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몸이 성한 데가 없다

by Revlis

기도로 퍼지는 감이 아직 차가와서

때가 이른 줄 미처 몰랐어요

마스크를 적시는 날숨이 여전히 안경도 물들이잖아요

여름이 완연해 지기까지 죽 추위를 느껴요

건너가는 계절이 없어요


추가 이 끝과 저 끝에서 오래 머물러요

견디기엔 내 심장 판막이 너무 얇아요

퍼덕이는 소리가

머리를 깊숙이 묻을 때면


체한 듯 가슴을 지그시 눌러요

그럼 나는 고꾸라지더라도 서있어요


무릎을 자주 다쳐요


벚나무를 아카시아 내음이 두르고

한강이 가뿐히 야경을 그려내면

여린 풀들의 흙을 신 밑창에 끼며

제각기 봄밤을 담뿍 삼키고 돌아가요

감미로운 것은 일찍 동이 나요


언니가 아직도 더운 숨을 뱉냐고 일갈했어요

따끈한 눈물을 흘리며 그러고 싶지 않노라 답했지만

사실 제 숨이 더웠는지조차 몰랐는 걸요

삼키는 바람이 너무 차가와서 저도 그런 줄로만 알았는 걸요


물러 터진 나무는 뿌리가 썩는다고

더운 숨만 뱉는 인간은 속이 썩어버린다 저를 나무랐어요

하지만 어쩌면 속이 썩어있기 때문에 더운 숨만 나오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심장도 같이 썩었다면 적어도 무릎을 다치진 않았을 텐데


더운 숨으로 단 것을 먹으면 악취가 나요

그래서 제 몫은 남겨두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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