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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에서다 1/3

키티친구의 길이야기-SINCE1974

by 임세환

나는 길과 관련한 노래와 시를 좋아했고 좋아한다.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도 그럴 듯 싶다.

결단의 길, 가리워진 길,

가야만 하는 길, 갈 수 없는 길,

선택받은 길, 선택할 수 없는 길.

우리 인생 순간순간의 수많은 길 위에 나는, 우리는 서 있다.

세상의 수많은 길들, 그속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좋다. 그 목소리를 기억하는 노래와 시들은 20여년을 넘어서 지금까지도 나와 함께 있다.

그 길들을 기억하기 위해 기록으로 남긴다.


1. 가리워진길/유재하

1987년 중학교1학년 나는 유재하를 만났다. 이 노래. <가리워진길>. 2018년 겨울 이 노래는 다시 20여년을 뛰어 넘어 영화<1987>로 우리곁에 왔다. 이한열로 분한 강동원의 목소리로 나에게, 우리에게 다시 온 것이다.



보일듯 말듯 가물거리는

안개속에 쌓인 길

잡힐 듯 말 듯 멀어져 가는

무지개와 같은 길

그 어디에서 날 기다리는지

둘러 보아도 찾을 수 없네

그대여 힘이 돼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

그대여 길을 터주오

가리워진 나의 길


꼬꼬마 중학교 1학년이 무엇을 알았을까? 담백하고 서정적인 멜로디와 가사가 그저 좋아서 따라 부르다, 그 가사 하나하나를 곱씹을 줄 아는 나이가 되었을 적 그래서 유재하가 좋았다. 가리워진 길이 좋았다. 유재하의 목소리도, 아이유의 목소리도, 드라마 미생의 ost도 좋았다.

아마도 나의 길예찬은 유재하로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지도 모른다.



2. 길위에서/신해철

고등학교때 신해철이 왔다.

반드시 꼭 학교에서 배운 길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들려주웠다. 크고작은 길들이 서로 만나는 곳에서 스스로가 길을 찾아야만한다고 이야기했다. 깨어있어야 하는 건 바로 나를 찾는 그 첫 깨달음이라는 것도 말이다.

20대에 들어서기전 그를 만난 건 나에게는 행운이었다. 그리나 그 길을 지금도 함께 하지 못함은 지금은 아프다.



3. <내가선택한 길>

군대시절 드라마 주제곡이다. kbs미니시리즈 <폴리스>. 20여년이 지난 드라마를 기억하는 사람은 나와 같은 아재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이 원작이 이현세의 만화임을 기억하는 이라면 아재를 인정함에 어긋남도 없다. 길을 찾고자 하는 가사가 좋았다. 게다가 강렬한 비트는 가사를 더더욱 굳세게 만들었다.



내가 선택한 길

난 결코 쓰러지거나 힘없이 꺾이지 않아

전과 넌 다름없이 내 안에 있을테니

힘겨워 돌아보면 늘 거기 있는 너

금새 터질 듯한 폭탄같은 내 눈빛을 걱정하며

그런 널 지키지 못한 무력한 나에게

조그만 원망조차 왜 넌 하지 못하니

어차피 고독은 내가 선택한거야

그건 네가 없는 외로움과 조금은 다른 싸움

내 속에 있는 나와의 어려운 승부지

적어도 내 자신은 이기고 싶어

이 끝이 절망이라도 다시 못 올 곳이라도

나를 잡아끄는 이 길에 모든 걸 걸었어

난 결코 쓰러지거나 힘없이 꺾이지 않아

전과 넌 다름없이 내 안에 있을테니


한동안 노래방을 가면 이 노래를 달고 살았다.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지만 빠른 비트가 내 목소리를 감싸주어서 그래서 불렀던 것 같다.

20대 모든걸 걸고 싶었다. 결코 쓰러지지 않고자 했던 내 바램도 노래에, 노래가사에 오롯이 남아있다.

나는 어떤 길을 선택하였던가? 가리워진 길을 열어제끼고 그 길위에서 나의 20대에 내가 선택한 길은 옳았을까? 30대에 내가 선택한 길들은 또 옳았는가? 그리고 지금 45. 나는 아버지로서, 회사원으로서, 남편으로서 내가 선택한 길들에 대해 또 묻고 있다.



4. 가지 않을 수 없는길/도종환

10여년이 지난 영상이다. 참여정부시절 청문회장에서 유시민 당시 보건복지부장관후보자는 도종환시인(현 문화체육부장관) 의 시를 낭독(낭독은 영상에서 1분50초 정도부터)하는 것으로 마지막발언을 대신했다.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 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 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패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턱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 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내가 선택한 길이었고 그래서 나는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군가가 저어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선택을 믿었고 그리고 나는 지금껏 그렇게 한발작한발작 또 나아간다. 후회는 없음을 그는 이야기했다.

청문회장에서 공직후보자가 저렇게 이야기 할 줄은 어느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역시 유시민다웠고 도종환시인은 빛났다. 그리고 두 사람보다도 이 시가 더 빛이 났다.


5. 걸어보지못한길/로버트 프로스트

시를 적는 아침은 좋았다. 김용택시인이 꼽은 101편의 시(어쩌면별들이너의슬픔을가져갈지도몰라)중에서 길을 노래하는 시는 여러편이 있다. 그러나 다음에 다른 길들은 또 이어서 소개하기로 한다.

유시민과 도종환이 노래하는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은 아마도 두 갈래길 속 사람들이 밟지 않은 아직 걸어보지 못한 길이지 않은가 싶다. 그 길을 두 사람은 아마도 먼저 걸어갔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길도 그러고 싶다.


길에 대한 노래와 필사는 계속 할 것이다. 이것 또한 나의 길일 것이고 이 또한 내가 걷는 길위에 있는 것일게다. 그리고 결코 나 혼자만으로는 가지 않을 것이다.

<여럿이함께 험한 길도 다리가 되어>는 오래된 나의 생각이다.

다음의 길은 다음에 또 잇는다.




이글은 사실 작년 6월경에 스팀잇이라는 플랫폼에서 작성했던 것을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어제 저녁 전주의 한 수학선생님이 보내온 아래의 사진 덕분에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내일도모레 길위에서다 2번째와 3번째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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