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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세환 Dec 02. 2020

3통 1식 OO

박신용지점장님의 스몰스텝

현재 감정평가법인 매출의 50~60%, 건수의 80%이상은 금융기관의 담보대출 감정평가입니다. 채무자가 대출을 신청하면 부동산가치를 평가하고 감정평가서를 금융기관에 제출하면 각 금융기관은 이를 기초로 신용심사 등을 거쳐 여신을 실행합니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과 새마을금고, 농협, 수협, 저축은행, 보험회사 등등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진행하는 거의 모든 곳에서 외부 전문기관인 <감정평가법인>의 <감정평가서>를 기반으로 대출이 이뤄집니다. 이들 금융기관들은 외부전문기관에 비용을 지불하고 결과를 수신하여 여신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리스크헷지차원으로 생각합니다. 혹여라도 문제가 발생할 시 대출업무 전반을 돌아볼 것이고 책임을 묻는 일들이 있을텐데요. 그럴 경우 금융기관 혼자 오롯이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가치판단에 문제가 있을 경우 외부에 책임을 묻는 것이겠죠. 금융기관 나름의 보험료를 세는 셈입니다.


그러나 이도 감정평사수수료라는 비용이 발생할 것이고 금융기관내부에서도 이 비용을 줄여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오게됩니다. 혹여라도 있을 수 있는 사건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매번 외부에 지출해야 하는 수수료비용과 직접 감정평가사를 고용하여 자체평가를 하는 비용을 저울질하는 것입니다. 그 저울질의 결과 몇년전부터는 일부 감정평가사를 직접 고용하여 자체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자체평가가 타당하느니, 정밀하느니의 이야기는 너무 길어질 것 같아요. 암튼 여기서 줄입니다.



30살부터 감정평가업무를 하고 있으니 많은 은행관계자들을 만났죠. 하는 업무의 80%이상이 담보대출 감정평가이니 당연한 일일겁니다. 그렇게 만난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기억나는 사람들도 있고 15년전부터 시작된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분들도 계십니다. 사회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인 셈이죠


반면 전화번호에는저장이 되어 있지만 얼굴이 매칭되지 않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 분들도 저를 그렇게 생각하시겠죠. 아마도 전화기에 찍여있는 가온감정평가법인의 임세환평가사라는 이름이 낯설게도 느껴지는 분들이 있을겁니다. 주기적으로 사람들을 관리하는 분들이라면 아마도 제이름을 삭제했을 수도 있겠네요. 참 씁쓸한 일입니다.


"안녕하세요. 지점장님. 가온의 임세환입니다."

"아, 평가사님. 정말 오랜만이에요. 어떻게 잘 지내셨어요? 평가사님 목소리 들으니 너무 좋네요. 언제 밥 먹으로 함 봐요"

"안그래도 그럴려고 전화드렸어요. 다음 주 화요일 점심 어떠세요? 제가 지점으로 갈께요"

"네. 그래요. 그날 꼭 봐요. 정말 오랜만에 연락해줘서 너무 감사해요. 다음 주에 꼭 봅시다"


2주전에 정말 오랜만에 우리은행의 박신용지점장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한 2년만이었던 같습니다. 지점장님으로 승진하시고 직무교육을 가신다고 문자를 보내주셨었고 우리은행 광장동지점으로 초임발령을 받으셨었죠. 부지점장님으로 계셨을 떄도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도 깔끔하게 처리해주시고 상대방을 배려해주시는 게 너무 감사했습니다. 부탁드린 일을 알아봐주시는 걸 보면서 "와, 이분 참 멋지다"란 생각도 들었었구요.


약속한 그날 11시30분에 맞추어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아. 지점장실에 안 계신거에요. 어, 이건 뭐지? 일선직원에세 여쭈어 보았습니다. 방금전까지 계셨닥 합니다. 핸드폰으로 전화를 드렸습니다. 핸드폰은 지점장실에서 홀로 울더라고요. 근데 1~2분 정도 지나니 지점장님이 헐레벌떡 지점입구에서 들어오시는 게 아니겠습니까?

"아, 평가사님 바로 들어오셨구나!"

"네. 지점장님."

"평가사님 차가 뭔지를 몰라서 주차하기 편한데 알려드린다고 밖에서 기다렸는데 오고가며 엇갈렸나봐여"

"아....네네"

이분. 참 대단하십니다. 오랜만에 다시 보았는데도 예전의 그 성실함과 따뜻함 그대로였습니다.

지점장님실에서 차 한잔을 나누었습니다. 그동안의 안부를 묻고 코로나19와 일상의 이야기, 전에 모셨던 지점장님 소식 등등 오랜만에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점심 때 다른 약속이 있으신 거는 아니죠"

"지역본부장님 식사가 있긴 한데요. 그래도 약속이 잡혀있더라도 저는 고객님이 우선이에요. 우리은행 본부장님보다도, 우리은행 행장님보다도 더 높은 분이 바로 고객님이거든요. 들으시면 섭섭하시겠지만 저는 제일 높은 분이 고객님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가든파이브지점 있을 떄 가온감정평가법인 재무이사로 계시면서 엄청 많이 도와주셨잖아요. 우리 본부장님도 이해하실겁니다. 하하"


아. 이 양반. 사람 마음을 들었다놨다하는데 어지럽네요. 이 분 고객님이라고 이야기 하는데 진심으로 다가와서요. 대단한 분이고 열심인 분입니다.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시고 매순간 최선을 다해 준다는 걸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고 왔습니다.


다음날 지점장님께 카톡을 보냈습니다. 지점장실에 들어서는 순간 눈에 들어온 6개의 글자중 2개를 기억하지 못해서요. 그 글자는 3통1식 OO입니다.


  

이 분 여쭤어 본 건 대답도 안 해 주시고 다른 엉뚱한 말씀만 하시네요. 아마도 다음에 빨리 와서 저더러 확인하고 가라는 의미일 겁니다. (곧 뵙겠습니다.)


지점장님과 <스몰스텝>에 대하여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지만 지점장님은 업무에서 그걸 실천하고 계셨습니다. 코로나가 진정되면 또 한번 뵙고 나머지 하나를 눈으로 보고 와야겠습니다. 이분을 만나면 제가 우리은행 행장님보다도 더 높은 대접을 받게되는데 안 만날 이유가 있을까요? 이분을 만나면 진솔한 인생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데 자주 뵙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우리은행 광장동지점 지점장님에게서 삶을 배우고 실천하고 계시는 스몰스탭을 배웁니다. 만남은 업무에서 시작되었지만 삶으로 배우고 또 배우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도 지점장님에게 기억되는 감정평가사, 아니 인생의 후배가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글로 남기고 고이 간직해봅니다.

고맙습니다. 박신용지점장님!

근데 OO은 뭘까요? 아침에 글을 보내드리고 여쭈어봐야겠습니다.

알려주실까요? 와서 보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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