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린 Jun 13. 2022

영화와 뮤지컬의 차이

<Insight>

영상 음악가가 깨우친 뮤지컬 음악가의 자질.

올해, 5월쯤 연극을 준비하는 연출 감독에게 연락이 왔다. 이 감독의 첫 작품이 나의 첫 작품이기도 했었다.

"8월 첫 주에 연극 작품 공연하려고 하는데 음악감독으로 참여하실 의향 있으신가요?"

"<단테의 신곡> 각색할 거예요. 6월부터 연습 들어갈 일정이고, 5월 말까지 초고 완성할 예정입니다."

나는 항상 내가 가진 능력보다 스스로 '과대평가'를 하곤 한다. 아주 좋지 않은 버릇이지만, 이러한 점 때문에 무모한 도전도 감행하게 된다. 가볍게 함께하겠다는 의견을 전하고, "8월 공연이니 7월 중순까지 완성해서 전달하면 되겠네."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이 생각은 아주 크게 잘못된 생각이었다. 여기서 영상 음악가의 작업 플랜과 충돌하는 것을 느꼈다.

영상을 보는 음악 제작
영상 음악가는 후반 작업(post production) 스태프로 들어간다. 즉, 작품의 모든 작업이 완료된 이후 대부분은 완성된 영상에 최종 음악 제작을 시작한다. 그렇기에, 앞선 스태프들의 작업물을 대기하다 들어간다.
연극 및 뮤지컬 음악가는 전반 작업(production) 스태프로 들어간다. 영화와 비교한다면, 현장에서 제작하는 <촬영, 동시녹음, 연출>과 비슷한 수순에 이른다. 즉, 음악이 있어야 배우들이 연습을 진행하고, 대본을 생생하게 살려나가는 과정에서 음악은 함께 흘러가야 한다.

기본적인 계획부터 차이나는 이 작업을 너무 쉽게 받았고, 전반 작업이라는 부분이 압박감으로 오기 시작했다. 다행인 것은 빠르게 깨달았고, 공부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계획을 다시 구상하고 대본 리딩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2차 난관이 시작되었다. 

영상 음악가도 영상을 받기 전부터 대본 리딩 후에 작업 구상을 하거나, 급할 시에는 초안 제작을 들어가는 것은 동일하다. 문제는 드라마 및 영화 작품의 대본과 연극 대본은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나의 기준에서 영상 작품을 리딩 할 때에는 과장된 연기력이나 상상력이 심하게 요구되지 않는 것 같다.
추후에는 영상과 그림이 있기에, 더욱 수월할 수 있다.

연극 대본과 영상 대본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과장된 감정, 안무, 노래, 무대 연출>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전반 작업을 오롯이 대본과 무대 연출의 시안만 보고 해야 하기에, 눈앞에 당장 보이는 그림이나 영상이 없다. 배우들의 음성이 담긴 파일이나, 배경을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다. 그렇기에 깨달았다.

무대를 상상하는 음악 제작
연극 대본을 리딩 할 때에는 배우들의 대사뿐만 아니라, 과장된 표현력과 노래할 것들, 군무할 것들을 생생하게 상상하며 느껴야 한다.

그것을 느끼며 음악을 구상하는 것과, 부족한 상상력으로 구상하는 것에서는 질적으로나, 조화를 만들어 내는 부분에서 차이가 난다. 대본을 조금이나마 제대로 느끼기 위해 선택한 것은, 내가 뮤지컬 배우인 듯 감정 이입을 해서 일상의 톤과는 다르게 리딩을 해보았다. 민망하지만, 효과는 대단했다. 노래 역시 성악 발성을 흉내 내며 만들어보았다. 작업하는 시간을 잠시 뒤로 하고, 이 글을 기록하는 것은 연극 음악가를 준비하는 사람이나, 나처럼 영상 음악가를 하는 중에 연극을 하게 될 때, 기초적인 도움이 되길 바라는 이유에서이다.

음악이 어느 정도 제작된다면, 연습 현장에 가서 디렉팅을 해야 한다. 노래를 못하는 음악가라고 해도, 표현력을 중요히 여겨 지도를 해야 하고, 배우들의 대본 리딩 중에 깔리는 BGM들의 호흡과 에너지들을 살펴야 한다. 여기서, 깔리는 BGM도 영상 음악과는 특징이 갈리게 된다. 나의 분석으로 정리해 놓은 뮤지컬 특징이다. 객관성보다는 주관성이 포함되어 있기에 정답은 아니다.

<뮤지컬 장르 특징>
-캐릭터의 감정 표현이 드라마, 영화에 비해 10배는 깊고 표현력이 크다.

-반주되는 음악의 어려운 구성에 비해, 멜로디는 비교적 단순하며 중독되는 탑 라인이 많다.

-전조(조성이 바뀌는 것)가 숱하게 일어나는 편이다.

-순수하고 직관적인 멜로디와 대사들이 매력적이다.

-중간에 포함된 합창이 무대 에너지를 증폭시켜준다.

-음악이 대사 중간에도 자연스럽게 들어오지만, 존재감은 확실히 각인된다.
(영상 음악은 깔린 듯, 들리지 않는 음악들이 주를 이룬다.)

-대사 전달력을 고려한 멜로디는 직관적이며, 동요같이 쉬운 리듬으로 진행된다.
(음악 장르에 따라 다르지만, 가요처럼 쓰게 되었을 때는 배우들이 부르기가 쉽지 않다.)

-한 작품 안에, 드라마. 음악. 춤. 앙상블을 녹여내고, 시각적으로 감동을 줄 화려한 무대가 있어야 한다.

-어느 음악감독은 "극과 음악을 하나로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둔다. 말속에도 템포가 있고, 장면의 흐름에도 빠르기가 있다. 극이 음악과 같은 색이 될 때 관객에게 가장 잘 전달된다"라고 말했다.
(영상 음악에서는 전체 사운드와 영상 기술의 촬영 방식, 움직임, 편집점을 고려할 때 음악이 좋다.)

-뮤지컬 및 연극 음악감독은 어느 정도의 표현력과 노래를 포함한 음악 지도 능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영상 작품과는 다르게 배우들이 노래와 춤을 직접 선보이며, 연기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음악감독은 배우들이 그 세 가지의 역량을 고루 갖출 수 있도록 음악을 만들어내야 한다.

-대본만을 가지고도 상상력을 끌어올릴 줄 알아야 한다. 대본을 보며, 배우들이 연기하는 모습과 무대 배경을 눈앞에 그려내야 한다.

"인생의 공부는 끝이 없다"는 말이 더욱 와닿는 프로젝트이다. 이제서야 영상 음악을 조금 알게 된 것 같은데, 연극 음악은 비슷한 듯 다른 세계인 듯 하다. BGM을 만드는 것에는 자신 있었다. 그러나, 이 조차 다른 형태의 음악이 되어 나에게 또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이래서 나는 음악이 좋고, 음악 연출자가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왜 쟤한테 이 말을 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