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책방-윤동주문학관-청운문학도서관
설연휴 마지막날입니다.
사일동안의 연휴동안 엄마도 아이들도 많이 지쳤었죠. 아이들은 할아버지 할머니도 보지 못했어요. 대신에 영상으로 세배를 드렸어요. 물론 세배돈은 두둑이 받았습니다. 연휴 마지막날 아이들 데리고 책이 있는 언저리에서 놀다가 왔습니다. 굳이 책을 보라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책 근처에서 놀다 보면 으레 알겠지요. 책이 주는 맛을 알겁니다.
첫번째로 간 곳은 <초소책방>입니다.
50여년간 청와대 경호목적의 cp였지만 2018년에 시민의 품으로 오면서 리모델링을 하여 책방의 모습을 갖추었습니다.
지난 2018년에 리모델링을 한 인왕산자락에 위치한 책방인데요. 책을 들고 오손도손 도란도란 이야기 하기 좋은 곳입니다. 앞으로는 남산이 보이는데요. 오늘은 미세먼지때문에 남산의 모습이 흐릿흐릿하지만 경관도 멋드러집니다. 달리 청와대를 지켰던 곳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얌전히 앉아서 책을 읽었을까요? 아닙니다. 아이들은 이곳 책방보다 책방 바깥에서 깔깔깔 까르르 웃고 떠들고 달리기가 더 좋은가 봅니다. 아마 저라도 그랬을 겁니다. 굳이 자기가 읽을 책도 없는 책방에서 심심하게 있을 이유가 없었죠. 오랜만에 바깥 공기 마시며 마음껏 뛰어노네요. 이곳 야외는 아이들에게는 너무도 좋은 놀이터였습니다.
두번째로 간 곳은 <윤동주문학관>, 윤동주시인의 언덕입니다.
이곳은 집근처에 있어 자주 간 곳인데요. 1월초에 왔을 때는 코로나로 윤동주문학관의 문이 닫혀 있었지만 오늘은 활짝 열려있었어요. 이곳은 사진촬영이 금지되었는데요.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가보려 했는데 입구에서부터 별로였나봅니다.
재현이에게 시를 한번 읽어보라고 했는데 영 반응이 시원치 않습니다. 두 줄도 채 읽지 않고 과감히 패스.
아. 윤동주시인은 자기랑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다 이 녀석의 취향이니...쩝. ^^
하기사 아이에게 윤동주시인의 <새로운 길>이 무슨 의미가 있을라고요.
세번째로 간 곳은 <청운문학도서관>입니다. 윤동주문학관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있은데요. 이곳 역시 그냥 아이들놀이터였습니다. 이곳은 열람실이 한옥으로 되어 있어 유명한 곳인데요. 한옥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체험을 할 수 있지만 지금은 코로나때문에 이용에 제약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도서관 옆에서 땅을 파고 놉니다.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들을 모아 놓고 장난을 하고요. 한옥열람실 앞에서 사방치기를 그려놓고 돌을 던지고 뛰어다니며 노네요. 흙을 오랜만에 밝아보니 아이들도 신이 났었나 봐요. 손으로 흙을, 나무가지를, 돌을 만지고 웃는게 좋습니다. 여기가 청운문학도서관인지, 청운놀이터인지, 청운자연학습장인지 아이들은 그런 것 안중에도 없습니다.
한참이나 놀고나서 도서관에 들어갔어요. 책보려고 간게 아니고 손씻으로 간 건데요. 엄마가 그리고 아빠가 책에 관심이 있어하자 아이들도 책을 잡네요. 물론 자기들 편한대로 자세를 잡고 책을 보는 건지 마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재현이는 굳이 QR코드리더기를 작동해서 영상을 보는 건지 책을 보는 건지......
아이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서 저도 책을 펼쳐보았습니다. 핸드폰으로 <서울시민카드>를 발급하니 5권까지 대출이 되네요. 그래서 3권을 모시고 집에 올 수 있었습니다.
도서관언저리에서 놀기는 계속할 생각입니다. 억지로 책을 읽으라고 하지는 않을 생각이에요. 재작년에는 은평구립도서관에 밥먹으로 간적도 있어요. 도서관 밥맛이 맛있다는 걸 알릴려고요. 거기에 가면 아빠, 엄마가 아이스크림이라도 하나 더 사주니까 그 맛에 갔을 수도 있습니다.
자주 보다보면 흙도 좋지만 책도 보고 싶어질겁니다. 뜀박질도 좋지만 책을 보며 여행을 떠나고 싶을 거구요. 그러거나 말거나 당분간은 도서관언저리에서 계속 놀 생각입니다. 은근히 재미난 일입니다.
집에 오니 <발렌타이데이>라고 서현이가 동생과 아빠에게 선물을 하나 주네여. 초코렛이 두개인데요.
하나는 유투브 <따니네 만들기>에서 보고 만든 종이초코렛, 또다른 하나는 진짜 가나 초코렛입니다.
유투브보며 종이접기신공을 펼쳐보이는데...앞으로 도서관 언저리에서 더 열심히 놀아야겠습니다. ㅎㅎ
기억에 남는 설날연휴 마지막날입니다. 행복한 밤 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