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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린 May 24. 2022

스물다섯, 스물하나 리뷰
청춘이 이랬지. 2편, 사랑

<스물다섯, 스물하나 리뷰>

희도, 이진 첫 만남

<백이진, 나희도의 세계로 빠져든다.>

펜싱부가 사라져서 전학을 시켜달라는 희도에게 “성과가 안 나오는 일을 좋아할 수 있다는 것도 참 신기하다.”라고 엄마 재경은 매몰차게 거절을 한다. 재경의 앵커 직업적 정신으로 인해 두 사람은 오해가 계속 쌓이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모녀 관계이다. 처음엔 재경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이 작품은 누구 하나 납득 가지 않는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더 재밌고, 공감되고, 아팠고, 끝없는 응원을 해주고 싶었다. 엄마에게 비수를 꽂고 나온 희도는 신문배달을 하러 온 이진에게 화풀이를 하며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다. 이 두 사람의 코믹스럽고, 귀여운 장면은 직접 보는 것을 추천하기에 생략한다. 주인공들의 첫 만남에 귀엽고 통통 튀는 피아노 소리가 더해지니 재미 요소가 배가 되었다. 이 작품은 깔리는 배경음악들도 훌륭했기에 집중해서 들으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이진의 과거에서 현재

이진은 희도와 헤어진 뒤, 자신의 월세방 문을 열면서 과거의 회상으로 넘어간다. 침대에 앉아 록음악을 들으며, 잡지를 보고 있던 여유로운 고등학생 이진의 모습에서, 다시 현재로 넘어오는 순간의 공허함을 표현한 연출이 좋았다. 그렇게 쓸쓸한 뒷모습의 이진을 보여주며, 피아노가 아련하고 쓸쓸하게 들려오는데 생생하게 그의 감정이 전해진다. 이 작품은 연출도 음악도, 대사도, 모두 섬세함을 놓치지 않으려 애쓴 것이 느껴졌다.  

희도, 이진 두번째 만남

이진과 희도는 두 번째 만남을 갖는다. 만화방에서 알바를 하는 이진에게 자신은 VVIP라고 풀하우스를 미리 킵해두지 않았냐며 다짜고짜 신경질을 내는 나희도. 이진도 이에 지지 않고, 희도에게 풀하우스에 붙은 코딱지를 보고 네 거냐고 묻는다. 두 사람의 대화는 보고만 있어도 미소가 지어진다. 대화의 형식이 전부 티키타카 형식이며, 호흡이 빠르고, 창의적이어서 하나하나 반응하게 된다.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 그러했는데, 이분의 보조작가 출신인 ‘권도은’ 작가도 센스가 남다른 것 같다. 18세와 22세가 만나 처음부터 말을 놓은 상황도 판타지적이면서 유쾌하다.

희도, 이진 세번째 만남

이들의 세 번째 만남은 가관이다. 나희도는 클럽에서 나 홀로 굉장한 계획을 실행하던 도중,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있는 이진과 마주친다. 이진은 어처구니가 없으며, 약간의 분노를 느낀다. 희도에게 껄떡대는 자신의 친구들을 참지 못하고, 한 친구와 다툰 뒤 희도를 끌고 나온다.

“너 지금 강제전학 가고 싶어서 이런 계획을 세웠던 거야?”

“너 왜 법이 미성년자를 보호하는 줄 알아? 상상력이 부족하기 때문이야. 너 여기서 무슨 일에 휘말리는 상상 했어. 실제로 일어날 일이 니 상상의 범주 안에나 있을 것 같아? 전혀 아니야. 니 인생에 없어도 되는 일, 없어야 되는 일, 없는 게 훨씬 나은 일들이 생겨.”

“나쁜 일을 저지를 때, 성인의 상상력과 미성년자의 상상력이 천지 차이라서.”

엄마에게 전학을 거절당하고 세운 계획은 강제 전학이었고, 그로 인해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희도는 오히려 이진에게 화를 내는데, 이진이 그녀의 말문을 막으며 얘기해준 말이다. 이 말에서 표현력에 감탄했다. 상상력의 차이라는 정의는 내려본 적이 없었다. 없어도 되는 일이라고 외치는 이진의 말에서 그의 안타까움과 분노가 그대로 전해졌다. 이 작품에 대해 미성년자와 성인의 나이 설정에 대해, 미성년자 성범죄, 성착취, 그루밍 등 사회 문제가 만연한 현실에서, 성인과 미성년자 간 연애를 적극적으로 미화하고 있다는 논란이 있기도 했는데, 이진의 말을 빌려 이와 비슷한 사회적 고발을 한 것은 그 논란과 맥락 상 맞지 않는 것 같다.

피해자들에게 행복해 지지 않겠다고 말한 이진. 둘이 있을 땐 아무도 몰래 잠깐 행복하자 말해주는 희도
희도가 좋아지는 이진

“꿈을 지키려는 거, 계획은 틀렸어도, 니 의지는 옳아. 난 맨날 잃은 것에 대해서만 생각해. 근데 넌 얻을 것에 대해서 생각하더라. 나도 이제 그렇게 해보고 싶어.”

희도와 헤어지기 전 이진이 한 말이다. 이진은 나이와는 무관하게 자신보다 어른스러운 정신력과 의지를 가지고 있는 희도를 보며, 닮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런 희도에게 응원과 따뜻한 마음을 건네고 싶었다.

더 이상 자신은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할 수 없게 됐다는 이진은 “도움을 요청할 데가 있다는 건, 니 나이만이 가진 특혜니 깐 누려. 놓치면 아깝잖아.”라고 진심을 다해 조언해준다.

이 날은 이진이 먼저 희도의 이름을 묻고, 서로 처음으로 통성명을 하며, 친구로서의 관계를 정의하기 시작한 특별한 날이 되었다. 이진은 이때부터 시간이 흐를수록, 용감하고 무모하지만 행동으로 결과를 보여주는 희도의 매력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희도는 그 애의 세계로 가고, 이진은 희도의 세계로 간다.

희도 질투 모먼트

<무대포 나희도. 이진 앞에서는 속수무책 소녀.>

이진의 과거 구여친의 흔적을 발견한 뒤로, 희도는 알 수 없는 분노의 감정에 휘둘린다. 자신은 무엇에 있든지 확실하고,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인데, 이런 자신이 낯설고 달갑지도 않다.

그런 희도의 상황을 모르고 이진은 희도에게 귀여운 장난을 친다. 그런 이진에게 희도는 외친다.

“그래 어른인 네 눈에는 내가 아직 애처럼 보이겠지. 넌 똑똑하고 신문도 열심히 보고, 어른들처럼 일하고, 전화로 알 수 없는 말들도 하는데, 그래!! 난 빵에 있는 스티커 모아!!”

“너처럼 똑똑하지도 않고, 너처럼 찐~한 사랑도 한번 안 해봤고, 할 줄 아는 거라곤 펜싱밖에 없어! 아는데! 그렇다고 너한테 어린애, 무식한 애, 웃긴 애 되는 거 싫어.”

“너의 실수들은 예전과 달리 무거운 것들이라, 나는 가볍게 나서서 놀리지 못했고, 그 실수들은 어떤 면에선 인정받았다. 나의 실수는 이렇게나 나락이다. 이 감정은 명백히 너에 대한 질투다.”

희도는 자신의 감정이 이진에 대한 질투가 아닌, 이진이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질투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 분노는 고스란히 이진에게 표출되고 만다. 이성을 좋아하는 감정을 알아가는 희도는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럽고 재미있다.

희도 고백, 나 널 가져야겠어

메신저 친구를 이진으로 착각하고, “나 널 가져야겠어.” 당차게 고백한 희도.

“난 인절미(닉네임)가 아니야.”

“... 그럼 나는 방금 무슨 말을 한 거야?”

“바바 방금? 널 가져야겠다고. 뭘 어떻게 가질 건지…”

“조용히 해!!” (달아나는 희도)

이 작품 중 가장 웃음이 났던 장면이다. 그렇게 당당한 희도는 이후로 이진을 피해 다니기 시작하고, 결국은 붙잡혀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여전히 정의 내려지지 않는 자신과 백이진의 관계.

희도는 답답해하고, 이진은 자신은 고민이 끝났다며, 고민해본 적도 없다고 얘기하고, 희도에게 열심히 고민해보라고 한다. 인상 깊은 희도는 고백도 인상 깊게 했다. 그런 희도의 모습을 더 좋아하는 이진. 두 사람이 서로에게 ‘행복한 시간’이 되어주는 것을 넘어서서, 발전되어갈 것 같은 느낌이 설레게 한다.

“우리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아직 세상에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지인, 친구, 연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그런 구분 중엔, 속하는 게 없어.”

“근데 생각해보니깐 우리가 어떤 관계인지는 우리만 알잖아. 그러니까 우리가 정의하면 돼. 까짓 거 단어를 우리가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

“만든다고 단어를?”

“우리 관계는 전화기다. 물컵이다. 가위다. 아니면, 구름이다 뭐 무지개다. 우리가 만들면 되는 거잖아.” (해맑게 웃어 보이는 희도)

삶을 살아가는 희도의 자세는 어른스러워 보이다가도, 이런 부분에선 한없이 순진무구한 희도를 보면서 한숨이 나오는 이진. 귀여우면서도 못 말린다는 감정이 든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관계 정의를 직접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것 같다. 그 사람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도 어렵지만, 깨달은 후에 인정하고 싶지 않을 때도 분명 존재한다.

희도는 일반적인 사고가 아닌, 열린 사고로 또 한 번 자신만의 방식으로 상황을 받아들인다. 이 작품의 큰 매력은 희도에게 있고, 늘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는 희도의 생각을 닮고 싶다.


두 사람의 대화 속에는 한 마디도 놓치기 힘든 명언들이 쏟아진다. 이들의 재밌고, 용감하고, 반짝이는 시간들을 직접 보며, 이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청춘의 추억에 젖어들고, 이 시대를 살아보지 못했던 사람들은 현시대에서 주인공들과 같은 용기를 얻고, 주저 없이 나아가기를 바란다.

주저하고, 머뭇거리고, 우유부단하게 행동하기에 시간은 너무 빨리 흐르고, 무언가를 놓치기엔 아직 너무 젊다. 느꼈을 때, 깨달았을 때, 그 순간의 자극으로 지금 바로 시작하면 좋겠다. 분명 당신들은 기꺼이 잘 해낼 것이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리뷰-청춘이 이랬지. 3편,펜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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