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아마도 다큐멘터리 매니아라면 NGC이나 히스토리채널보다는 넷플릭스를 찾는 일이 더 많아진 것 같다. 넷플릭스에는 영화만큼이나 다양한 다큐멘터리가 올라오고 있다. 그중 유독 눈에 많이 띄는 것이 범죄관련 다큐이다. 미국 사회를 뒤흔들어놓은 웬만한 흉악범죄, 미스터리는 다 극화된 것 같다. 그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 바로 <타이거 킹:무법지대>(원제:Tiger King: Murder, Mayhem and Madness)이다. 지난 주 한국을 포함하여 전 세계에 공개된 7부작이다.
<타이거 킹>은 최근-지난 1월-에 판결이 난 ‘조셉 말도나도 패시지’라는 인물을 둘러싼 동물원 복마전이다. 이 사람은 ‘조 이그조틱’(Joe Exotic)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진 사람이다. 자신의 표현대로라면 마술사이고, 게이이고, 동물애호가이고, 동물원운영자이며, 컨츄리가수이다. 그는 오클라호마에 ‘Greater Wynnewood Exotic Animal Park’라는 작은 동물원을 갖고 있다. 그는 이곳에서 호랑이 등 맹수들을 키운다. 그의 돈벌이는 이곳(프라이빗 동물원)을 찾아오는 관람객이 어린 맹수들을 만지고, 함께 사진을 찍도록 하는 것이다. 놀랍게도 수백 달러의 입장료를 내고 밀림의 왕과 포즈를 취한다. 문제는 이들 맹수는 빨리 자라고, 엄청 많이 먹고, 법률적으로 허점이 많다는 것. 6개월만 지나면 사료값도 못 건질 정도이다. 죽이거나 맹수를 애완동물처럼 키우고 싶어 하는 자에게 판다. 아마 이 지점부터 ‘동물보호자’들의 공격이 시작된다.
넷플릭스 <타이거 킹>은 놀라울 정도의 끈질긴 탐사보도식 카메라를 들이대며, 다양한 리액션을 잡아낸다. 조를 비롯하여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의 민낯이, 과거가 낱낱이 폭로된다. 그들이 어떻게 ‘큰 고양이 동물’(사자,호랑이,표범 같은!) 애호가 되었는지, 그런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서 어떤 불법을 자행해야 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 개개인의 커리어가 거짓과 사기, 불법과 총기 등으로 꽉 차 있다는 사실이다.
작품에서는 미국에만 이렇게 사육되는 ‘큰고양이’ 동물이 5만에서 10만 마리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미국 외의 지역에 서식하는 개체는 4만이라고 하니, 미국 드넓은 땅, 어느 주택 뒷마당에는 호랑이 한 마리쯤은 묶여있을 듯하다.
<타이거 킹>은 단순히 보호종 동물의 밀거래를 둘러싼 밀수꾼의 이야기가 아니다. 돈이 되는 맹수를 쇠창살 우리에 가둬놓고 돈 냄새를 맡은 차가운 사업가들이 사기꾼 기질을 발휘하여 영역싸움을 벌이는 판이다. 그런데도 이런 대단한 엔터테인먼트를 앞에 두고, 제대로 된 동물학자나, 회계학자, MBA출신 없이 개싸움을 펼친다는 게 신기할 뿐이다.
<타이거 킹>은 공개 이후 반향이 크다. 매체들은 앞다퉈 이 작품에 등장한 사람들의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나 타이거 킹과 싸우는 ‘빅 캣 레스큐’의 캐롤 베스킨의 반응이 궁금하다. 동물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는 사악한 인간에 맞서 생명의 위협을 직접적으로 느꼈을 캐롤이 그 과정에서 당한 수모가 너무나 적나라하다. [반전?] 어쨌든 22년형을 선고받은 조는 얼마 전 미국 연방정부에 대해 9400만 달러 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타이거 킹> 시즌2가 만들어진다면 변호사판 동물의 왕국이 될듯하다. 참, ‘타이거 킹’은 미국 대통령 후보에도 나섰다. 떨어지자 주지사 후보에도 나선다. 이유가 “다음 대선까지 4년을 더 기다릴 수가 없다”였다. 미국은 요지경이다.ⓒ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