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스물하나 리뷰>
펜싱 국가대표 딸의 김민채. 발레리나 지망생이다. 슬럼프가 온 것인지, 콩쿠르를 그냥 뛰쳐나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꿈같은 게 필요하긴 한가, 다들 취업 얘기만 하잖아."
콩쿠르를 뛰쳐나온 민채는 엄마 희도에게 혼이 나고, 외할머니 집으로 피신을 온다. 겨우 도망친 곳이 금메달만 가득한 엄마 방이라니. 민채는 한숨을 쉰다. 외할머니 재경의 꿈은 없냐는 질문에 민채가 답한 말이다. 이처럼, 꿈에 대한 것을 이렇게밖에 얘기 못하게 된 게 현실이다. 꿈. 이 단어는 추상적이면서 멀게 느껴지는 기분이 섞여있다.
이 작품에서는 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은 시작이다. 취업, 스펙, 학력, 말고 진짜 찬란하게 빛나는 꿈.
엄마 방에서 이것저것 꺼내어 놀던 민채. 90년대가 생생하게 느껴지는 추억의 물건들을 비춘다. 삐삐, 카세트테이프, 슬라이드폰, 엠피쓰리, 등 향수에 젖는 순간이다. 그러다가 엄마의 "펜싱 다이어리"를 발견한다. 민채가 이것을 펼치면서 희도의 찬란했던 순간의 시간으로 넘어간다. 액자식 구성이 매력적이다.
<국가부도의 날, 허무하게 빼앗긴 것들.>
엄마는 타고난 천재성으로 펜싱의 역사를 쓴 줄 알았던 민채, 약간의 질투심도 있었다. 이 다이어리가 엄마의 노력과 땀을 보여줄 것 같다. 흥미롭게 펼쳐서 읽기 시작하는 민채이다. 엄마의 청춘을 엿보러 가는 순간답게, 청량하고 희망찬 밴드 사운드의 음악이 펼쳐지며, 순정만화의 느낌을 자아낸다.
"사람들은 무언가 잃어가나 보다. 그렇지만, 나랑은 상관없는 어른들의 일이다. 난 뭔가를 잃기엔 너무 열여덟이니까!" 말 끝나기 무섭게 희도 학교의 펜싱부가 사라져서 희도의 꿈이 위기에 처했다. 사유는 우리나라의 뼈아픈 역사, 국가부도의 날이 터졌기 때문이다. 자신과는 상관없을 줄 알았던 희도. 충격에 휩싸이며 고민에 빠진다.
국가부도의 날로 충격에 휩싸인 한 가정과 청년이 또 있다. 백이진의 가정은 재벌 기업이었으며, IMF로 인해 가장 큰 시련과 몰락을 피해 갈 수 없었다. 뿔뿔이 흩어진 가족, 화목했고, 남들보다 좀 더 풍요롭고 행복했던 이진의 시절은 마치 이렇듯 대가를 치르는 것 같다. IMF 시절을 직접 겪어보지 않은 나로서는 직접 겪은 그들의 깊은 아픔을 감히 헤아릴 수 없다. 하지만, 이 작품이 말해준다. 한순간에 꿈을 빼앗고, 가정을 빼앗고, 경제력을 빼앗고, 가장 큰 정신력을 빼앗을 수 있는 무서운 역사였다는 사실을.
<그 애의 세계로 가.>
나희도의 꿈. 그녀의 꿈은 그냥 펜싱국가대표가 아니다. 자신의 동경의 대상. 펜싱의 한국 최초 첫 금메달리스트 고유림의 라이벌이 되는 것이었다. 그녀는 고유림을 존경도 하며, 함께 경기를 하고 싶은 경쟁자로도 정해놓았다.
자신의 꿈을 단순히 직업 명칭으로 만든 것이 아닌, 누군가를 선망하기에 꾸는 꿈이라는 게 멋있고 새로웠다. 꿈은 직업, 직업은 전문직. 이런 일반적인 것이 아닌, 열려있는 사고로 느껴졌다. 나희도가 왠지 굉장히 멋있는 인물일 것 같아 두근거렸다.
나희도는 자신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메신저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고민하는 희도에게 해결책으로 준 것이 이 말이다. 희도는 그 순간부터, 굉장히 설레어하며, 그 애 고유림이 있는 세계로 갈 준비를 시작한다.
여기서, 그들의 대화가 적힌 인서트 장면, 희도의 표정, 설레는 음악이 이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고 스펙, 고학력, 전문직 정해진 형식의 꿈이 아닌, 무모하지만, 굉장하게 꿈을 이루는 과정을 보여줄 것 같다.
<처음이니깐 오늘까지만 서툴겠습니다.>
이진의 첫 등장은 자전거를 타고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신문배달을 하면서 시작된다. 음악이 기타로 잔잔하게 깔리면서 더할 나위 없이 순정만화를 뚫고 나온 느낌을 자아낸다. 그런 이진에게 신문이 늦었다며, 역정을 내는 손님에게 이진이 한 말이다.
"죄송합니다. 근데 그럴 수도 있잖아요. 저 이 동네도 처음이고, 신문배달도 처음이에요.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잖아요. 그 처음이 오늘이니까 오늘까지만 서툴겠습니다."
나희도에 이어 백이진까지 범상치 않은 인물일 것 같은 생각에 더 흥미로워진다. 이런 말은 생각지도 못 했고, 당당히 뱉어낼 수 있는 이진이 멋있고 매력적이다. 서툴러서 속상했던 누구나에게 큰 울림을 주는 말이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리뷰-청춘이 이랬지. 2편,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