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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 EVOL Sep 17. 2015

사랑.10. 개똥도 약이다.

내 얼굴은 뭐랄까. 인간 관계에 선을 긋는 듯한 얼굴이랄까. 

한 마디로 말해 강하게 생긴 얼굴이다. 체형 마저 딴딴해 보여서 쉽게 말 걸기 힘든 분위기를 풍긴다. 

친구들 말에 따르면 더럽다거나 무섭게 생긴 건 아니지만 위압적이란다. 어쨌든 친근한 이미지는 아닌  듯하다.


대학교 수시모집을 할 때, 안내역을 한적이 있었는데 후일 들은 이야기가 있다. 

"이 학교는 돈이 많아서 수시 모집할 때도 보디가드를 쓰는구나."

나를 경호원이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어쨌든, 그렇다 보니 여학생이 많은 학과에 다니고 있었지만 나에겐 공대와 다를바 없었다. 그 흔한 밥 사 달라는 후배 한 명 없었으니. 

 그러다 나를 향해 "귀엽다."고 말하는 후배 한 명을 만났다. 귀엽다니. 당최 귀엽다는 소리가 나에게 가당키나 한가. 신선했다. 나에게 귀엽다고 말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한 명. 어머니 밖에 없었는데. 이런 여자는 처음이야.


후에 알고 보니 이 아이의 취향이 독특한 것이었다.  좋아하는 연예인이 허준호 씨, 마동석 씨, 추신수 씨였다. 

직접 물어 본 바에 의해도 확실히 취향은 독특했다. 내가 어디가 마음에  들었어? 하는 질문에. 흉폭한 곰 한 마리가 자기 한테는 순한 곰돌이가 되는 것 같아 귀여웠단다. 


서론이 굉장히 길었지만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내가 개똥이고, 누군가에게는 약이 되었다는 것이다.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 다가가려 할 때, 참 많은 것들을  걸려한다. 나는 외모가 못났어. 나는 지금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저 사람은 너무 눈부셔서 다가가기 힘들어. 저 사람에 비해 나는 너무 부족한 것 같아. 등등. 


다른 사람들의 눈에 나는 개똥 이었다.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와 같았으며, 애당초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약이었다. 내가 개똥이라 할지라도. 누군가에겐 약이 될 수 있다. 누구에게 내가 필요 한지 알 수 없으니, 그 사람이 나를 필요로 할지도  몰라하는 마음으로  다가가자. 


약으로 쓰일 개똥이 필요 한지, 아닌지는 그 사람이 판단할 문제. 나는 그저 약으로 쓰일 수 있는 개똥이라는 것을 보여 주기만 하면 된다. 나라는 개똥도 누군가에게는  필요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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