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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세환 Apr 09. 2021

기다리지 않습니다

이적의 <당연한 것들>

지나다 보면 아장아장 걸어다니는 아이들,

특히 걸음마를 땐 아이들을 가끔 봅니다.

아이들의 입을 가리고 있는 마스크가 답답할 듯도 한데요. 마스크를 잘 차고 있습니다. 답답해서 잘 못 찰 것 같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되려 어른들보다도 마스크클 잘 끼고 있어요.


간난장이들이 태어나자마자 본 세상은 엄마, 아빠는 물론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끼고 생활하는 곳이었을 겁니다. 그렇게 1년 넘게 보아왔으니 그게 자연스러운 것이겠죠. 당연하다고 해야겠죠.


작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재현이는 입학식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입학식의 의미를 알 지 못합니다. 김밥을 싸고 교외길을 가는 학교소풍을 알지 못합니다. 운동장을 가득 메우고 청팀, 백팀으로 나눠서 응원하고 마음껏 운동장을 달리는 운동회를 몰라요. 재현이게는 경험하지 못한 일이니 당연한 일입니다.


올해 4학년인 서현이는 입학식을 기억합니다. 잔뜩 멋을 부리고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과 함께 학교강당에 갔던 순간을 기억하죠. 1학년 3반이 되어서 선생님을 따라 첫 교실을 가고 첫 친구들을 만나고 웃고 떠들었던 나날들을 기억합니다. 소풍을 가던날 새벽부터 엄마가 준비한 예쁜 도시락도 생각날 것이고요. 엄마와 함께 한 학년운동회도 가끔 이야기 합니다. 학교도서관에 오둔도순 앉아서 이야기 나누었던 친구들도 기억하겠죠. 서현이는 코로나19 이전을 경험했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당연하다는 건 경험에서 나옵니다. 간난쟁이와 재현이의 경험, 그리고 서현이의 경험이 다르니 절대적인 것이 아니에요. 다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경험과 기억의 축적에서 나온 당연하다는 의미는 존재합니다. 그래서 당연하다는 보편적인 의미가 사용될 테니까요



어제 퇴근길, 지인으로부터 한편의 노래를 받고 들었습니다.


가수 이적의 노래였습니다. 드라마에서 많이 보았던 아이들의 합창이었어요. 작년 6월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1부 엔딩곡으로 불렀다고 합니다.

피아노 선율에 5명의 아이들이 예쁘게 불러주었는데요. 울컥하게 되네요.

노래를 불러 준 아이들도 깊게 알지 못하던 "당연한 것들"의 의미를 알고 있어서일겁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담담한데 어른들은 울먹이고 흐느끼고 먹먹함을 공유합니다.  


그 때는 알지 못했죠
우리가 무얼 누리는지
거릴 걷고 친굴 만나고

손을 잡고 껴안아주던 것
우리에게 너무 당연한 것들

처음엔 쉽게 여겼죠 금세 또 지나갈 거라고
봄이 오고 하늘 빛나고
꽃이 피고 바람 살랑이면은
우린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리가 살아왔던 평범한 나날들이 다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버렸죠
당연히 끌어안고 당연히 사랑하던 날
다시 돌아올 때까지 우리 힘껏 웃어요

잊지는 않았잖아요
간절히 기다리잖아요
서로 믿고 함께 나누고
마주보며 같이 노래를 하던
우리에게 너무 당연한 것들

우리가 살아왔던 평범한 나날들이 다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버렸죠
당연히 끌어안고 당연히 사랑하던 날
다시 돌아올 거예요 우리 힘껏 웃어요

당연히 끌어안고 당연히 사랑하던 날
다시 돌아올 거예요 우리 힘껏 웃어요

- 이적, <당연한 것들>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을 준비하면서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을 겁니다. 이적의 노래에 아이들의 합창, 그리고 노래 중간중간에 드라마속 장면으로 배치해 주었는데요. 감동은 배가 되었습니다. 사회자 박보검의 말처럼 당연한 것들, 아니 많은 이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들의 소중함을 알 수 있었으니까요.



"바람이 왜 부는 지 알아요? 지나가려고 부는 거에요. 머물려고 부는 게 아니고요"


드라마 속 손예진의 대사인데요. 맞아요. 바람은 지나가는 거에여. 멈춰 있다고 생각될 때도요. 강한 비바람도 멈춰있지 않았어요. 지나갔었습니다. 태풍과 강풍도 일년내내 있지 않았고요. 지나갔습니다. 오랜 시간 머물지 않았어요. 태풍이 머무는 시간, 힘들고 초조하죠. 바람소리가 귀를 찢는데요. 그 순간을 견뎌내야 햇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오랜 기간 머물지 않았죠. 지나가려고 불어왔었더랬습니다.



간난장이들과 재현이는 알지 못하는 당연한 것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는 당연한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 당연함에 감사함과 소중함을 느낍니다. 잃어버리고나서야 비로서 알게 되는데요. 이렇게 1년넘게 하루종일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게 되니 이번엔 오래 기억될 겁니다. 잊지말고요. 잘 기억할 겁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감사하고 고마운 순간들, 별 거 아닌 일상들, 당연한 것들은 기다린다고 오지 않습니다. 이미 1년넘게 기다려보았는데요. 그렇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는 "당연한 것들을 기다렸다만 기다리기만 할 것 같습니다. 당연하고 고맙고 감사한 일들을 만나기 위해 나부터, 아이들부터 하나하나 만날 준비와 실천을 해야겠어요.


답답하더라도 마스크 쓰기, 손 깨끗히 씻기, 방역수칙을 함께 지켜내기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이 쌓이고 쌓여  당연한 것들을 만나게되겠죠. 혼자만의 노력으로만으로는 되지 않을겁니다. 기다리지는 않을거에요.  함께 해야겠어요.  




1년전 노래를 듣고 위로를 받은 어제 밤이었는데요. 1년이 지난 오늘아침도 좋아져 있지는 않습니다.  지치지 말아아야겠습니다. 요새 자주 보는 사진이 하나 있어요. 아들 재현이 사진인데요. 찍을려고 찍은 건 아닌데 우연치 않게 잘 찍혀주었네요


므흣하다가도 먹먹합니다. 달리는 아이의 마스크가 원망스러운데요. 마스크없이 땀 뻘뻘흘리며 신나게 뛰어다닐 당연한 날들을 위해 오늘 하루도 버텨봅니다. 기다리지 않고 이겨냅니다.




 1. 이적의 노래, <당연한 것들>


2. 노래에 이어 책도 나왔네요. 감사해요.

* 사진은 유투브영상에서 스크린캡쳐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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