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혁이 이찬혁 했다>
지난날, 영화를 골라두기 위해 넷플릭스를 들어갔다. 넷플릭스에는 메인으로 새로운 음악 프로그램을 광고하고 있었다. 이름은 테이크원. 정확히 제목만 보고 유추하지는 못했지만, 역대 국내 탑 뮤지션들의 참여가 매력 있어서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이끌리 듯 클릭했다. 넷플릭스를 들어온 본분의 목적은 잊을 정도로 오프닝 예고편을 보자마자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포스터와 티저 영상에 있듯이 임재범, 박정현, 비, 마마무, 조수미, 악뮤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을 한데 모아둔 것부터 범상치 않았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의 느낌이지는 않을까, 불후의 명곡처럼 명 가수들의 대결 구도는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반신반의하며 나가지 않고 기다려봤다.
놀라웠다. 새로웠다. 앞서 예시로 든 프로그램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제야 확인했는데 방송 프로그램이 아닌, 넷플릭스 오리지널이었다. 제작비를 끌어다 모아도 부족함이 없고 오히려 넘쳐나는 넷플릭스 프로그램을 영화나 드라마, 버라이어티 예능이 아닌 음악 매체에서 과연 어느 정도 규모의 투자로 이뤄냈을지 호기심이 일었다.
<테이크원의 시작>
레전드라고 불리는 가수들을 모셔다 놓고 공연을 하다 보면, 어떤 곡을 들어야 할지, 어떤 무대를 볼 수 있을지 상상을 해왔다.
그렇다면, 그분들에게 딱 한 곡만 부른다면 어떤 곡을 부르고 싶냐고 묻고, 단 한곡을 위해 무대를 준비하고, 단 한 번으로 끝나고 나면 무대를 부숴버리는 미친 프로젝트를 생각하게 됐다.
-김학민 PD 인터뷰 중-
최초의 넷플릭스 음악 시리즈답게 단 하나의 무대는 전에 없던 무대가 되었고, 그 무대를 레전드가 직접 기획한다. 뿐만 아닌, 연출까지 참여하여 영혼을 갈아 넣어 준비하는 과정부터 공연을 올리는 전 과정을 보여주게 되는데, 그 안에서 현실적인 여건으로 가능할까 싶은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실제 리허설이 실패하는 등, 레전드들의 태도와 프로페셔널함이 관객들에게 스펙터클함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사운드 기술은 넷플릭스 최초로 도입된 '돌비 애트모스'가 더없이 놀라움을 선사한다.
이어폰이나 스피커로 신비한 사운드를 느껴보면 더욱 후회 없는 시청이 될 것 같다.
<돌비 애트모스>
요즘 우리의 시간 속에서 빼놓기 힘든 홈 시네마에서 가장 중요하고 인상적인 기술 중 하나이다.
미국 LA 돌비 극장에 디즈니 픽사 영화 '브레이브'의 초연을 위해 처음으로 설치되었고, 이후에는 홈 시네마 오디오의 대표가 되었다.
일반적인 벽면 양 측에 위치한 스피커만이 아닌 천장에 스피커를 배치해 사운드가 돔처럼 감싼다.
좌우로 소리가 빠지는 서라운드를 넘어 입체감이 전부 살아있으며, 360도로 사운드가 회전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https://www.dolby.com/ko/technologies/dolby-atmos/#gref
레전드들은 위의 사진처럼, 타이머 볼을 받게 된다.
1분 전 타이머 볼이 0분이 되는 순간, 이들의 상상력과 무한한 능력을 쏟아부은 막이 열리게 된다.
전 과정을 함께 보았기에, 긴장감도 함께 온다.
본 무대는 단 한 번만 올릴 수 있는 테이크원이기 때문이다.
내가 첫 뮤지션으로 악뮤를 고르게 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악뮤의 이찬혁은 천재임이 분명하고, 노력보다 타고난 것이 더 강하며, 똘끼와 재능까지 겸비한 완벽한 천재형이다. 그가 이 무대를 한다면? 절대 대충 없이 말도 안 되는 스케일을 요구했을 것이 느껴졌다.
예상대로 이찬혁은 레전드들 중 유일하게 한 곡을 바로 떠올렸고, 낙하의 뮤비에 대해 아쉬움이 있었다며, 자신이 상상했고, 하고자 했던 낙하를 최고의 무대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당차게 전했다.
글 최상단의 이미지에 이찬혁의 인터뷰 시작이 종료 버튼을 누를 수 없게 만들었다.
이찬혁의 상상은 가수의 생각으로 이루어지기 힘든 연출력이었다. 내가 감탄했던 것은 누구보다 확고했으며, 자신했던 이찬혁의 태도이다. 머릿속에서 모든 기획을 끝내고, 그것을 현실로 이루어지도록 밀어붙이는 레전드와 그것을 불가능하다고 하지 않고, 해내려는 테이크원 제작팀의 시너지는 직접 보지 않고는 느낄 수 없는 박진감이 감돈다.
그의 태도에서 부의 원칙들을 보았다.
악뮤와 그들의 낙하 단 한곡의 단 한 번의 퍼포먼스를 위해 동분서주하게 움직이고, 뛰어다니는 촬영 감독님들과 스태프님들, 댄서님들의 열정은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무언가의 감정을 심어주기 시작한다.
분명 힘들 것이 보이는데, 미소를 잃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총 무대 감독은 뮤지컬 무대 감독님이셨는데, 그분의 태도와 인터뷰도 집중 포인트가 된다.
리허설에서 변수가 일었었다. 그에 대해, 이들은 대책회의를 끊임없이 할 뿐, 어느 누구도 빼자거나 포기하자거나 등 낙담하는 말을 던지는 사람이 없었다. 다큐 형식으로 된 방송들을 보면, 상황에 맞춰 포기를 선택하는 방송들도 있었는데, 테이크원은 불가능을 가능하도록 하는 가능성만을 제시해줬다.
전 과정을 보여주면서 긴장감이 흐르게 편집하는 방송들도 많이 있었다.
주로 음악 오디션 예능 프로그램들에서 봐왔다.
이들의 편집은 약간 달랐다. 애초에 형식을 광고 느낌으로 잡은 것 같다. 편집 하나하나와 프로그램 연출이 심플하고 직관적인 광고를 보게 하는 것 같았다. 좌 하단에 나오는 자막들이나, 컷 편집들이 다큐 느낌도 아닌, 방송도 아닌 광고 형식으로 느껴져서 근사하게 보였다. 특히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원테이크로 뮤직비디오 수준의 무대를 기획했던 악뮤의 바람을 그대로 들어준 우리나라 연출력과 촬영 능력에 경탄밖에 남지 않았다.
직접 본다면 후회 없을 최초 넷플릭스 음악 시리즈 테이크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