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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 EVOL Sep 16. 2015

 사랑. 5. 가슴 뛰는 것만이 사랑은 아니다



설렘과 흥분 가득한 뜨거운 것만이 사랑은 아니다.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간혹 듣는 이야기들이 있다.

 "이제 그 사람을 봐도 가슴이 뛰거나 설렘이 생기지 않아." 

 "예전에는 손만 잡아도 심장이 콩닥 콩닥 했는데, 이젠 아니야......."

 뜨거운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불에 비유를 많이 한다. 불 타오르는 사랑. 그런데 사실 이 "불"이라는 것도 늘 활활 타는 것은 아니다. 활활 타다가 은은한 숯불이 된다. 은은한 숯불은 불이 아닐까?

 

 학교에 다닐 때, 이와 관련된 질문을 교수님께 여쭤본 적이 있다.  이 교수님은 애처가로  유명하셔서 나와는 다른 무엇인가가 분명 있으리리라  생각했다. 

"교수님은 아직도 사모님을 보시면 가슴이 뜁니까?"

 나름대로 심각한 질문이었는데 교수님은 웃으시며 대답하셨다.

 "아내가 신용카드 내역서를 들고 있으면 가슴이 콩닥 콩닥 하지." 

 예상치 못한 답변에 웃고 말았는데, 뒤이어  말씀하셨다. 

"결혼 한지가 20년이 넘었는데, 손을 잡을 때마다 심장이 뛴다면 심장이 피곤해서 죽지 않았겠냐? 내  가슴속에 있는 심장은 그런 상황에서 더 힘을 내진 않는다. 하지만, 아침에 밥을 차리고 있는 모습이나 주말에 늦잠 자는 모습, 다 큰 애를  애기처럼 안고 있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 보고 있으면 마음속의 심장은 연애 초반의  그때처럼 힘차게 뛰더라."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활활 타오르는 사랑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겠다고 느꼈다. 얼마 전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이슈가 된 적이 있다.  그분들을 보며 풋풋 하다거나 격정적인 사랑을 하시는 구나 하고 느낀 사람은 없을  듯하다. 내가 느낀  그분들의 모습은 숯불처럼 은은하며 따뜻했다. 그리고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분의 사랑을 참 잘 가꾸어 오셨구나. 나도 저분들과 같은 사랑을 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처음 불이 붙은 나무는 활활 타오르고, 그 시간이 지나면 은은한 숯불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뜨겁고 격정적인 사랑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며, 그 사랑이 부족하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 과정들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자연 스럽다  생각하면 떨림과 설렘을 애써 찾을 필요도, 고민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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