미에서는 외려 자신의 목소리를 더 강하게 표출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러나 오늘날 나는 sns에 올린 포스트 하나에도 좋아요가 달릴지에 대해 전전긍긍한다. 처음에는 순수하게 내 생각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이 짓을 한다 여겼지만 이제는 내가 인정을 받고 싶어한다는 걸 부인할 수가 없다.
오프라인에서 나는 친구가 없다. 그리고 내가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는 마치 그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처럼 어줍잖은 지식으로 아는 척을 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나를 비웃고 떠나간다. 나는 애가 탄다. 악순환이 반복된다.
하지만 브레히트는 구태여 역사상 최악의 인간에게 인정을 받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그에게 경멸을 받고 싶어했다. 히틀러가 자신의 시에서 진실을 마주하기를 바랬다. 그는 침묵을 강요받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스스로의 정신이 올바르다고 여기면 그는 당당히 목소리를 높이는 용기를 지니고 있었다.
나는 내가 옳든 그르든 일단 으스대고 우기기만 했지 브레히트처럼 정직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어떤 눈초리로 나를 외면할지 두려웠다. 사람들이 내 글을 불태우지 않았어도, 그들이 내게 침묵을 애써 강요하는 것이 아니어도 나는 꼭 고립된 느낌이 들었다.
블로그나 브런치에 올리는 글도 마찬가지다. 인스턴트로 써내려간 낙서 같은 글들을 퇴고조차 안하고 올린 경우가 얼마나 많았던지....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기만 하다. 나라면 내 아까운 글을 태우라고 "명령"할 수 있었을까?
지금도 미국의 예일 대학에서는 팔레스타인 지지 소규모 비폭력 시위를 경찰이 진압한 사건을 계기로 대규모 행동이 이루어지고 있다는데 나의 목소리는 아무리 요란하게 울려도 닿지 않는다. 위험할 듯 싶으면 도망치니까.
최근 글을 오랫동안 못 올린 것도 시험기간인 탓도 있지만 내 글이 초심을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고민을 한 탓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시험이 거의 끝나가기도 하고 내가 나만의 에코 챔버에 갇혀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나는 나의 오만한 책을 불사르고 순수하고 정직한 브레히트처럼 글을 쓸 것이다. 물론 책을 불사르는 이유는 그와 다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