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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세환 Jan 02. 2021

잘먹겠습니다.

축제

아침에 일어나 경북예천에 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경북예천에 축제가 있어 갑니다. 

선배님, 후배님과 아침에 만나기로 했어요.


선배님의 어머님이 12월 31일 돌아가셔서 <예천농협장례식장>에 조문차 다녀오려고요. 사회적거리두기를 하고 있지만 방역을 준수하고 안전하게 다녀오려고 합니다.


지난해는 어머님, 아버님을 보내드리는 장례식장에 다녀오는 일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왠만하면 다녀오려고 합니다. 대신 후배들의 결혼식은 잘 가지 않습니다. 가기전에도 미리 안간다고 이야기해요. 축하하는 자리에 숟가락 하나 더 얹어보았자 부담만 되니까요. 축하의 자리에 축하가 가해지면 배가 되겠지만 축하는 마음으로도 충분히 하고 있습니다. 대신 신혼여행을 다녀오면 커피 한잔 하며 축하인사를 전합니다.


"야, 나는 결혼식 비용도 아끼게 해주고 독립자금도 주는거야. 아내 모르게 쓸 일이 있을꺼야. 엉뚱한데는 쓰지말구. 그럴려면 와이프 갔다주고^^" 


작년 여름 총무부 부장님의 어머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장례식장은 경남 마산이었고요. 그때도 휴일이었나봅니다. KTX  5시 첫차를 타고 마산의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9시가 되지 않았습니다. 먼길 그 어머님이 마련해주신 아침식사를 나누고 돌아왔었네여. 먼길 새벽부터 내려온 저를 부장님은 너무 고마워하셨습니다. 당연히 가야하는 곳에 갔는데도 그렇게 감사해 할 수가 없었어요. 다들 사정이 있어 어쩔 수 없이 못오는 분들을 대신해서 가는 길임에도 감사하다고 말씀해주셔서 제가 더 민망스러웠습니다.


작년 여름 회사 평가사님 어머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장례식장은 경기도 인근의 한 병원이었습니다. 미리 코로나때문에 조문을 사절한다고 안내를 드렸지만 대표이사님은 그래도 집행부는 다녀와야 한다며 가시자고 합니다. 식사시간임에도 장례식장은 한가했습니다. 


"정말, 조문을 사절한다고 말씀드렸는데...장례식장이 너무 한가하죠"

"그러네요. 다들 코로나때문에 조심조심하고 있으니까요. 다들 마음으로는 찾아뵈었을겁니다.."

"네 알죠. 그래도 참 한가하니 참 좋은데 한편으로는 어머님께 죄송스럽기도 하고..."
"네네. 어머님도 이해하실겁니다."



12월31일 한통의 문자가 왔습니다. 몇일전부터 위독하시다고 이미 고향에 내려가신 평가사님의 어머님 부고였습니다. 새해이기도 하고 휴일에 손님을 받아야하니 장례는 4일장을 치르신다고 하십니다. 대표이사님은 특히나 사회적거리2.5단계이고 새해인데 본인이 혼자 다녀오시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마음써주셔서 감사한 일이죠.


어제 아침에 일어나 후배에게 카톡을 보냈습니다. 

"그래도 우리 가봐야 되지 않을까?"라고요. 마음이 맞는 후배도 고민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다들 어린 아이들을 키우고 있고 코로나에 예민해 하고 있어서 더더욱 그랬습니다. 

"제 차로 갔다오시죠. 집에는 미안한 일지만 그래도 권감사님 어머님 마지막 가시는 길인데요. 내일 아침에 일원역으로 일찍 오세여. 대표님도 제가 모실꼐요."

"그래, 그게 마음이 편하겠다. 내일 보자"


아내에게도 오늘 장례식장을 다녀온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방학이 시작되고 그래도 3일연휴인데 제가 아이들과 놀아줄 수 있어서 조금 편할 줄 알았을텐데 조문을 간다고 하니 당황스러웠을 겁니다. 허나 평소 회사에서 잘 짜르는 선배님의 일인걸 알고 있기에 선뜻 다녀오라고 합니다. 하지만 경북 예천이하고 하니...아놔...그래도 다녀오라고 합니다. 남편의 마음 알아주어 감사한 일이죠^^


장례는 죽은이가 마련한 마지막 축제라고 합니다. 나를 기억하는 사람, 나의 아들과 딸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하고 웃고 떠들고 가라. 대신에 싸우지들 말고... 내가 기운이 있다면 순수 술한상 보아줄수 있지만, 맛있는 음식하나 마련해 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해 미안하다는 마음이 담겨져 있습니다. 소설가 이청준은 장례를 <축제>라고 했습니다. 임권택감독이 영화로 만들기도 했었습니다.



평가사님의 어머님이 마련해 주신 멋진 음식 잘 먹으러 갔다와야겠습니다. 

제가 예천임씨인데 예천에 몇번 가보지도 못했는데 어머님때문에 오게 되었다고 서스레도 떨어야겠습니다.


잘먹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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