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세환 Feb 28. 2021

내일은 뭐하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2월의 마지막날 일요일입니다. 내일은 삼일절입니다. 휴일이니 삼일 연휴가 되네여. 삼일 연휴기간동안 아이들을 집안에만 머무르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넘쳐가는 아이들의 에너지때문에 집이 폭파될 지도 모릅니다. 아마도요. 아이들의 에너지 때문에 코로나19도 집으로 들어오지 못할 지경이니 말입니다.


누군가처럼 멀리 여행을 떠나 갔다오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하네요. 대신에 집근처 아이들이 갈만한 곳을 찾아나섭니다. 


연휴첫날은 오며가며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돈의문박물관마을에 갔다왔습니다.  서대문사거리에서 종로쪽으로 방향을 틀면 길가에 예쁘게 꾸민 마을, 박물관이 보이는데요. 바로 돈의문박물관마을입니다.

 

한곳한곳이 아이들에게는 신기한 곳입니다. 어릴 적 기억들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지어지는 곳이죠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체험이 있습니다. 전체 건물 중 갤러리, 박에스더의 집, 송월당베이커리, 돈의문 상회 등 8곳을 돌고 스탬프 인증을 하는 건데요. 하루에 선착순 300명 한정으로 <카페서궁>에서 맛있는 쿠키를 하나씩 줍니다. 공짜 쿠끼를 받기 위한 레이스가 아침부터 펼쳐집니다. 그러나 그 레이스 역시 마을처럼 요란스럽진 않습니다. 조용히 재미와 의미를 담고 있어서 좋습니다.



연휴 둘째날인 오늘도 돈의문박물관마을을 향했습니다. 어제 스탬프투어에 집중하느라 보지 못하고 지나갔던 곳이 있었는데요. 그곳은 바로 <돈의문컴퓨타게임장> 이른바 오락실이었습니다. 어릴 적 선생님과 엄마를 피해서 갔다 온 그곳 추억의 오락실, 이곳에서는 공짜입니다. 아이들도 신나했었는데요. 이곳은 사람들의 호응이 너무 좋아서 5인이하 출입, 5분이내만 게임을 허락합니다. 



너무 아쉬었습니다. 벽면에 써 있는 백투더퓨처가 5분만 허용된다는 게 너무 아쉬었어요. 특히 추억의 "버블버블"(저는 보글보글, 더 쎄게는 뽀글뽀글로 불렀습니다만ㅎㅎ)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습니다. 무료로 제공하니 죽어도 또 하고 죽어도 또하고 할 수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아빠가 아빠의 엄마에게서 받은 돈으로 필사적으로 게임했었던 것을 알까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또 한 곳 <새문안극장>에 들렀습니다. 극장에서는 <달려라하니>를 상영하고 있었는데요. <달려라하니>를 스크린에서 보니 감회가 새로웠고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홍두깨선생님이 하니의 집에 가서 밥을 해주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밥을 곤로에 하는 게에요. 곤로에.... 

어릴때 엄마는 곤로에 밥을, 찌개를 그렇게 하셨거든요. 그게 만화영화를 통해 보게 되니 감회가 참..새로웠습니다. 아이들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 지 궁금합니다. 별 생각이 없을 수도 있고요. CGV나 롯데씨네마에서 영화를 많이 보았는데 이런 조그마한 극장에서 그리고 옛 영화를 본 소감이 어땠을까 싶습니다.


그다음은 서울역사박물관입니다. 

돈의문박물관마을 바로 옆에 있어요. 이곳에서는 <서울학교 100년>의 전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근대 100년동안 학교교육이 어떻게 변화 발전했는지를 보여주는 전시회인데요.


제 눈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조그만 교실에 자리집고 있는 풍금이었습니다. 국민학교에 몇 대 없었던 풍금, 음악시간전에는 그날 당번아이는 다른 교실을 돌아다니며 풍금을 교실로 가져 오는 게 주요 임무였습니다. 피아노와는 또 다른 풍금인데요. 그걸 연주하며 우리들에게 노래를 가르쳐주셨던 옛 선생님들의 얼굴과 이름도 어렴풋이 떠오릅니다.  

겨울이면 교실에는 밥 타는 냄새, 익어가는 냄새가 가득했었습니다. 난로위에 올려진 도시락때문이었죠. 겨울철 당번은 교실을 따뜻하게 해 줄 석탄을 많이 가져오는 게 능력이었습니다. 혹여나 못 가져오면 선생님께 혼나는 건 둘째치고 아이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아야 했었습니다.



지난 날의 교실을 보는 건 아이들에게도 신기했습니다.

"아빠, 토요일에 왜 학교를 갔던 거야?" 

이렇게 묻는 아이에게 멈칫했습니다. 지금은 이상하게 여겨지는 일들은 모두 과거에 당연히 했었던 일이었습니다. 늘 제자리걸음 같아 보이는 학교도 많이 바뀌어있었습니다. 우리들의 삶도 그렇고요.


마지막으로 집에 돌아오는 길에 들른 곳은 <국토발전전시관>입니다.  예전에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을 리모델링했던 곳입니다. 덕수궁 돌담길 근처에 있어요. 돈의문박물관마을이 근처에 있습니다. 

전시관은 2층에서 4층까지 있는데요. 중앙 로비에 있는 긴 에스컬레이터를 가고 4층으로 입장을 합니다. 초대하는 문이 열리면 4층에서 3층, 3층에서 2층으로 체험들을 하면서 내려옵니다. 그중에서도 3층에 있는 비행기와 열차를 타는 체험은 아이들이 무척이나 재미있어 합니다. 물론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어요.


비행기와 철도를 운전하는 체험은 하루에 세번 있습니다. 10시,2시,4시부터 1시간씩인데요. 다행히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서 몇번 더 탈 수 있었습니다. 

재현이와 같이 비행한 흔적입니다.

국토발전전시관에 옛 흔적들이 많습니다. 감정평가일을 하는 저한테는 의미 있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허나 아이들에게 국토발전 이야기는 1도 관심이 없네요. 국토발전은 어른들의 언어이지 아이들의 그것은 아니거든요. 암튼 아이들은 몇번이나 비행과 운전을 하고 하하하, 호호호 떠들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어제,오늘 이틀은 어찌 잘 보냈는요. 아..내일은 어디서 무엇을 하며 또 놀아야 할 지 걱정입니다. 

3일은 너무 길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올 여름은 망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