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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세환 Dec 20. 2020

Indefinitely

20년전 영화<노팅힐> 

그녀와는 동갑내기입니다. 매번 한살차이가 난다고 "오빠"라고 장난을 하지만 그녀의 어머님에게 정확히 들은 정보에 의하면 동/갑/내/기가 맞습니다. 예전에 "빠른....생"들이 있었고 그래서 같은 년도에 같은 학년의 학교살이를 하였으니 동갑은 아니더라도 학년은 같았네여.


친구의 소개로 만난 그녀 2008년 이즈음에 만났으니 벌써 햇수로 13년이 되어 가네요. 그동안 우리 사이엔 10살 서현이, 8살 재현이가 함께 있네요.


티격태격 많이 다투고 싸우고 삐지고 그럽니다. 이야기를 많이 하다가도 하지 않기도 합니다. 서로의 마음을 알아준다고 몰라준다고 투덜대기도 다독이기도 합니다. 서로의 기대와 바람이 어긋나면 짜증이 나기도 하고 목소리가 커지기도 합니다. 다음의 변화에 대해 약속을 하기도 합니다. 오래가지 못할 게 뻔한 데도 약속을 하고 다음을 기약하기도 합니다. (아직도 양말은 뒤집어 세탁기통에 있는 것은 안 비밀), 지켜지지 못하는 공수표같은 약속을 하고 지키기도 지키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런 시간들이 아이들의 나이보다도 더 많이 지났습니다. 


2019년 6월30일

새벽3시 북한산 초등학교에서 시작한 친구와의 새벽산행이었습니다. 꼭 저와 같이 가고 싶다며 새벽3시에 만나서 사브작사브작 오르는 산행길이었습니다. 아침기운을 맞으며 이야기 나누는 산행은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친구는 자기가 좋아하는 산에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영원히 그 산에 같이 하고 싶었나 봅니다. 감작스런 심정지였었죠.
무섭고 두려웠습니다. 119의 신호에 맞춰 심폐소생술, 주위사람들의 도움, 헬기이송 그리고 하산길.


홀로 친구의 배낭과 신발을 안고 산을 내려와 멍하니 걷다가 전화를 합니다. 평소같으면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에 갔다가 올 시간이었으니 궁금하기도 할 겁니다.


"OO아 "

'"어."

"아이들 방에서 전화 받을래, 놀라지말고"

"왜, 무슨일인데"

"산에 같이 간 친구가 갑자기....숨을 안쉬어서 헬기로 보내고 왔어. 어찌 됐는지는 몰라. 지금 막 내려왔는데...내려오는 와중에 의정부경찰서에서 전화와서 빨리 오라는 거야. 20분전에도 같이 얘기했던 애가 숨을 안 쉬어. 아무리 심폐소생술을 해도 안돌아와. 어쩌지.."

"아..."


아내의 음성을 듣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길가에 주저앉았습니다. 쏟아지는 눈물이 참을 수 없었습니다. 주위 등산객사람들은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계속 울기만 했었네요. 등산가방 2개를 메고 들고 울고 있는 사람.


"자기야. 잘들어. 운전하고 오지 말고 택시 타고 와. 고모부한테 이야기 할 테니 같이 다녀오고. 침착하고. 자기도 정신없을텐데. 순명이한테 전화해서 어찌되는 지 물어볼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조심히 와. 꼭 택시타고 와. 알았지."

"그래"


아내는 더보다 더 침착했습니다. 더 무서웠겠지요. 그럼에도 저를 위로해주고 담담히 시간을 보내었습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빈소에 같이 다녀왔습니다. 그 후에도 아내는 묵묵히 그냥 옆에 있어 주었습니다. 


"많이, 놀랬을텐데, 조금 쉬어. 회사에 휴가내고 쉬어"
"잠도 많이 자고 그래."

"술 먹고 싶으면 먹어도 돼. 그동안 끊었는데 또 끊을 수 있잖아. 찬호 만나서 한잔 하고 와 (하지만 술은 먹고 싶지 않더라고요.)"


오늘의 질문입니다.


위기의 순간에, 어려운 시기에 사람의 진심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직전까지 티격태격 싸웠던 아내는 온데간데 없었죠. 참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아내는 제게 그런 존재입니다. 



어제는 <노팅힐> 영화를 아내와 정주행했습니다.

20년전 영화인데 지금 보아도 감동입니다. 영원히요. 이번 주말 꼭 찾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내는 요새 새벽에 아침에 일어나 글쓴다고 끄적끄적거리는 걸 무척이나 싫어합니다. 낮에 꾸벅꾸벅 졸고 있다고 짜증도 냅니다. 일요일은 글쓰지 말라고 했는데 대단한 작가도 아니면서 글쓰고 책읽는다고 꾸사리를 주겠죠. 그러면서도 페이스북이나 브런치의 글들은 다 읽고 "좋아요"를 보내네여.


행복한 일요일되십시오. 영원히요.



OST (https://youtu.be/AlF2weBXxl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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