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코로나
첫 시작이 기억에서도 잊힐 정도로 우리의 삶과 밀접해 있는 시간이 몇 해를 거듭해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특별함보다는 일상에 가까워져 가고, 또 무뎌져 가는 녀석 같다. 2019년도부터 질기도록 함께 가고 있는 코로나는 필자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었다. 오히려 재택근무라는 것이 생각보다 꽤 효율적이며, 가능한 시스템이었다는 사실을 깨우쳐준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렇다고 해서 코로나가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사실은 아니다. 코로나는 불편함과 아픔과 시련들을 준 존재임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그때 당시, 코로나를 통해 최측근 지인들이 타격을 입었다거나, 필자에게 직접적으로 해를 끼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기에 좋은 감정도, 나쁜 감정도 존재하지 않았었다.
2021년까지 시간이 흐르고, 외출 시에는 마스크가 필수템이 되어있었으며, 마스크의 불편함 조차 무뎌져 있었다. 이 시기 즈음에, 처음으로 필자의 최측근이자 소중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코로나의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이만큼 오랜 시간을 함께 했는데, 어찌 보면 전염되지 않는 것이 더욱 불가피한 상황인 것도 맞았다. 이때까지 필자는 '나는 안 걸려.'라는 말도 안 되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주변에서도 걸린 사람을 본 적이 없기에 더욱 자신 있었는데, 가족과 가장 친한 친구가 걸린 것을 보고 코로나의 심각성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었다. 다행인 것은 백신 덕분인지 중증까지 가지 않았기에 걱정은 덜었었다.
그리고 현재의 2022년, 필자와 아주 밀접해 있었고, 필자도 하루만 늦었다면 전염됐었을 사건이 발생했었다. 올해 맡은 연극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그 연극 팀의 연출님이 프로젝트 준비 기간 중 코로나에 걸리셨었다. 필자는 연출님이 코로나 소식을 전한 바로 다음날이 현장 방문 예정일이었다. 단체 카톡에서는 자가 키트 모두 해보시라는 급한 공고가 올라와 있었고, 필자는 생전 해보지 않은 자가 키트를 급히 구매해서 동영상을 보고 방법을 따라 검사를 했었다.
검사를 진행하면서도, 생각보다 간단하면서 어딘가 허술한 방법이라 느껴졌었지만 급한 것은 나의 결과였으니 5~10분 정도 기다렸다. C와 T가 있는데, C에만 한 줄이 뜨면 음성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필자는 걸리지 않았었고, 연출님과 2주 전에 만남이 있었는데, 그 이후에 걸리셨다는 추측을 하고 안심을 했다. 그러나, 연극 팀은 필자와 한, 두 분을 제외한 배우님들부터 안무가님 모두가 걸리셨었다. 코로나 때문에 현장 방문을 하지 못하게 된 필자는 그때 처음으로 코로나에 경각심이 생겼으며, 프로젝트에 대한 걱정으로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준비는 최대한 했던 기억이 있다.
이 해프닝이 필자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코로나에 타격을 받은 사건일 것이라고 굳게 믿었었다. 이 와중에 코로나가 필자를 피해 갔다는 착각도 들었다. 그런 판타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코로나는 누구든지 당장 쉽게 걸릴 수 있는 녀석이 맞았다.
코로나 증상
앞서 말한 연극 프로젝트를 모두 무사히 잘 마치고, 필자는 세미나를 들으러 지방에 갔었다. 며칠 동안 강의를 들으며 숙박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방역 및 소독을 잘해놓았을 것이라 믿고 안심했었다. 처음 간 날로부터 3일간은 신나게 강의도 들으며 컨디션도 최상으로 모든 프로그램들을 즐겼다. 필자는 원체 몸이 건강한 편이고, 처방전을 받을 정도로 아프거나 병원을 많이 가지도 않는 편이었다.
그런데, 4일째 되는 날 오전에 편도염 같은 느낌으로 목이 굉장히 아팠다. 평소 집을 나서도 잘 아프지 않은 타입이었기에, 일정이 고돼서 그런 것이라 안일하게 생각하고 인후염 약을 먹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목구멍이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리 인후염이 심하더라도 이 정도로 아팠던 적은 없다고 느꼈고, 밤에는 갑작스럽게 열이 올랐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사람이 이만큼 아프면 자가 키트고 뭐고 무관하게 바로 병원으로 간다거나, PCR 검사를 받으러 근처 보건소를 갔을 텐데, 필자는 자가 키트에 의존한 채 3일간 총 5회를 검사하며, 음성이 떴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필자는 증상에 대해 판단을 할 변별력을 잃었었다. 약을 먹고 나면, 또 잠깐 괜찮아졌었지만, 모든 것에 무관하게 필자는 곧바로 병원을 갔었어야 했다. 더 많은 피해자들이 속출하지 않도록 잘 처신해야 했다. 다음 증상은 기침이 죽을 정도로 심하게 나온다. 헛구역질 같은 수준의 기침은 물론이고, 온몸의 장기가 빠질 것 같은 큰 충격의 기침도 몇 차례 하게 될 수 있다. 필자는 세미나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바로 신속 항원으로 양성 진단을 받고 집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으며 회복에 집중했다. 현재는 미각과 후각을 상실한 상태이다. 처음 있는 일인데, 생각보다 더 괴로운 증상이다. 단 맛이 상실한 것인지, 달게 먹는 프림 커피가 쓰다. 반려견의 특유의 아기 향과 발 냄새가 약하다. 코로나 진짜 독하다.
이후로, 정신이 조금씩 돌아오면서 필자가 했던 행동들에 그제야 판단을 하게 되고, 죄책감을 가졌으며, 큰 후회를 했다. 코로나에 안일했던 스스로에게도 원망이 들었으며, 결과적으로 세미나에 끝까지 남아 피해를 주게 된 사실에도 원망이 들었다. 모든 것이 핑계일 수 있다. 코로나는 그 어느 질병과는 차원이 다름을 몸소 느끼고 나니 이 시대가 걱정되기 시작한다. 언제까지 자가 키트, 신속항원, PCR로 전전하면서 무차별 적으로 공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인가. 온전한 회복은 가능한 것인가. 아무것도 알 수 없는 현시대에서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은 걸렸을 때 즉시, 조금이라도 정신력을 잡고 바로 알리는 것이라는 사실이 속상함으로 다가온다. 이 글이 코로나를 해결해주지는 않겠지만, 필자에게는 충격이었던 고통과 이 순간을 쉽게 잊지 않으려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