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개
1980년대 국민학교시절이었습니다. 국민학교.
학교운동장에서 형들과 친구들과 공을 차다가, 씨름장에서 아이들과 놀다가, 술래잡기를 하다가도 저녁6시가 되면 아이들의 세상은 멈춥니다. 애국가와 함께 내려오는 태극기를 바라보며 왼쪽가슴에 손을 얻어야 했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릅니다.
1980년대 중학교시절이었습니다.
MBC라디오 <별이빛나는밤에>에 별밤지기 이문세의 카세트테잎 3집,4집을 사면 제일 마지막에 나오는 <건전가요>라는 게 있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건 "어이야 둥기둥기? 뭐 그런 노래였던 것 같습니다. 별밤지기 이문세는 이런 노래를 꼭 음반에 넣어야했나 그렇게 투덜거렸었지요.
"야. 건전가요란 거야. 대중가요가 건전하지 못한 곡들도 많으니 이렇게 국가에서 <건전가요>를 의무적으로 음반에 넣으라고 하는 거잖아. 너는 그것도 모르니?"
친구의 말입니다. 무슨소리를 하는건지 그 당시에도 지금도 알 수가 없습니다.
오늘 AI는 김광석의 과거 TV속 <솔개>노래를 검색해주었습니다. 와 정말 대단합니다. 이놈의 인공지능...좋기도 하지만 음..뭐랄까 저를 계속 감시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은 별로입니다. 인터넷에서 노래가사를 검색했습니다. 글의 말미에 흔적을 쌓아두려고요. 근데 인터넷에 있는 노래가사와 영상속 형의 노래가사가 안 맞는 거에여.
'아놔~~~ 형의 또 방송사고군. 방송국사람들은 형이 부르는 그대로 화면으로 가사를 송출했구만, 아니 이건 대형방송사고야. 그리고 그 방송사고가 20년이 지난 지금도 이렇게 기록으로 남아있잖아.ㅋㅋ, 지난 번 공연영상에서는 한줄 통째로 가사를 날려버리더니 이번엔 아에 가사를 바꿔서 부르면 어떻게...'
그러나
아니었습니다.
독집앨범에 실린 <솔개>는 상투적 사랑 노래가 판을 치던 1980년대에 사색적인 가사와 경쾌한 멜로디로 충격적이었다. 방송사 노래신청엽서나 편지에 실리는 횟수가 가장 많았던 노래이기도 하다. 노랫말이 좋아 가요순위 방송프로그램에서 3주 내리 1위를 차지한 곡이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금지곡이 됐다. 그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솔개 가사 중 ‘권태 속에 내뱉어진 소음으로 주위는’을 ‘소리 없이 날아가는 하늘 속에 마음은’으로 바꾸니까 풀어주더구먼. 그 시절이 좀 살벌해서…”라고 말해 노랫말 때문에 금지곡이 됐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당국의 견제로 가사가 둔갑한 것이다. 노래 후반에 ‘의미 없는’이 ‘의미 있는’으로, ‘수많은 농담과 한숨 속에’를 ‘수많은 농담과 진실 속에’로 고쳐지는 등 부정적 내용이 긍정적으로 바뀐 것이다. 이 노래가 반체제까지는 아니더라도 체제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개인의 운명을 서글프게 그린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Music Episode] 뼈를 깎는 고통을 이겨낸 저 아름다운 솔개처럼 중에서, 2007.12.01. 엠디저널
- 원문: https://bit.ly/3nkHOAL
형이 두번 실수는 한 게 아니었습니다. 1980년대 국민학교시절의 학교운동장이 머리에 스쳐지나갑니다. 이문세 4집에 실려있던 건전가요가 떠오르네여. 국가는 "노래가사" 한 줄도 한 단어도 신경을 써주시는 세심한 배려의 아이콘이었습니다. -.-
어린시절 흥겹게 불렀던 솔개의 노래가사를 잔잔히 살펴보았습니다. 그때는 보이지 않고 지금은 보이네여. 역시 나이가 먹으니 속도가 느려지지만 깊이는 깊어지는 것 싶어요.
노래 속에 나오는 ‘솔개’는 맹금류로 평균수명은 40년 전후지만 최고 70년까지 산다고 한다. 솔개는 천형 같은 고통을 참아내는 새로 유명하다. 40년 쯤 되면 발톱이 무뎌지고 부리가 길어지며 깃털도 두껍게 자라 하늘을 마음껏 날 수 없다. 물론 먹이사냥도 힘들어진다. 솔개는 이때 ‘삶과 죽음’이란 기로에 선다. 삶을 택한 솔개는 산꼭대기에 둥지를 틀고 혹독한 수행에 들어간다. 바위에 부리를 쪼아 깬 뒤 빠진 곳에 새 부리가 돋아나면 그 부리로 무뎌진 발톱을 뽑아낸다. 이어 새 발톱으로 깃털을 뽑아내면 새 깃털이 돋는다. 그제야 솔개는 하늘을 마음껏 날아 지상의 먹이를 비호처럼 낚아채 30년을 더 산다. 솔개의 장수설은 정확한 생태연구에 바탕을 두고 있지 않다. 어쩌면 ‘이솝우화’에 가깝다. ‘솔개 장수설’이 뜻하는 바는 생존을 위해선 뼈를 깎는 변신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 [Music Episode] 뼈를 깎는 고통을 이겨낸 저 아름다운 솔개처럼 중에서, 2007.12.01. 엠디저널
- 원문: https://bit.ly/3nkHOAL
오늘 인공지능에게 감사해야겠습니다. TV속의 광석이형을 만날 수 있게 해주고, 국민학교의 운동장을 떠올리게 해주었네요. <별밤지기>의 건전가요를 되돌아보게도 해주었습니다. 씁쓸하지만 고맙네여.
오늘도 날이 어제보다도 찹니다. 따뜻한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말 안하고 살 수가 없나 날으는 솔개처럼
권태 속에 내뱉어진 소음으로 주위는 가득 차고 [ 금지곡이었을때 : 소리 없이 날아가는 하늘 속에 마음은]
푸른 하늘 높이 구름 속에 살아와
수많은 질문과 대답 속에 지쳐버린 나의 부리여
스치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어느덧 내게 다가와
종잡을 수 없는 얘기 속에 나도 우리가 됐소
바로 그때 나를 비웃고 날아가 버린 나의 솔개여
수많은 관계와 관계 속에 잃어버린 나의 얼굴아
애드밸룬 같은 미래를 위해 오늘도 의미없는 하루 [ 금지곡이었을때 : .........의미있는 하루]
준비하고 계획하는 사람 속에서 나도 움직이려나
머리 들어 하늘을 보면 아련한 친구의 모습
수많은 농담과 한숨 속에 멀어져간 나의 솔개여 [ 금지곡이었을때 : .......진실.......]
수많은 농담과 한숨 속에 멀어져간 나의 솔개여 [ 금지곡이었을때 : .......진실.......]
멀어져간 나의 솔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