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하늘을 달리다
새해 첫 출근날입니다. 3일간의 휴식을 마치고 본격적인 첫출근을 합니다. 이번에 정부발표로 인해 아이들도 오늘부터 태권도도장에도 갈 수가 있네요. 본격적인 2021년 새해의 시작입니다.
지난 2019년 4월에 롯데월드타워 수직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습니다. 사무실의 후배와 함께 둘이 참가했었습니다. SKY RUN, 하늘을 달리다는 슬로건을 가지고 연 대회였습니다. 롯데월드타워 123층을 계단을 통해서 올라가는 대회였습니다. 그해 2월에 후배와 참가신청을 하고 사무실 8층 높이의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는 연습을 했었습니다. 집이 15층인지라 집도 걸어서 올라가는 연습을 했었습니다. 계단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걸어서 올라갔었네요. 그덕에 롯데월드타워 123층에 올라가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대회에선는 8살아이가 아빠랑 같이 올라 올라가는데 아이가 아빠보다도 더 빨리 올라갔습니다. 60이 넘은 할아버지는 뛰어서 올라가시기도 하구요. 20층마다 쉬는 공간이 있어서 쉬면서 사부작사부작 올라가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계단 중간중간마다 박수와 음악으로 응원해주시는 서포터즈들도 있어서 기운내며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사실 1층에서부터 "거의다 왔어요"라고 이야기하는 응원단의 거짓말은 안비밀)
1층에서부터 쉬지않고 한계단 한계단 3,000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갔습니다. 중간에 쉬게 되면 흐름을 놓칠 수 있기때문에 속도가 늦더라도 쉬지 않기로 했어요. 처음엔 후배와 템포를 맞추었지만 아무래도 저보다 젊은지라 먼저 가라고 했습니다. 결국은 자기 스스로 속도와 보폭을 조절해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계단 한계단 올라가니 어느새 123층 정상입니다. 한계단 한계단을 쉬지 않고 올라가니 어느새 정상입니다. 정상은 쉬지않고 사부작사부작 올라가는 이들에게 열려있었습니다.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이야기하시면 뭐라 할 말이 없지만 저한테는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여기를 오르기 위해 매일 산에 오르고, 버스 세네정거장을 걸어다니고. 평소에 계단오르기를 생활화한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게 123층을 오를 수 있어서 더더욱 감사했습니다.
2018년 아이들이 8살, 6살이었을 적의 일입니다. 살고있는 아파트가 엘리베이터를 교체하는 바람에 한달이 넘게 가족들이 15층을 걸어오르내렸던 적이 있었습니다. 참 힘들었었죠.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노후된 엘리베이터 교체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느까요. 아이들이 걱정이었는데요. 그런데 아이들은 신나합니다. 계단을 내려갈때도 한계단한계단 내려가는 일이 재미가 있었나봅니다. 학교와 유치원에 다녀와 로비층에서부터 15층까지(아...그러니 16개층을 올라갔었네요...-.-) 올라갈 때도 아이들은 신나합니다. 집으로 올라가는 길이 무슨 놀이인 줄 아나 봅니다.
"아빠,이제8층이야, 빨리가자"
"누나, 이제 10층이야, 15층 가려면 5개층만 더 가면 돼"
"엄마, 내가 1층이다. 우리 가족 중에서 내가 제일 빨리 올라가"
중간에 한번 안아달라, 업어달라고 하지 않아서 천만다행입니다. 아이들이 힘들어하지 않고 재미있어하니 감사한 일입니다.
그날이후 아이들이 몸으로 배운 15층까지 오르는 것을 빗대어 모든 일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숙제 몇 층까지 했어'
"어, 아빠 이제 한 4층정도까진 한 것 같아.15층 올려면 조금만 더 하면 돼"
"재현아, 퍼즐 몇 층까지 한 거 같아?"
"어, 한 7층정도, 아. 근데 너무 하기 싫어"
"재현아, 너 로비층에서 15층까지 날아올 수 있어? 전에 날아올 수 있었으면 우리가 왜 계단으로 힘들게 올라왔을까?"
"아니, 한층한층 올라가니까 15층까지 올라왔잖아?"
"그래, 퍼즐도 똑같아. 하나하나 하게되니 어느새 7층인 거잖아? 7층도 올라왔는데 15층을 못 올라오겠어. 하나하나 하게되면 8층, 9층, 14층, 어느새 15층 되어서 집에 올수가 있잖아. 그지?
"어,그래, 아빠, 맞아."
아이들도 알고 있습니다. 한계단 한계단 자신들이 몸으로 체험한 일이니 생생하게 알고 있습니다. 한계단 한계단 오르니 않으면 마침내 집으로 오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죠. 숙제도 그렇다는 걸, 놀이도 마찬가지라는 걸요.
새해 첫출근날, 롯데월드타워 123층을 오른 추억이 생각납니다. 아이들과 한달넘게 15층 계단을 오르내린 장면이 생각합니다. 새해 첫출근날이라 더더욱 생각납니다. 첫걸음을 내딛고 한걸음 한걸음 한계단 한계단오르니 어느새 123층, 어느새 집앞에 도착했었거든요.
오늘 새해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첫 계단을 오르는 셈입니다. 쉬지않고 사부작사부작 한 걸음씩 한계단씩 내딛을겁니다. 멈추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갈 것입니다. 길을 걸어야 그 길의 의미를 안다고 합니다. 회사의 새로운 업무도, 공부도, 운동도 첫걸음의 그 길을 걷겠습니다.
여름쯤, 재현이서현이에게 이야기 해야겠어요
"아빠 지금 8층정도에 왔어. 이제 조금만 더 가면 15층이야"라고요
새해 첫출근, 첫 시작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