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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 EVOL Sep 15. 2015

사랑.3. 놓아야 할 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손이 아니다

현실이 힘들 때 놓아야 할 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손이 아니다. 


 예전 대학원 4학기 쯤이었던것 같다. 그때 당시에는 한꺼번에 하는 일이 많았다. 우선 대학원생이었고, 졸업 논문도 준비 하고 있었다. 외에도 학과 조교를 하고 있었으며, 학비를 조금이라도 줄여 보자는 생각에 대학원 총학생회에도 발을 걸치고 있었다.  조교와 대학원생이라는 특성상 교수님들과 술자리도 빼놓을 수 없었고. 그러다 보니 시간적,심리적 여유가 그리 많지 않았다. 

  주말이면 1시간이라도 더 자고 싶었고, 금요일 저녁에 마신 술로 인한 숙취가 풀릴 시간도 필요 했다. 주말에 겨우 짬을 내서 데이트를 했었는데, 그 시간이 나에게는 의무적으로 치루어야 하는 방어전 같이 느껴졌다. 행복하고 즐거운 데이트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억지로 해야만 하는  업무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그렇다 보니 사랑하는 사람에게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화를 내야 할 이유가 없는데, 일부러 화를 냈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모습인데 꼬투리를 잡았다. 늘 내 옆에 있어주고, 내 편을 들어 주는 사람을 만만하게 느꼈었나 보다. 

 그렇게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고, 짜증은 늘어만 갔으며, 이유 없는 화를 냈다. 헤어짐은 당연했다. 내가 유도한 이별이라 해야 겠지. 그렇게 헤어지고 나면 나를 묶고 있는 사슬 중에 하나가 사라진것만 같은 해방감을 느낄 것이라 생각 했다. 

 하지만 왜 인지 마음은 더 무거워 졌으며 나는 더  날카로워졌다. 날카로워진 나는 매사에 짜증을 냈고 그런 이유로 수업에서도, 학생회 에서도 마찰이 잦아 졌다. 그 결과 학생회에서는 자진 사퇴를 해야만 했다.  


 그때에서야 알았다. 나를 무겁게 내리 누른다 생각 했던 그 사람은 내 현실의 무게를 같이 짊어져 주던 고마운 사람이라는 것을. 그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놓았던 것은 무거운 짐이 아니라 나를 붙잡아 주던 손길 이었던 것이다. 


 살다 보면 끊임없는 문제들을 대면하게 된다. 가벼운 것도 있고, 숨이 막혀 올것 같이 큰 것도 있다. 그런 문제들이 나를  짓누르고 있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그 사람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 그 손은 나를 지탱해주는 손이며, 삶의 무게를 같이 짊어져주는 동반자의 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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