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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 EVOL Sep 19. 2015

사랑.17. 싸우기도 한다.

사랑이 늘 핑크 빛은 아니다. 


 사랑하고 만나는 시간 내내 달달 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시베리아 벌판 한가운데 있는  것처럼 냉기가 가득 할 때도 있고, 사막에 있는  것처럼 목마르기도 하고, 적도 부근에 있는  것처럼 열이 나기도 한다. 

싸울 이유가 뭐가 그리 많은지 그렇게 싸운다. 

 클럽 가지 말라니까 악착같이 간다고 해서 싸우고, 짧은 옷 입지 말라고 싸우고, 술 마시지 말라고 싸우고, 약속 시간에 늦어서 싸우고, 헤어 스타일 바꿨는데 알아 보지 못해서 싸우고, 하여튼 이유는 천만 가지다. 


싸우는 이유는 결국 나를 속상하게 해서 싸우는 거다. 속상하게 했다는 건 내가 기대 한 바와 다르게 했다는 것. 

걱정되니까  걱정시키지 말아 달라고, 보고 싶은데 늦게 와서 안타까워서, 나에게 많은 관심을  기대했는데  기대했던 것 만큼 관심이 없는 것 같아서 속상하다. 속상한 마음에 퉁명스러운 말이 튀어 나간다. 


 퉁명스러운 말이 나에게 날아 오니 속마음과는 다르게 나도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클럽에 왜 가지 못하게 하는 건데, 내가 짧은 옷 입는데 니가 왜, 술 마시는 게 내 마음대로 되나,  니한테 예뻐 보이려고 꾸미다 늦었다 왜, 도대체 브라운 하고 다크 브라운 하고 다른 게 뭔데. 

 사실 속마음은 그게 아닌데. 걱정할 필요 없어 정말 스트레스만 풀고 오는 거야. 보고 싶은데 늦게 와서 미안하지만 나도 말 못할 사정이 있었어. 니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너한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 다만 관심사가 다를 뿐이야. 

 

 사랑해서 싸운다. 


 서로가 속상해서, 각자 기대한 바와는 다르게 그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서 서운하지만. 결국 그건 서로 사랑해서 싸우는 거다. 결국은 나를 더 사랑해 달라는 것. 그래서 사랑 싸움은 딴 데 가서 하라고 하지 않나.

 나를 더 사랑해 달라고 내 입장만  이야기하다 보면, 사랑 싸움은 정말 싸움이 되고 만다. 


 서운 할 때, 내 기대 만큼 안 될 때, 마음을 조금 가라 앉히고 생각을 한 뒤에 사랑 싸움을 하자. 상대방 감정은 최대한 상하지 않게, 지금 내 기분을 솔직하게, 화가 난 게 아니라 서운 한 것이라고 말하자. 내가 싸우는 건 니가 싫어서 싸우는 게 아니라 사랑해서 싸우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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