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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 EVOL Sep 21. 2015

사랑. 19. 잔소리.

 세상에 누가 잔소리를  즐거워하겠냐 만은, 개중에도 특히 나는 못 견뎌한다. 아마 밴댕이 속이어서 참아 내지 못하는 거겠지.

 나도 잔소리를 하고, 그 사람도 나에게 잔소리를 할 때가 있다. 관심과 걱정이 깔려 있는 애정 어린 충고라고 머리로는 생각 하지만, 막상 시작되면 그냥 잔소리로 느껴진다. 

 

 나는 좀 게으른 편이다. 그래서 혼나거나 잔소리를 많이 듣는 편. 

어느 날 그렇게 시작된 애정 어린 충고,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평소에 자주 잔소리를 한다거나 하는 편은 아니지만 속 좁은 나는 그 마저 듣기 싫었다. 그래도 저 말을 꺼내기 까지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을까, 내 기분 상하지 않게 애써 말을 돌려 가며 하는 그 사람 입장을  생각해서 10분 정도를 들었다.

 나는 거기 까지가 한계인 것 같더라. 

"알겠어, 니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고. 알아 들었으니까. 이제 그만 하자."

툭 튀어 나가는 퉁명스러운 말.


그런데, 그 사람의 반응이 내 예상과는 달랐다. 퉁명스럽게 튀어나간 말에 정작 나는 당황하고 긴장하고 있었는데. "헤헤" 거리면서  좋아하는 게 아닌가.


"히히히, 헤헤헤헤" (의성어로 쓰고 보니 약간 정신을 놓은 것 같지만, 실제로 들었을 땐 귀여웠습니다.)


이건 무슨 상황인가 싶기도 하고,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아 왜 그러냐고 물어 봤다.


"오빠한테 하고 싶은 말 다 했어. 나는 5분 정도면 오빠가 못 참을 줄 알았는데, 내가 할 말 다 하고 나니까 오빠가 그만하라고 해서. 나는 다했는데! 오예! 하고 싶은 말 다하고도 시간 남았다.!"


순간, 나도 모르게 크게 웃었다.

잔소리를 들으면서 솔직히 기분이 조금 가라 앉았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기분이 좋아졌다. 

귀엽기도 했고.


물론, 이 것도 계속 당하다 보니  처음처럼 크게 웃지는 않지만 여전히 귀엽다고  생각 한다.

그리고 참 현명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말을 할 때도 최대한 기분 상하지 않게 단어를 신중하게 선택하고,

잔소리(?) 끝에는 혹시 상했을 내 기분 까지 배려해주는 사람이구나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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