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BTS의 <다이너마이트>를 즐겨부릅니다. 최근에는 환불원정대의 돈 터치 미 (Don't Touch Me)를, 지난 여름에는 싹쓰리의 <다시 여기 바닷가>를, 흥이 많은 재현이는 <나홀로산다>에 나오는 화사의 <Maria>를 춤까지 추워가며 거침없이 부릅니다. 아이들의 흥을 쫒아가지 못해 아빠 웃으며 지켜봅니다. 가끔 자기들끼리 공연이랍시고 하는 날이면 목소리는 크고 방방 뛰게되어 이웃에 민폐가 될 지 몰라 전전긍긍하기도 합니다.
스폰지처럼 아이들은 빠르고 비트있는 노래들을 좋아하고 곧잘 부릅니다. 노래를 부르며 신나하고 개구지게 잘도 놉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저는 잔잔한 음악이 좋습니다.
잔잔하면서도 담백한 노래가 좋습니다. 조용히 눈 감고 머리속으로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노래들을 좋아합니다. 그 대표적인 가수가 김광석입니다.
김광석의 노래는 한편의 시, 한편의 영화입니다.
어깨춤을 추게 하는 노래가 아닙니다. 조용히 눈을 감으면 몸이 조금씩 왼쪽으로 그리고 살포시 오른쪽으로 움직이게끔 하는 그런 노래입니다.
노래를 듣다보면 형의 목소리에 소설책이 펼쳐지고 영화처럼 흐릅니다. 때론 웃음짓게 때론 눈물나게 하면서 말이죠.
그런 대표적인 곡이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입니다.
1992년 김광석이 작사작곡을 하고 3집에서 노래했습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듣습니다. 지하철의 소음이 들리지 않네요.
조그만 방문이 있는 방이 보이고 아마도 그 방문창은 창호지로 채워졌겠죠.
조그만한 유리창이 보입니다.
군대시절에 본 쏟아지는 듯한 밤하늘의 별도 보입니다.
유리창에 "호~"하고 입김을 불고 <널사랑해>라고 손글씨를 썼을 겁니다. 그리고 천천히 지웠겠죠
기타선율에 따라 장면들이 펼쳐집니다.
한편의 수채화같은 화면이고 소리도 요란스럽지 않습니다. 출근길에 노래와 함께 한편의 영화를 보고 왔네요.
김광석은 시인이자 영화감독이네요.
더이상 그의 노래를, 그의 영화를 볼 수 없어 아쉬움이 깊어지지만 그가 남겨준 감동은 지금까지도 이어집니다. 다른 이들이 남겨주는 <잊어야한다는 마음으로> 도 아름답습니다. 김광석의 마음이 닿아 있기 때문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