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잘 가라

부치지 않은 편지 1

by 임세환

11월 2일

어제 오후엔 한명의 젊은이가 엄마와 함께 우리곁을 떠났다. 개그맨 박지선님. 그의 나이 서른여섯이다.


꽤 오랜 시간 개그콘서트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었던 그녀다. 화장실에서도 책을 읽을 정도로 독서광이었던 단단한 친구였다고 했다. 세상의 기준으로 중고등학교 공부를 썩 잘 했고 엄마 말을 잘 들었으며 선생님이 되기위해 고려대학교 사범대학에 진학했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다 학교에 휴학계를 내고 개그우먼의 길에 들어서서 어제까지 우리들 곁에 있었다. 어떤 일을 하면 행복한지를 깨닫고 남이 아닌 자기가 행복한 일을 찾아서 개그우먼이 되었고 사람들을 웃기면서 본인도 즐거웠다.

그녀를 추억으로만 볼 수 있다.


그런 그녀가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났다. 나이 먹어서도 그렇게 사이가 돈독할 수 없었던 엄마와 함께다.


본인들만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살지, 살아야지, 살아줘야지, 같이 있지, 같이 있어주지, 함께 하지, 함께 얘기했었어야지"

그런 생각이 든다. 방송으로만 본 그녀를 모르는 나도 이런데 그녀와 10년 넘게 동고동락했던 동료들의 마음, 딸과 아내를 다른 세상으로 보내야만 하는 아버지의 마음은 어떨까?


본인들만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녀와 엄마, 모녀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차마 이야기 할 수 없는 일들도 있을 것이고 보이지 않은 아픔과 상처가 남아 있을 것이다. 그 아픔과 상처가 너무 커서 이 세상에 놓고 간 것인지도 모른다.


단단한 멘탈, 그리고 남을 웃겨 주는 일이 행복하다고 말한 그녀이기에 어제의 소식은 충격이었다. 10년 전 늘 환한 웃음으로 TV에서, 강연장에서, 책에서 "행복"을 이야기했던 <행복전도사> 최윤희씨의 죽음도 오버랩된다. "자살"을 거꾸로 이야기하면 "살자"가 된다고 했던 그녀였었다. 그런 그녀도 남편과 함께 이생의 인연을 놓았다.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계속 듣고 왔다. 먹먹한 죽음앞에서 늘 듣던 김광석의 위로 <부치지 않은 편지>다.

그녀가 별빛 가득한 그곳에서 함박웃음지었으면 한다. 모든 걸 다 잊고 말이다.

그대 잘가라. 뒤돌아보지 말고.

안녕!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 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죽음이 자유를 만나

언 강 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 흘러 그대 잘 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 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 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돌아 보지 말고 그대 잘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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