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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린 Jan 25. 2023

누구도 당신을 나쁘게 보지 않는다

<Insight>

자존감과 열등감은 사실 남이 규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규정하는 것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1시간가량을 이동해야 할 때라고 가정하자.


A는 힘겹게 빗길을 뚫고, 걷고, 타고, 환승을 하고, 반복하며 목적지에 겨우 도착한다. A는 빗물에 조금 젖은 채로 옷들을 바라보며 울적해진다.

A는 머릿속으로 떠올린다. 자신이 차가 없는 사실에 한탄하고, 차만 있었으면 이라고 한탄한다. 횡단보도를 기다릴 때, 지나다니는 차들을 보며 저들은 자신을 보며 우월주의에 젖어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괜스레 혼자서 더 울적해진다. A는 축 처진 어깨를 이끌고 젖은 옷이 민망한 듯 손으로 부여잡고 목적지로 들어선다.


B는 자가용을 타고 빗길을 뚫으며 음악을 듣는다. 음악을 들으며 여유롭게 창밖도 한번 바라보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며, 얼른 목적지에 도착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단 하나도 젖지 않은 채로 B는 차에서 내린다. 외투를 뒷좌석에서 여유롭게 꺼내 들고 목적지로 들어선다.


C는 힘겹게 빗길을 뚫고, 걷고, 타고, 환승을 하고, 반복하며 목적지에 겨우 도착한다. C는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오는 내내 이어폰에 귀를 내어주고 동기부여 영상과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의 콘텐츠 등을 들으며 왔다. C는 자신에게 에너지가 생기며, 자신도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에 괜스레 만족해한다.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취하는 시간에 운전을 했더라면, 날렸을 시간이라고 느낀다. 오늘도 행복한 에너지를 충전하고 목적지에 들어선다.




세 사람이 거의 차례로 들어서며, 이미 와있던 무리들이 열리는 문을 향해 반갑게 인사한다. A는 여전히 울적한 기분을 다 해소하지 못한 듯 웃지만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B는 약간의 미소를 띤 채 그들에게 다가간다. C는 여유롭고 따뜻한 미소를 보여준다. A는 대화를 하면서도 한편으로 자신의 젖은 옷과 거의 흡사하게 축축한 내면의 기분을 외면하려 하지만,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다. B는 이 자리가 편안한 듯 가볍게 농담도 던지며, 즐겁게 이 시간을 즐긴다. C는 어땠을까?


C는 대화를 하는 내내 상대방에게 집중하며, 자신이 가져온 인사이트를 나누는데 정신이 없다. A와 똑같이 옷이 젖어있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쓰는 게 시간 낭비인 듯 넘기고 누구보다 행복하게 대화를 한다.




A는 사람들이 웃을 때마다, 자신을 보는 것은 아닌지 지속적으로 신경을 세우며, 예민하게 반응한다. 자신의 처지를 어떻게 바꿔나갈지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들키지 않을지에만 집중한다. 사실 남들은 A의 상황을 신경 쓰지도 않을뿐더러, 신경을 쓴다고 해도 안 좋은 처지로 보지 않는다. A는 그렇게 자신만 보는 자기에 대해 상념에 빠지며, 더 아래로 내려간다.


C는 이 공간에 함께 하는 사람들과 있는 것이 좋다. 지금 그에게는 상황 자체가 놀이터다. 남들보다 조금은 앞서가고 있는 B에게 배울 것들만 집중하며, 자신의 인사이트가 채워지는 순간에 설레기까지 한다. 대화를 할수록 그 사람의 깊이를 알 수 있기에, 신이 나며 자신의 신념이 더욱 확고해짐을 느끼게 된다.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겠는가. 자존감과 열등감은 한 끝차이다. 남과의 비교에서 자존감이 올라가고, 열등감이 생기는 게 아니다. 나의 내면을 보는 판단에서 자존감과 열등감을 규정짓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남과의 비교로 인해 시작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좀 더 깊은 근간을 살피면, 모든 것에 의미 부여는 자신의 내면이 결정하고 있다. 


한 가지 더 붙이자면, A는 독서를 하기 전의 나의 모습이다. C는 독서를 통해 내면을 볼 줄 알게 된 현재의 내 모습이다. 앞으로 나는 [인생사용설명서]라는 책을 준비할 텐데, 간략히 소개하자면, 독서를 하지 않는 삶은 결코 행복해지기 어려울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포한다. 독서에도 순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될 것은 메타 인지를 키우는 것이다. 메타 인지가 타고나지 않은 사람들은 전부 독서로 저자들의 사고력을 경험하고 실행하고 체득해야만 한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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